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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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연어들의 회귀

탈출구와 비상구는 엄마의 집,  
나의집 친구의 집 우리가 꿈꾸는 집은 평수가 넓고 "최고"자가 붙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네 부모님의 집은 예외다. 그것은 우리가 거기서 살아왔기 때문에 군소리 없이 언제든지 불평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다.

집을 떠난 지 이십여년만에 우리 삼남매는 모두 후줄근한 중년이 되어  다시 엄마 곁으로 모여들었다.

엄마는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순히 받아주었다.

그리고 그 옛날 그랬던 거처럼 우리에게 다시 끼니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엉겁결에 재구성된 우리 가족의 평균 나이는 사십구 세였다.

 나의 나이 37살 35살에 결혼은 해서 10개월 된 딸아이 하나를 보면서, 하루 하루의삶을 달래고 있다. 이 녀석이 대학생이 되는 나이 20살 쯤이라고 예측해봐도 내나이 57세, 결혼이라고 이십대 후반 요새는 서른이라고 이야기 하면, 67세 생각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게 고령화 삶을 고집할 수 밖에 없다. 가끔은 젊은 엄마 아빠랑 같이 다니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보면, 벌써 부터 부럽기 까지 하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참으로 미안하기도 하다.

48세 주인공
나는 엄마가 퍼준 닭죽을 두 그룻이나 깨끗이 비웠다.
전화번호부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더라도 이보다 더 못할수는 없다.
-나 오늘부터 여기서 살 거야
돌이켜보면 엄마가 전화를 걸어 닭죽을 먹으러 오라고 햇을 때 그것은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나에게 걸려온 한 통의 구조신호였다. 나의 본능은 그 신호를 따라 움직였고 그 결과 나는 이렇게 살아 봄날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52 형
-아이, 시발, 저 새끼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그리고는 엉덩이를 비틀며 큰 소리로 방귀를 뀌었다.
뿌웅..!

70 칠순이 넘은 엄마
-방 하나남는데 뭐가 걱정이니? 
한 명 더 들어와 산다고 이 집이 금방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41 여동생
-우리 오늘부터 여기서 살 건데요.

 한편의 드라마, 시트콤 영화같기도 한 가족의 구성이다. 하지만 털어보면 먼지 안나는 가정이 없듯이, 누구나 그 나름대로 상처가 과거들이 있다. 그래서 그것을 단순히 드라마다 픽션이라고 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엄마는 교통순경의 교통정리 처럼 등장한다.
이때, 엄마가 불쑥 문을 열고 말했다.
-미연이하고 민경이는 저 방에서 잘 거니까 니들은 여기서 같이 자야겠다!
오 마이 갓!

그것은 온 식구가 한데 모여살면서부터 엄마에게 알 수 없는 활기가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엄마는 우리가 세상에 나가 패배하고돌아온 것이 모두 어릴 때 잘 거둬먹이지 못한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는 것 같았다.

나는 여자의 그런 뒷모습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기시감이 들었다. 그것은 미연이 아니라 중년 무렵의 엄마였다.

-이제 다들 떠나는구나. 그래, 일이 있으면 가봐야지.

-배고프지? 어여 집에 가서 밥 먹자.

엄마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되면서 새삼깨닫게 된 것은 엄마에 대해 내가 아는 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다. 생각해보면 엄마의 사생활은 물론 엄마의 성격에 대해서도 별반 아는 게 없었다. 그 동안 내가 생각한 엄마는 그저 생활력 강하고 약간의 허영심이 있는 보수적인 노인일 뿐이었다.

 가족이 모이고, 흩어질듯 붙들고 있다가 시한폭탄처럼 정해지지 않는 시간과 사건의 계기로 폭발하고 다시금 흩어지는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고, 얼키고 설키듯 풀어 쓴 재미도 솔솔하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모습을 보게되었다. 작가가 보는 엄마, 우리시대가 보는 엄마, 어머니의 모습, 엄마의 모습 엄마의 가출도 시청률을 높혔던 드라마와 엄마라는 소재의 소설는 끊임없이 우리는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본인들의 엄마에게는 호불호의 감정 표현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가슴으로만 애달아 하는 사랑이 가족애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미안해서 엄마의 소재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헤밍웨이처럼 자살을 택하진 않을 거이다. 초라하면 초라한 대로 지질하면 지질한 대로 내게 허용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연어는 때가 되면 다시 고향으로 온다. 회귀라고도 한다. 우리는 엄마에게 항상 갈 준비가 되어있다. 고령화시대에 우리를 받아줄 수 있는 것은 연금도 권력도 그 무엇도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좌절하고 실패하고 쉼이 필요한 시기에는 연어가 되어 밥 한숟가락 들면서 속으로 울면서도 반찬 투정에 칭얼거리기 까지 하며 닭죽을 두그릇이나 깨끗이 비우게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네 어머니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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