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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ㅣ 이치은 컬렉션
이치은 지음 / 알렙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뭐랄까,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책 겉면에 이야기 대부분이 요약되어 있다.
유 대리는 우연히 거대한 커넥션이 연루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유 대리는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체포되고, 그 사건을 해결하려는 민 형사는 진실에 가까이 가게 된다. 사건을 은폐, 축소시키려는 자들에 의해 유 대리와 민 형사는 각각 경시청의 말소/재생 프로그램을 제안받는다. 그리고 새로운 인물로 재탄생된다.
유 대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이치은 / 알렙
다행히(?) 나는 책 뒷면에 책 설명은 읽지 않은 채 소설을 읽었다. 그래서 도무지 각 장의 전개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1장은 휴일에 회장의 모친상의 ‘진행요원’으로 회장 저택에 끌려나온 유 대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휴일에 회사 회장의 개인 일로 끌려 나온 직장인의 울분이, 좀 과격하긴 했지만 공감됐다. ‘그래, 그 회장네에 뭐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2장을 폈다.
그런데 2장은 난데없이 ‘총격전’이 진행됐다. 작가는 ‘1인칭 총격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BB탄 총도 안 잡아봤지만, 1인칭 총격전 전개가 쫄깃했다. 기초 군사훈련이라도 받은 분들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거 같다.
3장은 또 갑자기 ‘살인사건’이다. 그것도 밀실 살인사건! 1장, 2장, 3장까지 소설의 분위기나 맥락이 급변해서 ‘같은 작가가 쓴 장편소설 맞나?’ 싶기도 했다.
소설의 전개가 정말 빠르고, 시점도 계속 바뀌어간다. 각 장마다 글을 써 내려가는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5장에서는 아예 총격전과 살인사건에 대한 ‘보고서’와 관련 서류들을 넣었다. 그냥 하나도 아니고, 5장 전체가 그런 식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소설 전개 방식이었다.


매 장마다 시점, 전개 방식이 다르니 읽는 이의 집중도가 굉장히 높아야 한다. 이건 읽는 이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후루룩 읽다 보면 금세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이를 장점으로 승화하면, 확실히 ‘읽는 맛’이 있다.
<유 대리는..>는 메시지보다 전개 방식을 더 중요시 한 느낌이다. 회장 집에서 왜 ‘총격전’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유 대리의 신분이 재생되기 전, 하루 만에 사건 관련자를 3명이나 우연히 만난게 ‘우연’인지 ‘설계’였는지에 대한 설명들도 빈약하다고 느꼈다. 이야기가 좀 급히 끝난 느낌이랄까?
그래도 내 나름대로 메시지를 찾아보자면, 아래 대사가 이 소설의 메시지를 대변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는 게, 바로 그 아는 게 문제야, 거기서 문제가 생기지. 알기 전에 사람들은, 알고자 하는 사실, 바로 거기에만 집중을 하지. 사람들이 알고자 하는 사실뿐만 아니라, 알고 난 다음에 자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조금만 더 고민한다면, 세상은 좀 더 신중해질 걸세. 나만 해도 그랬어, 알고자 하는 욕심이 너무 컸지, 눈앞을 가릴 만큼.”(331p)
새로운 소설의 전개로 ‘읽는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 #유대리는어디에서어디로사라졌는가 다
"그렇지만... 아는 게, 바로 그 아는 게 문제야, 거기서 문제가 생기지. 알기 전에 사람들은, 알고자 하는 사실, 바로 거기에만 집중을 하지. 사람들이 알고자 하는 사실뿐만 아니라, 알고 난 다음에 자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조금만 더 고민한다면, 세상은 좀 더 신중해질 걸세. 나만 해도 그랬어, 알고자 하는 욕심이 너무 컸지, 눈앞을 가릴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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