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트랜스휴머니즘
엘로이즈 쇼슈아 지음, 이명은 옮김 / 그림씨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갑작스런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에게 한 노인이 나타난다. 노인은 앙브루아즈 파레. 절단술을 반전시킨 인물이다. 파레는 하루아침에 팔이 잘린 주인공에게 ‘절단술’‘보철구’의 역사부터 ‘환상통’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중세 절단술은 상상하기도 싫은 방식이었다. ‘그냥’ 자르고, ‘끓는 기름’에 지져서 봉합했다. 결과는? 감염과 출혈 등으로 사망하기 십상이었다. 절단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전쟁’이다. 잘 싸우기 위해선 다친 병사를 치료해야 했다. 봉합부위의 혈관을 묶는 방법이 고안됐다. 보철구의 발전에도 ‘전쟁’이 빠지지 않는다. 20세기는 미국 남북전쟁에 이어 세계대전까지 벌어졌다. 목숨 걸고 전쟁에 뛰어들었다 다친 병사들의 수가 늘어났다. 다친 병사들의 불만이 쌓이자, 정부가 ‘보철구’ 예산을 확대하면서 크게 발전했다.

 

글로 읽었다면 이해하기 힘들었을 텐데, 만화라 이해하기 편했다. 가독률도 업업!

 

3장까지 절단술, 환상통, 보철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쯤 읽으면 사실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팔 잘린 것도 아니고.. 이걸 왜 읽어야 하지?’

 

그러다 만난 4장에서 철학적 생각할 거리를 턱 던진다. 왜 절단술, 보철구 이야기를 했는지 충분히 설득된다. 4장에 들어서야 책 제목인 ‘트랜스휴머니즘’이 나온다. 트랜스휴머니즘이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성질 및 능력을 개선한다는 개념이다.

 

인간은 진화해왔다. 현재 우리는 진화가 끝난 것일까? 100년 전의 인간과 지금의 인간은 분명 다르다. 계속해서 새로운 의료법이 나온다. 100년 전에 걸렸다면 죽었을 병도, 지금은 고칠 수도 있다. 의료기술을 포함해 기술발전이 인간을 진화시키고 있다. 책에서는 ‘백신’이나 ‘달팽이관 임플란트’를 예로 들었다. 트랜스휴머니즘 관점에서 보자면, 절단술과 보철구도 모두 ‘기술’로 인간을 진화시켰다.

 

 

철학적 고민은 이제부터다. 인간은 기술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아니, 어디까지 발전해야 할까?

 

트랜스휴머니즘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트랜스휴머니즘은 ‘광기’이자 ‘인류에게 치명적인 것’이라고 한다. 트랜스휴머니즘 관점으로만 살아간다면 디스토피아에 가게 된다는 것이다.

 

 

‘의술이 발전해 평생 살 수 있다면, 과연 좋을까?’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트랜스휴머니즘을 읽고, 깊이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지 않았다. 자본주의 틀 안에서 ‘영생’이 주어진 순간, 자본주의 계급은 절대 바뀌지 않을 거 같아서다. 발전되는 의술은 돈 많은 이들에게 먼저 혜택이 주어질테고, 경제적 우위에 있는 지배층은 평생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은 모두 그들에게만 유리하게 구축하지 않을까. 그 계층에 끼지 못한 사람은 평생 발버둥 쳐도 위로 갈 수 없는, 무시무시한 세상이 그려졌다.

 

그렇다고 인간의 수명을 더 늘리는 기술을 반대할 수는 없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 발전은 환영하면서도, 무섭기도 하다. 기술의 발전에 한계를 둬야 할까? 그렇다면 그 지점은 어디로 둬야 할까? 짧은 만화를 통해 과학의 철학적 고민이 뒤엉켰다. 당장 독서토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 고민 같이 나누어 주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