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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 - 전종환 에세이
전종환 지음 / 난다 / 2021년 6월
평점 :
읽기 쉬운 글을 쓴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많이 읽어보고, 써본 사람 중에서도 일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은 그런 점에서 박수가 절로 나온 책이다. 화려한 미사여구 같은 게 없어 다만 좀 밋밋할 수 있어도 그것이 되려 진솔함으로 다가와 마음을 두드린 책이었다.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일이 결국 하나인 걸 알겠’(233쪽)다는 저자는 각자의 필요를 잘 알고 이를 하나로 조율하여 잘 정제된 글을 썼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1부는 아나운서로서의 시간이, 2부는 기자로서의 시간이, 3부는 문학과 삶을 한 데 묶은 인생관이 담겨있다. 1부에서는 아나운서로 갓 입사해 사회초년생으로서 겪는 어려움과 도전이 담겨 있었다. 그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나로서는 큰 위로가 되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남들과 달리 학원을 거치지 않고 시작했기에 미숙한 상태였지만 끝끝내 자신의 방식을 찾는 여정이 큰 위로로 다가왔다. 소년 만화처럼 드라마틱한 변화가 순식간에 벌어지진 않았지만 묵묵히 저만의 길을 걸어내는 게 오히려 큰 울림이 되어 나를 두드린 것 같다.
2부에서는 보도국으로 옮긴 뒤 기자 생활을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뉴스 기사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보곤 하지만 이 이면에는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공정한 기사, 사회에 의미가 있는 기사를 전달하기 위해 발로 뛰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프로 의식을배웠다.
마지막 3부에서는 문학 이야기, 아버지로서의 삶, 그리고 삶을 조망하는 태도 등 폭 넓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앞서 두 챕터는 직업인으로서의 인생관을 담았다면 3부의 경우에는 ‘사람 전종환’에 대해 볼 수 있던 챕터였던 것 같다. 어떤 날은 범민을 통해서, 어떤 날은 책 속의 문장을 통해서, 어떤 날은 타인의 삶을 통해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가진 온도로 묵묵히 걸어갈 것 같았다.
매체에서는 주로 승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크게 성공한 자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그들이 어려움을 이겨낸 방법을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그런 것들사이에 파묻혀 지내다보면 드문드문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어떻게 사람이 잘 될 수만 있지?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 아닐까? 경쟁에서 이기는법만 가르쳐주고 배우기를 바라는 것에 질려버린 입장에서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이 없었다.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 사람은 매사에이길 수만은 없다. 때로는 지기도 한다. 다만 잘 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게 어쩌면 이기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여러 기자에게 한 가지 사안을 취재해 기사를 쓰라고 하면 백이면 백, 다른 기사가 나온다. 기사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가 있을 뿐이다. - P93
사랑한다는 건 삶에 리듬감이 부여된다는 뜻이다. 리듬감 없이 그저 반복되는 삶은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 P174
"배운 그대로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한번 양보하면 계속 양보하거든요. 그게 망가지는 길이에요."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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