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은퇴의 말 -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
한혜경 지음 / 싱긋 / 2021년 3월
평점 :

호주의 작가 브로니 웨어가 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 가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들을 돌보며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생의 종점에서 쏟아내는 후회가 비슷하더라는 것이다. “돈을 더 벌었어야 했는데, 고대광실 같은 곳에서 한번 살아봤더라면, 더 악착같이 살걸”이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후회 목록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이다.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다 정작 ‘나’다운 삶을 못 살아본 시간을 후회하더라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게 후회라지만, 인생에서 크게 두 번은 꼭 찾아오는 것 같다. 생의 종점에서 한 번, 그리고 은퇴 후 한 번.
은퇴전문가 한혜경 교수는 1000명에 달하는 대한민국 은퇴자를 심층 인터뷰한 책『은퇴의 말』에서 은퇴남들이 전하는 ‘은퇴 순간의 진실’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많은 은퇴자들을 만나면서 저자가 수없이 들었던 단어가 바로 ‘후회’였다고 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 ‘지금 이런 생각이 들 줄 진작 알았더라면’ 같은 그들의 말 속에는 항상 ‘후회’가 가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보고 들은 은퇴남들의 후회 목록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을까. 수많은 후회 목록을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악착같이 일만 하다 놓친 것들에 대한 후회,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의 심신을 함부로 대했다는 후회, 가족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지 못했다는 후회, 마지막으로 100세 시대를 살고 있음을 망각하며 살아온 후회들을 들려준다.
저자가 꽤나 세부적으로 은퇴자들의 후회 목록을 밝히는 이유는 100 세 시대를 사는 지금의 3, 40대 직장인들이 은퇴할 때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생 6, 70년 시대의 ‘은퇴’란 오히려 축복이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의 은퇴는 또 다른 50년의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인생의 청사진을 그리고 다시 수정해도 괜찮은 시간이 꽤 길어졌다는 뜻이다. 경황없이 맞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후회란 따라오게 마련이다. 100세 시대 후회 없는 은퇴를 맞이하려면 무엇보다 인생을 보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저자의 제안 중 ‘행복의 포트폴리오’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닿는다. 즉,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나만의 놀이를 여러 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놀이가 무엇인지 미리 알아 두는 것도 중요하다. 일에서만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일이 잘 안되면 쉬이 불행하지만, 행복감의 원천인 놀이를 여러 개 마련해두면 일에서 느끼는 피로가 상쇄되어 금방 회복된다.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인생의 청사진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 이 책 속에 나오는 인생 선배들의 시점을 빌려 자신의 생을 조명해 보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