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육아서적과 넘치는 인터넷 정보에서 내 아이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찾기란 사실 어렵습니다.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엄마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줄 전문가 Q&A 칼럼에 아이맘 회원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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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윤선경) |
올해 3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 아이가 요즘 식사 때마다 한두 숟가락 먹고는 마구 돌아다녀요. 돌아다니다가 밥상 앞에 와서는 한입 달라고 ‘아~’ 하면서 손가락으로 입안을 가리켜요. 밥을 주면 입에 물고 돌아다니다 오고, 또 한입 물고 돌아다니다 오고를 반복하네요. 이러다 보니 식사 시간이 1~2시간은 기본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만 먹는 것도 문제고요. 나물이나 계란 반찬을 올려 주면 모두 뱉어버려요. 혹시 어린이집에서도 그런지 물어봤더니 싫어도 꾹 참고 다 먹는다고 하네요. 집에서만 밥투정을 부리는 거 같은데 매번 식사할 때마다 아이를 울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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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전반에 걸쳐 성격 발달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한 에릭슨(Erikson)의 심리사회적 발달 이론에 따르면 생후 21개월은 자율성 대 수치심(autonomy vs. Shame and doubt)이 발달하게 되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동안 아이는 걷기를 통한 이동이 가능해지고 괄약근의 통제 능력이 발달하여 배변을 통제하게 되면서 자율성을 형성해나가죠. 이러한 자율성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성인의 지지가 필요하고, 아이 스스로 어떤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하도록 양육자가 적절한 수준에서 허용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양육자가 지나치게 통제와 강요를 하거나 아이가 실수했을 때 창피를 주거나 비난을 하면 수치심과 회의감을 느끼게 돼요. 자율성이 발달하는 이 시기에는 더 흥미롭고 폭넓은 환경을 접해야 탐색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집 안의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놀잇감이며 학습 교구인 셈이죠. 현재 아이가 밥을 먹다가 흥미로운 탐색거리가 생겨 돌아다니고, 다시 돌아와 밥을 받아먹고, 다시 탐색하러 가는 행동은 일종의 놀이처럼 보입니다. 발달 과정상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인 거죠. 하지만 이로 인해 밥 먹는 시간이 1~2시간이 걸린다면 양육상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 |
우선 아이가 돌아다니면서 밥을 먹게 되는 환경이 어떠한지 살펴보세요. 혹시 밥상을 아이가 놀고 있는 곳에 가져가 밥을 먹이진 않나요? TV나 놀잇감이 있는 거실에서 밥을 주는 건 아닌가요? 밥을 먹기 전 식사시간을 알리는 손 닦기, 숟가락 챙기기 등 식사 준비 활동을 하고 있나요? 아이의 자율성을 허용하기 위해서는 양육자가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식사 습관을 길러주려면 먼저 밥을 먹는 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이동이 용이하지 않고, 아이의 흥미를 끄는 TV나 장난감이 없는 장소에서 밥을 먹이세요. 또한 밥 먹기 전 아이에게 식사 시간이 시작됨을 알려서 손을 닦고 자신의 숟가락과 식기를 챙기도록 지도하세요. 그다음 밥을 다 먹은 후에 자리에서 이동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만약 아이가 식사하는 도중에 일어나면 식사 시간이 끝난 것이니 밥상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밥 먹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식사의 시작과 끝을 지키는 약속이니까요. 이를 양육자가 정해주는 허용 범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편식도 마찬가지인데요. 아이가 특정 음식을 먹지 않은 이유를 먼저 확인해보세요. 맛, 씹는 질감, 냄새, 색깔 등 어린아이들은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식재료를 탐색해보는 놀이 활동도 좋고, 아이와 같이 간단한 음식을 만들거나 조리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음식을 만들어 줄 때 조리법을 다양하게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일 중요한 점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식사하면서 모범적인 식습관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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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지선) |
아이가 온종일 제 손가락과 엄마 머리카락을 같이 잡고 빨아요. 하도 잡아당겨서 빨아대니 제 머리카락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빠지네요. 못하게 하면 너무 자지러지게 울고불고하며 더 머리카락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잠잘 때는 물론 깨어 있을 때도 열심히 빨아댄답니다.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괜찮아질는지 너무 궁금해요. |
만 0~2세까지의 감각운동기는 아이들이 감각 능력과 운동 능력을 통합하여 주변 환경에 따라 행동하고 주변 환경을 알아가도록 하는 행동을 형성하는 시기입니다. 감각이란 촉각, 후각, 시각을 통칭하는데 이 중 영아기에 제일 중요한 것은 입, 손으로 탐색하는 촉각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입으로 사물과 환경을 탐구하고 학습하지요. 하지만 아이가 유독 손가락이나 머리카락에만 집착한다면 다른 사물에 대한 학습 기회가 부족하진 않은지 살펴보세요. 치발기나 이유식 숟가락 등을 주어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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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한정연) |
TV를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보려고 하고, 책을 읽을 때도 한없이 빠져들고, 그림 그리기도 자기가 질릴 때까지 온종일 그립니다. 아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끈기도 있는 것 같아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그냥 두는 게 맞는지, 아니면 시간을 나눠 계획적으로 교육시켜야 하는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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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한다고 뭔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 다른 것에는 통 관심을 두지 않다 보면 아이의 사회성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든가 TV나 게임을 온종일 하다 보면 엄마, 아빠,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할 시간이 그만큼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은 법입니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아이라면 그 이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놀이 시간을 정해서 놀게 하거나 엄마 아빠 또는 친구들과 함께 놀게끔 유도하고, 자주 외출하고 가족여행을 떠나는 등 아이가 다른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게 좋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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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선희) |
큰딸이 네 살 때부터 자신만의 보따리를 챙기길 좋아했어요. 가방에 풀, 색종이, 스티커 등을 담아 가지고 다녔는데, 제가 보기엔 잡동사니지만 정말 소중하게 아끼더라고요. 새로운 소중한 것이 생기면 어김없이 넣어두고요. 현재 초등학교 1학년인데도 여전히 자신만의 가방을 꾸려서 가지고 다닙니다. 쓰지도 않고 가지고 다니기만 하는 이런 심리,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아이가 자신의 것을 소중히 챙긴다니 자기 물건을 잘 간수하지 못하는 자녀 때문에 고민인 엄마들에게는 부러운 행동일 수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문제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혹시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경험이 없는지 확인해보고, 평소 부모가 정리 정돈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상실로 느끼고 이 상실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물건에 집착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소중한 물건을 담아둘 추억박스를 만들어 주시고 이 박스는 방에 두고 다니는 것이라고 약속해보세요. 만일 아이의 물건이 없어졌다면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소중하게 쓰일 거라든가 새로운 소중한 물건이 생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로 아이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게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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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서진영) |
아이가 이유식과 분유, 간식을 잘 먹고 토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요. 그런데 평소 그냥 있을 때 마치 입덧하는 것처럼 헛구역질을 하는데 눈이 빨개질 정도랍니다. 처음에는 놀라서 ‘안 돼’라고 말했는데 그냥 무심하게 놔두었더니 횟수가 약간 줄었어요. 하지만 외출했을 때 자꾸 헛구역질을 하니 사람들이 놀라서 쳐다보고 ‘괜찮아요?’라고 물어보니 너무 속상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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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과 분유를 잘 먹는 아이가 평소에 눈이 빨개지도록 헛구역질을 한다면 우선 소화불량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생후 10개월경 아이들은 소화기관이 완전히 발달되지 않아 이유식도 종류에 따라 소화가 잘되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기 때문이죠. 또한 드물게 이유식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면 엄마에 대한 관심 끌기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의 관심을 많이 받기 위해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우선 아이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을 살펴보고, 소아청소년과 검진을 통해 건강상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세요. 또한 아이와 엄마와의 상호작용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
글 | 김재훈(의정부아동발달센터ㆍ마석아동발달센터 소장) 김재훈 소장은 단국대학교대학원 사회복지 전공, 광운대학교대학원 심리치료를 전공하였으며, 아이들의 심리ㆍ언어ㆍ운동ㆍ발달에 대해 부모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아동발달센터 의정부연구소 소장, 한마음어린이집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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