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 팩터 신세계 지식향연
보리스 존슨 지음, 안기순 옮김 / 지식향연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보리스 존슨은, 지금의 영국 총리로서, 윈스턴 처칠 사후 50년(1965년 사망)을 기념해 이 책을 출간했는데, 출간 당시인 2014년 보리스 존슨은 여러 차례 하원의원을 지낸 뒤 런던 시장으로 재직중인 시기였나 봅니다. 존슨은 처칠이 죽기 1년전인 1964년에 태어났구요.
이 책은, 처칠에 대한 평전을 읽기 위해 서울도서관에서 서가를 살피던 중, 독일 태생 저널리스트인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책과 함께 골라본 책이었습니다.
먼저 읽은 하프너의 처칠에 대한 평전 <처칠, 끝없는 투쟁>(안인희 옮김, 출판사 돌베개)도 참 좋았지만, 이 책은, 그 책에 비해 많은 사건과 소소한 에피스드들을 훨씬 더 접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퍼너의 책이 처칠의 삶을 청소년기부터 20대 초반 정치인 입문 전, 20대 중반 정치 입문 후 1차 대전 후, 그리고 2차 대전기까지를 시간 흐름 순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존슨의 이 책은, 처칠의 수많은 행적과 에피스드들을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처칠에 대한 평가 주제별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두 책의 이야기 방식이 다른데, 그만큼 두 책을 연이어 읽는 것은 더 좋았습니다.
시대의 영웅을 다룬 책이고, 저자 스스로도 처칠을 매우 존경하고 있는만큼, 이 책은 처칠을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처칠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더 잘 설명하기 위해서, 비판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부러 꺼내어 꽤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칠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접할 수 있습니다.
또 처칠의 ‘실수’ 중에서 아주 큰 ‘실수’들만을 다룬 부분도 있고(제15장 “역사를 걸고 도박하다”), 우생학적 접근이나 시온주의자의 면모, 인종주의적 시각을 드러낸 처칠의 말과 행동도 사실 그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존슨은 시대적 한계속에서 그러한 점을 평가해보자고 하고, 그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가 왜 위대한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도 참 재밌고 유익했습니다.
처칠의 평전들이라면 모두 다루고 있을 내용, 불굴의 정신으로 타협하지 않고 히틀러와의 전쟁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미국을 2차 대전에 참전시켜 히틀러와 나치를 결국 굴복시킬수 있는 전쟁 환경을 만들어낸 지도자라는 점도 이 책의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 연합국 운동’을 누구보다도 앞서 주창한 이가 바로 처칠이라는 점, 2차 대전 종전 직후 초기 유럽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회담 참여를 프랑스가 영국에 제안했을 때, 당시 집권당인 영국 노동당은 이를 거부하고 야당인 보수당도 반대했지만, 처칠만큼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 그럼에도 현재의 유럽연합 탈퇴를 집행한 보리스 존슨의 입장에서, 처칠이 말한 ‘유럽 연합’은 영국이 빠진 채 결성된 그 유럽 연합과는 토대가 다른 것이라며 자신들은 결코 처칠과 다른 입장에 서 있지 않다고 항변하는 듯한 모습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제20장 “유럽인 처칠”).
그 외에도 1차 대전에서 참호전을 돌파하기위한 수단으로 신 무기를 개발하는데 그것이 현대의 탱크이고 이를 제작하자고 밀어붙인 인물이 처칠이라는 점도 알게된 것도 소소한 재미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말로 ‘전차(戰車)’라고 부르는 무기가 영어로는 어쩌다 ‘탱크(tank)’가 되었는지도 알려주네요(제13장 “걸어다니는 선박” 신무기 제작임을 숨기기위해 제작 공장 노동자들에게 급수용 장비, 즉 물탱크라고 속여서..).
또 사회복지를 비롯한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처칠이 내린 결단이나 입법운동 등도 여럿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꽤 진보적 정치인의 면모가 있다고 존슨은 소개하고 있는데(제 11장, “당대 가장 진보적인 정치가” 특정 직업 최저임금제도 도입 추진, 복지국가 초석을 놓은 베버리지 보고서의 저자 윌리엄 베버리지 등용, 실업보험제 도입 등), 사회개혁적 조치가 처칠이 진짜 주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설마 없는 이야기를 존슨이 쓰지는 않았겠지요.
그리고 처칠의 말과 문장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쟁할 때에는 결의를, 패배했을 때에는 저항을, 승리했을 때에는 아량을, 평화로울 때에는 선의를"(처칠, 2차대전 회고록 서문 중)
"그날 유용한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느끼며 잠자리에 드는 것이 싫다"
"정치인에게는 다음 날, 다음 주, 다음 달, 다음 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나중에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