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신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0
손보미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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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쯤 이였으려나? 이책을 처음 펼쳤을때가?

어설픈 독서가 고스란히 내 머리속에 어설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우연히 그리고도 우연하게 마주치는 사람들이 우연인듯 우연이 아니게, 딱 그시절 그때 마주해야했던것처럼 나에게도 우연인듯 우연스럽지 않게 재독의 기회가 주어지나보다. 이러한 우연으로 내삶이 변하고있다.

나에게 책을 읽어내려간다는것, 그리고 그 책들을 기록해 나간다는것이 어떤 의미인지 여전히 잘 모르지만, 바쁜 일정중에 굳이 책을 읽을 시간을 스케쥴 속에 끼워넣고, 또 기필코 혼자인 시간을 만들고, 가사없는 음악과 책만을 펼친 시간을 더 만든다는것, 그리고 그 시간을 나는 좋아한다는 것만은 알기에, 만들어지고 펼쳐진 시간속 책이다. 굳이 재독이다.

많은 책들속에서 핀시리즈를 재독하고 있는 이유도 잘 모르겠지만, 읽을때마다 또다른 해석포인트들이 찾아지는것도 재미나고, 바쁜 시간속에서 성취감있게 빠르게 읽어내려가지는 소설이기 때문이 아닐까? 늘강조하는 가독성이 좋은 핀시리즈이지만, 담긴 뜻들은 정말 묵직묵직하고 오랜울림이다. 핀시리즈를 재독할 이유다.

(역시 끄적이다보면 잘 모르던 이유가 알게되는 신기한 글쓰기)

여기 자신의 삶을 완벽에 가깝게 통제해나가고 주변 누구에게나 호감으로 인정받는 한 남자가 나온다.

지나치게 잘생긴 미남이 아니여도 뒤돌아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책의 표현에 따르면 '외모마저 절묘한' 그남자.

그는 일의 포화상태가되어 리플레시가 필요할때면 거침없이 모든일들을 홀딩시키고 자신만의 휴가를 떠난다.

그런 휴가직전 의뢰받은 한사건, 평상시 그였다면 절대 정중히 사과하고 맡지 않았을 사건, 평소와 다른 자신의 모습부터 이 소설의 시작이다.

그리고 이남자와 정반대의 모습으로 정리되지않은 방과 찹찹찹거리며 큰소리로 밥을 먹는 커다랗고 슬퍼보이는 개와 동거하는 한여자가 나온다. 어릴적 부모의 이혼과 이른 엄마의 죽음으로 나와 친해지지 못하는 아빠와의 삶을 살수밖에 없었고, 게다가 모국을 떠난 삶이였다.

이 둘의 만남은 남자가 맡은 그 사건으로 오버랩되어 만나게된다.




책은 우연과 우연이 쌓이고 쌓여, 겹치고 겹쳐 남자의 인생이 조금 꼬이는듯보였다.

평소엔 맡지 않았을 사건의뢰, 여자에게 잘못 배달온 편지한통. 하지만 그게 다일까?

살아가다보면, 아니 살아지다보면 내가 의도하던, 의도치 않던간에 살아지는 삶을 살고있다면 우연히 만나지는 사람들과 우연히 진행되는 일들이 어디 한둘인가? 나같이 즉흥적인 사람이라면 더더욱 내 길을 찾아가는 순간보다 물줄기따라 그저 흘러가는게 편할때가 많다. 어느순간 내가 뜻한바가 아니라고 힘차게 노를 저어나갈때 오히려 더 힘에 부친다.

삶에 정답은 없다.

꼬인듯보였던 남자의 인생에 오픈 결말인 이 책처럼. 바래본다. 완벽해보이지만 실은 커튼속이 편안했던 남자의 삶이 이젠 널부러진 여자의 방이여도 커튼과 창문을 활짝 열고 지낼수있기를.

지금 당장 내 삶이 불행하게 느껴질지라도, 행복을 위한 마음이 활짝열린채 챗바퀴 처럼 돌아가던 완벽한 삶보단 조금은 헝크러지더라도 그속에서 짜증이 아닌 피식거리는 웃음을 지을수있길.

어떠한 상황을 이루어 행복을 쟁취하는 사람은 없다. 또다른 상황을 위해 또 애써야할 뿐이다.

행복은 어떠한 순간과 어떠한 상황속에서도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찾아올뿐이다.

나는 지금 오늘 이순간 설거지가 쌓인 싱크대를 바라보고 짜증을 낼것인가?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 일거리가 쌓이더라도 잠시 커피 한잔과 책을 뒤적거릴시간에 행복을 느낄것인가?

뭐든 정답은 없지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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