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하기 -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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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참여정부에서 노무현의 복심으로 불리며 청와대 대변인, 연설기획비서관, 제1부속실장을 지낸 노무현의 사람이다. 저서 ‘대통령의 말하기’는 결국 노무현의 말하기인 셈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노무현대통령의 말을 빌어 지도자의 말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짚어주고 있다. “말을 잘하는 것과 말재주는 다른 것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말재주 수준이 아니고 사상의 표현이고 철학의 표현이다. 가치와 전략, 철학이 담긴 말을 쓸 줄 알아야 지도자가 되는 법이다” 이 책은 국가 최고 지도자였던 노무현대통령의 말을 따라가는 친절한 ‘말하기 노하우 비법서’ 이면서 ‘생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는 논제를 증명하는 이야기 한편이기도 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통령의 말하기 노하우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고 있다.

1부 편법은 없다 에서는 확고한 소신의 힘과 솔직함이 주는 말의 힘을

2부 더 빨리 통하는 말은 따로 있다 에서는 말의 효율적 전달을 위한 비유와 수치의 활용, 역설을

3부 말로써 원하는 것을 얻는다 에서는 말에 힘을 더하는 반복과 패턴, 힘 있는 메시지, 논리 플러스 감성의 표현을 통한 완벽한 말하기를

4부 듣는 사람과 하나가 된다 에서는 말의 시작과 공감, 쉬운 언어를 통한 공감, 실패의 경험을 말하는 낮은 자세를

5부 생각이 곧 말이다 에서는 사색과 철학의 깊이에서 나오는 진정한 말하기의 노하우를 역설하고 있다.

 

5부에 걸친 23가지 말하기 노하우를 정리하면서 독자는 적잖이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고급 어휘와 명품 표현법은 찾아볼 수 없다. 말을 잘 할 수 있는 쉬운 비법은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노무현대통령이 어떻게 소통하고자 했는지, 그 치열한 고민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한 철학과 사상을 되짚어 볼 수 있다. 5부 22장에 나오는 “연설문의 핵심은 표현이 아니고 콘텐츠에 있다” 는 말은 우리가 기억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한 마디 말과 명문, 유려한 연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결국 “생각이 곧 말이다” 로 이 한권을 정리할 수 있다.

 

부록에는 2005년도에 신임사무관을 대상으로 했던 특강이 실려 있다. 저자가 보여주고자 한 노무현대통령의 ‘끼와 유머코드가 한껏 발현된’ 신임 사무관 특강에는 대통령의 말하기 비법 23가지가 맛깔나게 녹아 있다. 유쾌하고 명쾌한 말 뒤에 숨은 굳건한 가치관, 한 없이 낮추어도 원대한 그의 정치 철학을 한 편의 강연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전작 ‘기록’ 과 ‘바보, 산을 옮기다’ 에서 지근거리의 관찰자로서 바라본 노무현의 인간적 고뇌와 정치적 행보를 심리적으로 요원한 거리에 두려했다. 담담하고 건조한 문장을 따라 독자는 오히려 ‘인간 노무현’ 의 감성을 읽어 내렸다. ‘대통령의 말하기’에서 우리는 청중으로 바투 다가갈 수 있다. 유권자, 동포, 국민의 한 사람으로 소신과 노력으로 세운 ‘정치인 노무현’ 을 마주한다. 완벽한 연설을 위한 철저한 노력을 본다, 공감의 원칙을 통해 그의 세계관을 읽는다. 원대한 철학을 관통하는 ‘대통령의 말하기 노하우’를 한 권 책으로 만날 수 있는 독자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것은 노무현대통령이 곁에 두었던 윤태영이라는 사람 덕분이고, 그 인덕(人德)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는 그저 감정을 표현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언어는 그저 감정을 자극하거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사람의 삶에서나 한 나라의 생존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을 바꿀 수도 있다” 고 말한 바 있다.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소통에 목마른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상대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진정한 말하기의 원칙을 담은 이론서이며, 그 말에 담을 생각의 힘을 되짚어보는 자기계발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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