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걷기 모임에서처럼 가까운 친구와 걷는 데에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걷기는 개인적인 행위다. 우리는 혼자서, 자기 자신을 위해 걷는다. 자유는 걷기의 본질이다.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떠나고 돌아올 자유, 이리저리 거닐 자유,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처럼 "변덕이 이끄는 대로 이 길 저 길을 따라갈" 자유.
정신은 시간당 5킬로미터의 속도, 즉 걷기에 적당한 속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정신은 따분한 사무실, 사람들의 기대라는 폭군에서 풀려나 자유롭게 배회하고, 정신이 자유롭게 배회하면 예상치 못한 멋진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일은 항상은 아니지만 우리 생각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 걷기는 자극과 휴식, 노력과 게으름 사이의 정확한 균형을 제공한다.
걸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우리 머릿속은 바쁘다. 눈앞의 지형에 집중하고 주변 풍경을 인식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는 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아무런 목적 없이 이리저리 거닐며 변덕을 따라갈 여유는 충분히 남아 있다.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루소의 작품이다. 이 책에는 추방당하고 돌에 맞고 조롱당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눈곱만큼도 신경 안 쓰는 사람의 도덕적 명료함과 생생한 지혜가 고동친다. 이 책 속의 루소는 주류 의견에 반대하는 루소도, 속마음을 고백하는 루소도, 개혁을 주창하는 루소도 아니다. 여기서의 루소는 쉬고 있는 루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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