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 이동진의 빨간책방 오프닝 에세이
허은실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허은실 작가의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이 책은 이동진의 빨간 책방 오프닝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윽하고 다정한 문장들이 전해주는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녀가 적어둔 간직하고 싶은 감정, 생각, 이야기들을
간결한 문체와 짤막한 내용으로 구성해놓아서
쉬이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읽어나가기 좋은 글들이 많다.
익숙해서 쉽게 지나쳐버렸던 일상들, 소소한 시간들의 모습을
그녀는 아련하고 애틋하게 묘사해놓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에 그녀만의 색을 입혀 새로운 계절을 만들어 냈다.
소소한 글들을 보며 하루하루 작은 명상의 시간을가졌다.
단숨에 읽을 수도 있지만 한장씩 꺼내 읽고 생각하고 싶은 책..
짧지만 긴 여운을 주는 것 같아 더 좋았던 에세이 집이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책을 빌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가 그어놓은 밑줄을 만나서 가슴 뛴 기억 말이에요.
그게 내가 좋아하는 구절일 때,
밑줄은 그와 나 사이에 흐르는 영혼의 전류처럼 느껴집니다.
물결같은 밑줄을 타고 그의 기슭에라도 가닿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연애를 시작할 때 잠깐이지만요.
헌책에 그어진 밑줄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일순간 사라지기도 하죠.
내가 공감하는 부분과 같은 데 밑줄이 그어져 있을 때
책의 전 주인이 누군지 몰라도
밑줄은 미지의 그와 나를 연결하는 희미한 선이 됩니다.
밑줄 위의 그 문장들은 몰래몰래 내 삶에 개입해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을 겁니다.
어떤 문장이 특별해서 밑줄을 긋기도 하겠지만
내가 밑줄을 그었기 때문에 그 문장이 비로소 특별해진다고요.
오늘 어떤 문장에 밑줄을 그으셨는지요.
183p. 책. 머물러 머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