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 2023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박숲 지음 / 청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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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게 읽었다. 추리소설은 아닌 듯한데 추리소설처럼 읽었다. 그래서 덤으로 읽는 내내 스릴을 느꼈다. 한 남자의 자살행위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는 세상의 끝에 서있다. 그 끝에서 열리는 문,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들...진실을 모르고 죽으면 죽은 자만 억울하다. 그러므로 함부로 죽지 마라.

또다른 재미는 이 소설의 문장에서 찾았다. 필기까지 하면서 읽을 정도였다. (몇 편의 시는 거뜬하게 건질 것 같다)

목숨을 거는 이유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경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문장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나의 빛나는 순간도 아직 남아있는 시간 속에 있을 것만 같아서 희망적이다. 지금까지의 시간에 대해 용서가 가능할 것 같다.

책을 읽는 중에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올랐다. 그랬더니 역시 피리 부는 사나이가 이 책에 등장했다. 그 대목을 읽을 때 작가와 이심전심 통한 것 같아 흐뭇했다. 피리가 신비한가. 피리 부는 사나이가 신비한가. 물음에 답할 필요는 없다. 당연히 신비한 자는 신비한 피리를 갖고 있다. 신비한 피리를 알아보는 신비한 자들. 그래서 ‘반지의 제왕’에서처럼 반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 사뭇 무게감을 주는 것이다. 책에서는 루시퍼를 찾아가는 청춘들이 아름답다. 나도 글 잘 써지는 노트북 하나 찾아지기를. 아니면 빛나는 영감을 주는 책 한 권. 오오 그런 인연을 단번에 알아보는 나. 그 끝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글이 나올 수만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루시퍼는 제품번호나 상표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루시퍼에게 정체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루시퍼가 가진 잠재적 울림. 그걸 알아보는 자들. 만남은 그런 것이다. 운명적인 것.

제품번호가 없는 인생. 상표 하나 붙이지 못하고 있다고 두려워 말라. 명품은 보이는 것에 있지 않다. 이마빡에 상표 나부랭이 붙이고 거들먹거리는 자들에게 (불손한 상표들) 울림이 무엇인지 들려줄 날이 있을 것이다. 암 그렇고말고. 희망적이다.

청춘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외치길 바란다. 난 루시퍼다. 나를 찾기 위해서 니들 고생 좀 해 봐. 나 좀 한번 튕겨 봐 제대로 소리의 맛을 들려줄게. 시간은 아무래도 괜찮아. 빛나는 시간은 항상 미래에 있으니까. 라고. 역시 주인공은 루시퍼다. 루시퍼는 피리가 아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다. 그대들이다. 나의 느낌은 그렇다.

작가님에게 한마디.

재미있게 정말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이야말로 루시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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