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너와 나는 연인이 되었어. 그 이후 나는 네 작은 눈빛에도 고장난 시계처럼 심장이 멈추는 날이 많았고, 수화기 너머 들리는 네 웃음소리에 가슴속에 작은 깃털이 살랑거리듯 간지러워 잠 못 이루기도 했지. 추운 겨울 카페에 마주 앉아 네 손을 마주 잡았다가 깍지를 꼈다가, 내 손을 쓰다듬었다가 또 내 머리를 쓰다듬던 네 손이, 이 모든 게 좋아서 행복이라는 단어가 온통 공기 중에 떠다니는 것 같았어. 나 자신보다 누군가를 더 아끼는 감정을 처음 알았던 나는 이 감정이 너무 벅차 한동안은 내 마음을 다독이기에 바빴어. 방금 밥 먹었으면서 네가 보고 싶어서 온종일 밥 못 먹었다고 거짓말도 했고, 너와 다툰 날엔 며칠을 밥도 잘 안 먹고 울기도 했어. 너에게 헤어지자는 말도 많이 했는데, 그때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네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아. 나만큼 너도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지, 내가 밀어내도 언제나 나를 찾아올 만큼 나를 많이 사랑하는지 어린애처럼 확인받고 싶었어. 그렇게 싸웠다가 헤어졌다가 다시 사랑했다가, 우리 안에 피어나는 모든 감정에 충실했어. 참 열심히 했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 정말 많이 어렸어. 흔들흔들 외줄타기를 하듯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웠어. 다행히도 지금은 나 그때처럼 첫 만남에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밥먹다가 포크를 떨어트리는 바보 같은 행동도 하지 않아. 더욱이 헤어지자는 말로 사랑을 확인하는 못된 행동도 하지 않지. 너를 떠나 몇 번의 또 다른 사랑을 만나며, 나 꽤나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어.
그런데 있지, 가끔 그때가 그리워. 그래도 그땐 사랑한다는 말이 두렵지는 않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