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안 -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9인의 단편집
미야베 미유키 외 지음, 한성례 옮김 / 프라하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본 추리소설의 명가인 카파노블스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단편집으로 출간되었다. 관 시리즈로 유명한 신본격 미스터리의 중심작가 아야쓰지 유키토를 비롯하여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충격적인 데뷔를 하며 신본격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이끈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의 고전인 모리무라 세이치, 일본의 엘러리 퀸으로 불리는 아리스가와 아리스, 일본을 대표하는 공상과학 소설가 다나카 요시키, 2008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20년 결산 독자가 선정한 1위 작가 오사와 아리마사, 하드보일과 휴머니즘의 공존을 담아내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 등 내로라하는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들이 똘똘 뭉쳐 각자의 세계관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흥미롭게도 숫자 ‘50’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50개의 눈알이 달린 요괴, 감광도 50, IQ 50의 역도선수, 50엔짜리 우표 등 ‘50’이라는 키워드로 각각 전혀 다른 이야기와 메시지를 전달한다.

 

혈안이 원하는 건 사람이 도박을 시작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의 그 기운, 계속 이기려고 하는 욕심, 진 상대가 후회하는 모습이야. 그게 바로 혈안의 업이지. 사람이 가진 그러한 악한 마음이 혈안의 먹이가 되는 거야. 혈안은 사람의 악한 마음에 굶주려 있는 요괴니까.”

 

표제작 혈안이유』 『모방범과 지난 해 국내에서도 영화로 개봉해 화제가 된 화차등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며 많은 사랑을 받는 미야베 미유키표 에도시대 괴담이다. 간장 도매상 오미야()에 어느 날 느닷없이 불청객이 찾아온다. 다름 아닌 눈이 50개 달린 요괴 혈안이다. 혈안이란 요괴와 약정을 맺으면 장사로 떼돈을 벌수도 있고, 가게도 커진다는 달콤한 말에 넘어가 선대부터 약정을 맺게 되고 집안사람 중 누군가에게 빙의되어야 한다. 하지만 빙의된 사람은 끝내 혈안에게 혼을 뺏기면서 끝없는 욕심과 방탕한 생활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오미요 가문 사람들, 특히 7살 막내딸인 오미요를 중심으로 혈안과의 약정을 끝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나선다. 이 작품은 혈안이라는 요괴를 배치하여 돈이든 지위든 간에 기를 쓰고 달려들어 독이 오른 인간의 허황된 욕심을 경계한다.

'2의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불리며 일본 소설 재 부흥의 뒤를 잇고 있다는 평을 받는 미치오 슈스케의 여름의 빛에서도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떠돌이 개 완다가 어느 날 사라진다. 히로키는 정확한 근거를 대며 기요타카가 그 개를 죽였다고 주장한다. 주인공 리이치는 기요타카가 그런 짓을 했다고는 믿지 않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기요타카가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을 두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그것이 억울한 오해임을 알게 된 리이치는 기요타카가 범인으로 몰리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진실을 알게 되면서 기요타카는 나보다 훨씬 강했다고 독백한다. 예상치 못한 진실에 허를 찔린 듯 몇 번이고 책장을 넘기게 되는 진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 외에도 이 책의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 진부하지 않은 감동과 괴이함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50’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색다른 소재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 작가들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한 권으로 일본 최고의 대표 작가들을 만나본다는 설렘과 그들의 세계관을 통해 전해지는 신선한 재미와 여운을 남기는 감동, 그리고 하드보일 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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