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리고 아들... 가장 가깝고도 가장 살벌한 사이 바로 부자 지간이다. 책을 읽으며 우리가 잘 몰랐던 왕과 그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나니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이지만 동시에 서로 싸워야하는 앙숙같은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아들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넘어서야 하는 벽, 바로 그이름 아버지.. 그 이야기가 지금 펼쳐지게 된다.
나는 이 책 속 여러 왕들의 이야기 중에 태종의 이야기가 굉장히 눈에 밟혔다. 여기서는 태종과 태조, 그리고 태종과 양녕대군의 이야기가 모두 등장하는데 태종은 아들로써도, 아버지로써도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제일 불행하게 산 것 같아서 참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그는 그저 아버지께 인정받고 더 칭찬받고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기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아버지인 태조의 심기를 건드려 결국 태조가 죽을 때까지 미움만 받았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 아들의 심리를 잘 아기에 자신의 아들 양녕대군은 좀 더 이해하려 했으나 자꾸 자신과 다르게 어긋나기만 하는 아들을 보는 태종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해보자.
먼저 태종과 그의 아버지인 태조와의 이야기를 살펴보자면, 사실 그는 아버지를 넘어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아버지에게 칭찬받고 아버지와 함께 길을 걷고 싶어서 그에게 방해되는 요소를 없애고자 정몽주를 죽였을 뿐이었는데 그것이 악몽처럼 미움받게 된 계기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결국 공신으로 인정받지도 못했을 뿐더러 남들보다도 더 못한 취급을 받고 왕위 계승조차 빼앗기게 될 상황인데 과연 난을 일으키지 않고 배길수 있었을까? 나였더라도 억울해서 형제들을 죽이진 않더라도 지푸라기라도 잡는심정으로 뭐라도 했을 것 같다. 난 전적으로 태종이 공감되기 때문에 더욱더 그의 감정이 이해가 간다. 태조는 그 이후로 태종을 더 멀리 했지만 그런 비극을 낳은 것도 다 태조가 자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태조는 궁궐을 떠나서 함흥차사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고집스럽게 태종과의 관계를 끊어버렸는데 어쩜 아버지가 이렇게 매정할 수가 있는건지 이것도 다 시대상 때문일까.. 그들이 과연 왕과 왕자가 아닌 그저 21세기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이었다면 태종 이방원은 진짜로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똑똑한 아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든다. 우리집 아빠와 동생도 서로 사랑하지만 늘 으르렁 대서 그들이 21세기 평범한 가정에서 살았더라도 싸웠을 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비극은 안만들어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가슴아픈 이야기 인것 같다. 태종은 아들복이라도 있었더라면..물론 세종대왕이 그를 그나마 행복하게 해주었다만.. 그래도 그가 그렇게 노력을 쏟아붇고 봐주고 잘 지내려고 했던 양녕대군이 태종의 기대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태종의 여생은 행복했을텐데... 그 이야기 속으로 한번더 들어가 보자..
양녕대군은 태종의 첫째 아들로 태종은 세명의 아들이 있었지만 자신처럼 왕자의 난을 만들고 싶지 않아 첫째아들을 당연스럽게 왕세자로 삼았고 정말 왕자의 자질이 있다고 믿고 최대한 지원해주며 노력했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양녕대군은 자꾸만 태종의 눈밖에 나는 짓만 하는데.. 그래도 태종은 자신의 아픈 경험을 생각하며 양녕대군을 감싸고 보호해주려는게 눈에 보였다. 정말 나였다면 진짜 아버지의 기대를 채워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을텐데 어째서 그렇게 자유로운 건지 태종이 정말 속썩는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세종대왕님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양녕대군과 태종은 정말 최고의 앙숙인 것 같다. 이둘은...아마 21세기로 넘어와도 서로 으르렁 대며 싸우는 부자가 되었을 것 같다. 아버지와 아들이 라이벌이란 말은 딱여기서 들어맞는 것 같다. 이렇게 조선시대의 아버지와 아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사실 시대나 신분이 달랐다면 그들의 처지도 좀 달라졌을까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시간이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와 아들의 처지는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또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긴가민가하다. 그들이 어땠을진 알 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아들과 아버지는 결국 서로를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 바로 그것이다. 서로 사랑하기에 더 싸우고 더 기대하고 그런 것이겠지. 이 책을 읽으며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는 흥미로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된것같다. 참으로 값진 시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