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까기란?

금까기는 금요일에 가출하자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내일여행의 개별여행 브랜드이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원하는 일정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항공권이나 호텔, 교통편 등을 믿고 맡길 수 있어 보다 편리하면서도 알찬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물론 꼭 금요일에만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세계 35개 도시를 자유자재로 여행할 수 있으며 언제든 단 1명이라도 출발을 보장한다. 내일여행 금까기 상품은 동남아는 물론, 중국, 일본, 동남아, 미주, 대양주까지 모두 망라하고 있다.

이름이 같아서일까. 전미영, 문미영씨는 12살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틀어짐 없이 예쁜 우정을 쌓아 나가고 있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묶인 지 16년째인 두 미영씨는 어린시절 약속한 세계여행의 꿈을 위해 이번 마닐라 도전자유여행에 응모해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동화 그림 작가인 전미영씨와 모 스포츠지 기자인 문미영씨, 닮은 듯 다른 듯 여행 내내 오랜 우정을 과시하며 기자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연예계 동향에 밝은 문 기자의 입담에 모두들 귀를 쫑긋 세우며 다녔다는 후문도.

 

★ 마닐라 여행기를 시작하기 전

1. 실제 여행은 8월2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었다. 24일 밤에 도착한 탓에 기사는 8월25일을 여행 시작 일로 삼아 2박3일 일정으로 구성했다. 독자들은 27일 오후 보라카이로 떠나 추가로 4일을 더 머물렀다. 내일여행에서 판매하는 마닐라 금까기 상품은 2박3일 기준 42만9,000원부터.
2. 도전자유여행 원칙상 독자들이 일정을 짜도록 되어 있지만 이번 마닐라 여행의 경우, 독자와의 논의를 거쳐 일부 코스를 주최측에서 마련한 일정에 따라 진행했음을 밝힌다. 첫째 날과 둘째 날 팍상한, 따가이따이 투어, 중·석식, 스파 코스를 필리핀관광청에서 후원했다.
3. 기사 흐름 상 문미영씨와 전미영씨의 호칭을 각각의 성을 따 문, 전으로 줄여 사용했다. 두 명의 미영씨를 지칭할 때는 미영s라는 문법 무시 애칭을 썼다.

 

전날 밤에 도착해 몹시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문과 전은 아침 나절부터 부지런히 길을 나선다. 마닐라에 오면 한번쯤은 가봐야 한다는 팍상한 폭포 투어를 위해서이다. 마닐라에서 1시간이 좀 넘는 외곽에 떨어져 있지만, 서울만큼이나 심하다는 마닐라 교통 체증에 걸리면 2-3시간은 훌쩍 넘겨 버리기 때문에 아침부터 바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

차에 오르자마자 이른 아침부터 그녀들의 수다가 시작된다. “전, 저것 좀 봐. 저게 지프니라는 건가 봐. 신기하게도 생겼네?”, “어머, 이 거리는 우리 옛 시골길 같다. 시내에서 벗어나니까 분위기가 확 다르네.” 조잘조잘 수다가 끊이지 않는 사이, 어느덧 차는 팍상한 투어가 시작되는 한 리조트 입구에 닿았다.

팍상한 투어 - 우레처럼 쏟아지는 바닐라 빛 폭포수

팍상한 투어는 필리핀 전통 배인 작은 방카를 이용한다. 좁고 기다랗게 생긴 배 위를 아무 생각 없이 올라탔다가는 심하게 기우뚱거리는 통에 깜짝 놀라고 만다. 보통 사공 2명에 손님 2명, 4명이 한배에 타는데 서로간에 균형을 잘 잡기만 하면 그렇게 위태롭지만은 않다.

팍상한 폭포를 보기 위해서 배는 마치 연어처럼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동력 보트가 앞에서 끌어 주더니 이내 보트가 다닐 수 없는 여울목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른바 보트맨이라 불리는 사공 아저씨들의 괴력(?)이 발휘되는 순간. 바위 틈새며 높게 턱이 진 곳들이 앞을 가로막으면 날다람쥐처럼 여기저기 바위 틈들을 디뎌 가며 배를 끌어올린다. 그 신들린 솜씨에 문과 전, 두 여자는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다. “아저씨 너무 힘드시겠다. 근데 정말 대단해. 그치?”, “왠지 편히 앉아 있는 게 조금 미안해 지기도 하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배는 점점 상류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류에 가까워질수록 주변 풍경도 원시림으로 변해 간다. 가파르게 솟아오른 절벽들과 흩뿌려지듯 떨어지는 물방울들, 잔뜩 이끼가 낀 나무들 사이로 나비들과 잠자리들이 날아다닌다.

몽롱한 기분에 잠길 무렵, 어디선가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마침 배도 종착지에 다다랐다. 오지 탐험이라도 하듯 한 발 한 발 바위 계단을 따라 오르던 문과 전. 갑자기 “와!” 하며 탄성을 내지른다. 바닐라 빛 폭포수가 세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물에 석회질이 함유되었기 때문인지 물빛이 맑으면서도 뿌옇게 보인다. 태고적 원시림 한가운데 와 있다는 느낌에 기분조차 묘하다.

좀더 모험심을 발휘한다면 폭포수 안까지 뗏목을 타고 들어가 볼 수 있다. 문과 전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간다면 아쉽잖아!” 하며 의견 일치를 본다. 물에 젖을 각오를 하고 뗏목에 올라탄 문과 전, 오지 탐험가 저리 가라다. 점점 멀어지는 미영s. 몇 분 후 다시 돌아왔을 땐, 온몸이 쫄딱 젖어 이전의 그녀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표정만큼 그처럼 즐거울 수 없다. “뭐 젖긴 했지만, 진짜 재밌다구요!”

혹여나 물 세례가 두려워 폭포 탐험을 포기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올라오는 길이 거칠었던 만큼 내려가는 길목은 거의 래프팅 수준이다. 이리저리 물이 튀니 또한 흠뻑 젖기 마련. 이래저래 젖는 건 마찬가지니 차라리 폭포 탐험으로 추억거리라도 하나 더 남기는 것이 남는 장사다. 현명한 그녀들에게 박수 갈채를!

info 팍상한 폭포는 마닐라에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대부분 강변가에 자리한 리조트들이 팍상한 방카 투어를 겸하고 있다. 투어는 약 2시간 정도 걸리며 1인당 15달러 정도. 투어가 끝난 뒤 보트맨들에게 1달러 가량 팁을 주는 센스를 잊지 말자. 배에 기념품을 싣고 다니는 수상 가게들은 바가지를 쓸 위험이 있으니 흥정은 필수!

산 미구엘 맥주 한잔에 추억이 깃들고

1. 호기심 많은 전미영씨. 마치 진짜 장을 보러 온 듯. 현지인들에게 이것저것 묻고 있다.
2. "이거 새우랍니다. 통통한게 맛나 보이나요?" 각종 수산물들이 가득한 시장
3. "음, 바로 이 맛이야!" 문은 지금 "게 요리" 시식중 -
4. 포근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아드리아티코 카페"

비록 첫날이긴 하지만 이 좋은 기분에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가 아쉽다. 카페와 클럽들이 많다는 말라떼 거리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낯설고, 조금은 어두워 보이는 거리이지만 그래서 이국적인 내음이 더한가 보다. 말라떼 거리 자락에 오롯이 자리한 아드리아티코 카페. 마닐라에서 꽤 오래된, 유명한 카페라고 한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지만, 들어서니 낯선 곳 답지 않게 포근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든다.

“은근히 분위기 있는데.”, “마닐라, 어떨까 했는데 괜찮은 것 같아.” 필리핀 특산품인 산미구엘 맥주 한잔씩 따라 놓고 미영s는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하루종일 이야기해도 끊이지 않는 둘의 대화. 밤이라 더 낭만적이 된 탓일까, 아니면 맥주 기운이 도는 탓일까. 대화 주제는 어느새 이상형, 연애, 결혼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기자들도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상형? 친구처럼 취미 생활도 같이하고, 문화도 좀 즐기고, 함께 대화도 많이 나누는 그런 사람이 좋은데.”,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꼭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예전에 소개팅을 한번 했는데…” 등등. 그 낯선 카페에서 여자 셋과 남자 하나가 끊어질 듯, 이어질 듯 끝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맥주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마닐라의 밤에 취해, 오늘 하루도 추억의 책갈피에 아름답게 남겠지.

시푸드 레스토랑 - 푸짐하게, 혹은 내 맘대로 골라 먹기

마닐라에서의 첫날 저녁. 섬나라에 온 만큼 신선한 시푸드(Sea Food) 한 접시 맛봐야 하지 않겠는가. 문과 전이 찾아간 곳은 우리로 치면 수산물 시장 같은 곳. 이곳에서 재료를 고른 후, 근처 레스토랑에 맡기면 원하는 대로 음식을 조리해 준다.

시장에는 없는 게 없다. 새우, 꽃게, 오징어, 각종 생선들…. 전은 커다란 바닷가재를 들고 즐거워한다. “음, 알록달록한 게 이거 맛있어 보이는 걸”, “이것 좀 봐, 진짜 크기 않아?” 활기찬 시장 분위기와 더불어 문과 전은 벌써 마음부터 들뜬다.

잔뜩 시장을 본 재료들을 요리사에게 맡긴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나, 둘씩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매콤달콤하게 버무려진 게 요리와 한 접시 가득 담겨 나온 삶은 새우, 새큼한 맛이 일품인 조개 수프, 야들야들한 오징어 구이까지 여기저기 젓가락질이 바쁘다. 게 요리는 진짜 우리 입맛에 딱 맞는다. “아니, 이거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소스에 밥 비벼 먹어도 되겠는 걸.” 전은 맛있다며 벌써 몇 번째 소스만 덜어다 밥에 슥슥 비벼 먹는다. “어머, 한국에서 이렇게 먹으면 한 사람당 몇 만원씩은 나올 텐데, 진짜 싸다. 엄마랑 한번 꼭 와야지.” 문은 다음번 마닐라 여행에는 엄마와 함께 와야겠다며 매니저에게 연락처까지 받아 놓는다.

밤바람 솔솔 불어오고 눈앞엔 푸짐하게 차려진 맛깔스런 음식들이 차려져 있으니, 이 어디 산해진미가 부러울까. “맛있다!”, “행복해!”를 되뇌이며 시푸드 먹기에 몰두하는 그녀들. 진짜 행복해 보이는 저녁이다.

 

따가이따이 - 안개 속에 푹 파묻힌 타알 호수와 활화산

첫째 날 밤 너무 무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선 미영s. 오늘은 따가이따이 투어를 가기로 한 날이다. 팍상한과 마찬가지로 시 외곽에 위치한 따가이따이는 한나절 투어 코스로 마닐라에 오는 이들이라면 둘 중 하나는 꼭 보고 간다고.

하지만 그날따라 왠지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한두 방울씩 내리던 비는 마닐라 시를 벗어나면서부터 더 굵어지고, 급기야 따가이따이에 도착해서는 우산이 필요할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쩌나, 비가 내리는데. 안개가 너무 짙어서 아무것도 안 보이네.” 문이 안타까워한다. 따가이따이에서 꼭 봐야 할 것이 타알 호수 속에 살아 숨쉬는 활화산이 떠 있는 광경인데, 안개 때문에 호수가 흐릿하게만 보인다. 날씨가 맑았다면 과연 어떤 비경을 펼쳐내 보여 줬을까. 궁금증만을 안고 돌아서야 하는 게 아쉽기만 하다.

 

info 마닐라에서 따가이따이까지 보통 2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체증만 피한다면 1시간 정도. 호숫가 주변 승마 체험은 1시간에 1인당 200페소(약 4,000원) 정도.

 

그리고 숨겨진 비밀의 화원

돌아오는 길, 식사도 할 겸 허브 화원에 들렀다. 작고 아담한 허브 정원은 은은하게 퍼지는 허브 향과 아름답게 핀 꽃들이 어우러져 마치 비밀의 화원에라도 온 듯한 분위기다. 허브에 취해, 꽃 향기에 취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예쁘게 꾸며진 간이 쉼터에 앉았다. 문득 돌아보니, 문과 전의 손에 베개가 하나씩 들려 있다. “우리 말야, 어릴 적 생각하면서 베개 싸움 한번 해볼까?”, “감히 나에게 도전한단 말이야. 어디 한번 맞아 보시지!” 마치 어린애처럼 두 명의 미영이 투닥투닥 베개 싸움을 시작한다. 서로가 웃고 떠들며 베개 싸움을 하는 그녀들에게서 어린 시절의 그리움이 진하게 느껴진다.

이곳은 오로지 채식들로만 이루어진 건강 식단을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먼저 신선한 샐러드. 갓 따 온 듯 신선한 야채들과 과일, 드레싱을 곁들여 놓으니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막 구워 낸 따끈한 빵까지 곁들이면 이것만으로도 행복한 만찬이 된다. 여기에 메인 코스로 연어를 곁들인 버섯 스파게티가 따라 나온다. “음, 소스가 두 개인데. 하나는 우리 짜장 소스 맛인데? 토마토 맛 소스도 괜찮고.” 나름대로 품평을 해본 문과 전, 푸짐하고 맛있는 점심이라는 데 완전 의견 일치. 게다가 다이어트까지 도움이 되는 건강식이라니 일석이조 아닌가. 여자들이라면 꿈꿀 만한 근사한 런치란 말씀.

info 점심 세트 메뉴 1인당 500페소(약 1만원), 부가세, 봉사료 별도. 치킨(450페소, 약 9,000원)이나 연어(250페소, 약 5,000원) 요리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다.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는 아침 메뉴도 있다. 350페소(약 7,000원). 63-917-533-5140, www.sonysagarden.com

 

디스커버리 스위트 따가이따이

타알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Discovery Country Suites의 야외 정원에서 식사나 차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스페인, 태국, 일본 등 각기 다른 컨셉으로 꾸며진 7개의 객실 중 나만의 룸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따가이따이에서 하룻밤을 훨씬 로맨틱하게 만들어 주는 팁이다. 숙박은 1만-1만5,000페소(약 20만-21만원), 부가세, 봉사료 별도.6346-413-4567, www.discoveycountrysuite.com

여자들만의 여행에 있어서 쇼핑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이다. 더구나 마닐라는 쇼핑 천국이란 표현이 꼭 들어맞는다. 쇼핑몰들 규모와 내용 면에서 오히려 우리를 훨씬 압도한다. 이 중에서도 최근 문을 연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는 가히 아시아 최고라고 할 만한 규모를 자랑한다. 필리핀 유명 체인 쇼핑 몰인 SM 계열로 백화점 몇 개를 이어 붙인 듯하다. 물론 안에는 없는 게 없고, 이리저리 둘러만 봐도 하루 해가 다 갈 정도로 푸짐한 쇼핑 메뉴들로 가득 차 있다. 넓고도 넓어 까딱하다간 동행과 헤어지기 십상이다. 문과 전, 손을 꼭 붙잡고 몰 탐험에 도전해 봤다.

 

아기다리고리다리던 스파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돌아다니느라 몸이 축 늘어진 미영s. 이들을 위해 필리핀관광청에서 특별 코스를 마련해 놓았다. 바로 스파 타임! 고된 여행길에서도 진정 나를 위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문과 전이 찾은 곳은 마닐라 번화가인 말라떼 거리에 위치해 있는 스파 전문점 쌍뚜와리우이다. 건물 입구에서부터 은은한 아로마 향기가 풍긴다.

가운을 갈아입고 나오니 직원이 야외 자쿠지로 안내해 준다. 먼저 스파를 받기 전 준비 단계로 자쿠지 안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쌓였던 피로를 푼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피로가 사르르 녹는 기분이다. 여기에 차 한잔 마시면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밤인 데다 자쿠지가 야외에 마련되어 있어 그 운치가 더 그윽하다. 문과 전은 벌써 그 분위기에 젖어든 모습이다. 몸을 좀 이완시킨 후에, 사우나를 차례로 돌고 나오면 마사지를 받을 준비는 끝난다. 다음은 전문 마사지사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그저 부드러운 손놀림을 따라 편안히 쉬어 주면 된다.

문과 전이 받은 스파 프로그램은 아로마 테라피. 아로마 오일을 이용해 온몸 구석구석 마사지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1시간이 넘게 온몸을 맡겨 놓았더니, 마사지가 끝나고 나서는 내 몸이 아닌 듯 더 노곤해지는 기분이다. 그 비싼 아로마 오일을 어찌나 듬뿍듬뿍 발라 줬는지 피부도 실크처럼 매끄럽다. “피곤이 싹 풀리는데, 너무 기분 좋다.”, “이런 데 매일 와서 받을 수는 없을까?” 문과 전, 어느새 스파 예찬론자로 변신해 있다. 단지 문은 마사지사 손길이 조금 약했다며 타이 마사지가 자신에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물론 쌍뚜와리오에서도 타이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마닐라 두 번째 밤을 럭셔리하게 마무리한 그녀들. “아무래도 오늘 밤엔 환상적인 꿈을 꿀 것 같단 말이야.”

info 영업 시간: 일-목요일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금-토요일 새벽 3시까지. 스파 가격은 코스마다 다르다. 1시간짜리 스웨덴식 아로마 테라피는 1,020페소(약 2만원), 타이 마사지는 900페소(약 1만8,000원원)이다. 12% 부가세가 붙는다. 632-450-1127, www.sanctuario.com.ph

마닐라에서 마지막 하루. 그것도 오전 나절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두 명의 미영. 기자의 권유로 코코넛 팰리스를 한번 가보기로 했다. 필리핀 문화센터 복합단지 안에 있는 코코넛 팰리스는 코코넛 나무를 주제로 한 독특한 공간. 택시를 타고 내릴 때까지는 마음이 부풀었는데, 이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이 하필이면 문을 닫는 일요일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저 굳게 닫힌 철문 너머로 얼핏 보이는 건물을 한번 바라본 후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는 말씀.

그래서 다음 코스로 선택한 곳이 마닐라 비즈니스 및 쇼핑 밀집 단지인 마카티 지역. 글로리에타나 그린벨트, 랜드마크, 러스틴 백화점 등이 모여 있는데다, 아얄라 박물관, 그린벨트 공원 등 왠만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그린벨트 공원은 도시 속 녹지 지대라고나 할까. 푸른 녹지와 분수가 어우러져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 준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전은 시간이 가는 게 아쉬운지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을 남기기 바쁘다. 초콜릿 퐁듀 전문점도 한 번 기웃거려보고, 아얄라 박물관 앞에서 기념 사진도 한 장씩 남긴다.

한참을 돌아다니던 미영s’는 어느 한 카페 노천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살짝 허기진 기운을 달래려 샌드위치와 피자를 주문한 문과 전. 커피 한 잔씩 시켜놓고 한 낮의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기분들이다. 2박3일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 아직 못 가본 곳도 많은데 말이야”, “나도 그래. 처음엔 잘 몰랐는데 다니다 보니 마닐라도 참 멋진 곳인 것 같아. 다음에 꼭 다시 오자구.”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운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마닐라를 거쳐 또 다른 여행지로 떠난다는 그녀들. 16년을 쌓아온 우정’ 안에는 아마도 마닐라에서의 추억 또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겠지.

★ 여자들을 위한 마닐라 추천 코스

- 2박3일 코스

1일 마닐라 시내 투어(인트라무로스, 리잘 공원, 코코넛 팰리스 등)-마닐라 베이 워크 노을 감상-시푸드 레스토랑-필리핀 어메이징 쇼 관람-클럽 탐험
2일 팍상한 폭포, 따가이따이, 빌라 에스꾸데로 등 외곽 투어-스파나 마사지-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하루 마무리
3일 마카티 쇼핑센터 혹은 SM몰 등 쇼핑

- 3박4일 코스

1일 마닐라 시내 투어(인트라무로스, 리잘 공원)-말라떼 거리 탐험-마닐라 베이 워크 나이트 투어
2일 팍상한 폭포-시푸드 레스토랑-클럽 탐험
3일 따가이따이나 빌라 에스꾸데로 등 외곽 투어-스파나 마사지-필리핀 어메이징 쇼 관람
4일 마카티 쇼핑센터 혹은 SM몰 등 쇼핑

 

오후 3시, 보라카이 행 국내선 비행기에 오르며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됐다. 보라카이에서는 지켜보는 눈이 없기 때문인지, 한국에서 마닐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보라카이 행을 결정했을 때 주변에서 정말 많이들 부러워했다. 전과 나 둘 다 보라카이는 초행길이고 사진으로 본 풍경은 현실감이 떨어졌기에 그 많은 부러움에 대한 체감 온도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무덤덤히 보라카이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보라카이에 도착한 순간, 우리는 깨달았다. 우리는 한폭의 멋진 풍경화 속에, 아니 한편의 로맨틱한 영화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영롱한 바다 빛과 산호가 만들어 놓은 모래사장, 맛있는 해산물 요리와 즐거운 수상 스포츠까지 모든 것이 완벽 그 자체였다.

 

보라카이에서 꼭 해야 할 3가지

우리는 그곳에서 꼭 해야 할 3가지 일을 정해 놨다. 첫째는 정말 맛있다는 망고 쥬스 한잔을 들고 바닷가를 바라보며 나는 책을 읽고 전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둘째는 각종 해산물을 비롯해 맛있는 걸 많이 먹으며 몸 보신을 하고, 더불어 필리핀 친구들도 사귀어 보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호핑투어, 스킨스쿠버 등 수상스포츠를 즐기자는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기쁘겠느냐만, 숙박지도 정해 놓지 않고 간 우리의 무모함 덕에 첫날 일정은 보라카이에 대한 설렘보다는 노숙에 대한 불안감에 떨게 됐다. 다행스럽게 마음씨 좋은 한국인 부부를 만나 서양인들이 많이 머무는 조용한 리조트에 짐을 푼 우리는 한걸음에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바비큐 폭립을 먹으러 달려갔다. 이렇게 몸 보신을 하자는 두번째 계획이 바로 실현된 것이다. 어둑어둑해진 바닷가라 물빛이 보이지 않지만 찰싹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저녁식사를 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

둘째 날, 자명종도 없이 오후 8시도 되지 않아 눈이 떠지는 걸 보니 우리가 급하긴 급했나 보다. 전과 난 수영복을 챙겨 입고 단숨에 바닷가로 달려 나갔다. 한번에 풍당 뛰어들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바닷 빛, 그 설렘을 천천히 느끼고 싶어 발만 담근 채 사진만 찍어댔다. 그리고 첫 번째 미션, 망고 쥬스를 시켜 놓고 한가로운 여유 즐기기를 시작했다. 보라카이에서 유명하다는 스테이크 하우스의 망고 쥬스를 시킨 우린 바닷가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책도 읽고 바다도 바라보며 그렇게 한나절을 보냈다. 전화기도 시계도 없기에 우리는 온전히 배꼽시계에 의지해 하루를 보냈다. 매일 수다를 떠는 우리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떠는 수다의 맛은 더욱 남달랐다.

보라카이 체류 중 두 번째 미션이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 같다. 우리는 매끼 과하다 싶은 정도의 해산물과 스테이크, 중국 요리 등을 먹었고 저녁 식사 후에는 맥주 한잔 마시기 위해 바를 찾았다. 그 덕에 많은 필리핀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필리핀 여성들은 우리에게 많은 호기심을 보이며 말을 걸어 왔고 우리 또한 적극적인(?) 모습으로 그들과 금세 친해졌다. 필리핀 친구들은 한국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를 드러냈고, 우리는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그들의 호기심을 풀어 줬다. 그들과의 만남은 보라카이에 있는 동안 계속되었다. 역시 여행의 묘미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다른 생김새와 언어,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결혼과 일과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젊은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친구가 되기에 더없이 충분한 조건이었다.

세 번째 미션은 사실 순탄치 않았다. 배 멀미가 심한 전으로 인해 반나절짜리 호핑투어를 마친 후 다른 수상 스포츠를 하기가 힘들었던 것. 대신 우리는 모래사장 주변 해변 근처에서 수영을 하고 바다를 보며 마사지를 받는 것으로 세 번째 미션을 대신했다.

*보라키아편 글과 사진은 문미영, 전미영씨가 직접 썼음을 밝힙니다.

 

★ 1년의 피로가 단번에 날아가다 미영s’의 여행 후기

이번 마닐라 여행과 더불어 보라카이에서의 4일은 12개월어치의 피로를 확실히 씻어 줄 만큼 강력했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바다 색은 눈의 피로와 마음의 피로까지 날려 버렸다. 열대어들과 함께 수영하며 형형색색의 산호들을 가까이서 보는 것, 마사지를 받으며 보라카이의 석양을 보는 것 역시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오래 기억될 것은 그 아름다운 곳에서 우리 둘이 함께 보냈다는 사실이다. 오랜 기간 알아 온 우리지만 새로운 곳에서 함께했던 추억은 둘 사이에 묘한 유대감을 더해 줬다. 이전 16년을 되새기며 이후 많은 날들을 함께할 동력이 되리라. 많은 것이 닮아 있는 우리는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부모님 모시고 다시 이곳에 함께 오자!”

★ 필리핀의 명, 지프니(Jeepney)와 트라이시클

필리핀의 상징이자 명물이 된 교통수단이 있으니 바로 지프니(Jeepney). 바퀴 달린 민속예술’이라 불리는 지프니는 필리핀에만 있는 이색 교통수단이다. 미군이 쓰던 지프를 개조해 최대 15명까지 탈 수 있도록 만든 단거리 버스로, 행선지는 차 앞머리에 크게 써 있다. 지프니가 더욱 유명해진 것은 화려한 외관과 외관에 어울리는 요란한 소리 때문. 빠라빠라빠라빰 경적을 외치며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정원보다도 훨씬 많은 수의 사람들을 태우고 아슬아슬하게 차 사이를 누비며 달리는 지프니를 보면 마침내 필리핀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요금은 기본 1km당 2.5페소 정도. 이후 1km마다 1페소 정도가 증가한다.

지프니와 함께 필리핀의 명물로 꼽히는 트라이시클(Tricycle)은 오토바이 오른쪽에 사이드카를 단 삼륜 자동차로 소형 택시와 같은 교통수단이다. 마을과 마을, 타운 내에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이용한다. 요금은 흥정하여 정하는데 최저 1인당 2.5페소 정도. 좁은 골목길 사이를 누비며 원하는 곳에 내려 준다.

 
콘텐츠/내일여행 제공
(개별여행 즐겨찾기 내일여행, www.naeiltour.co.kr)
<저작권자(c)내일여행&트래비, 콘텐츠 재가공 후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