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SL90QD(이하 SL90으로 통칭)는 LG에서 처음 발표하는 엣지(Edge)형 LED 백라이트 방식 LCD TV 제품이다. 최근 CF에서 '보더리스 TV(Borderless TV)라는 명칭으로 광고 되는 바로 그 제품이다. '보더리스'란 TV 앞면이 베젤과 패널 간에 층이 없이 하나의 유리판으로 되어 있다는 뜻에서 붙인 말이다.

 

SL90은 또 매직 모션 리모컨(Magic Motion Remote Controller)를 이용한 3D GUI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해 손쉽게 전체 TV 채널을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는 멀티채널 브라우저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이다. 일단 위에 언급한 네 가지 요소들이 타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SL90은 현재 42인치과 47인치가 출시되었는데 아마 55인치 모델도 곧 나오지 않을까 예상된다. 비슷한 이름의 SL95QD 모델도 출시가 되었는데, SL90과의 차이점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현재까지 파악한 것으로는 제품 내부는 100% 동일하고 단지 외관에서 SL90이 블랙 프레임 모델인 것에 비해 SL95는 우드 톤의 붉은 색 패턴 무늬를 사용했다는 점만 다르다.

 

SL90은 120Hz 프레임을 지원하는 제품이며, 엣지형 LED 방식이기 때문에 로컬 디밍(Local Dimming)이 아닌 글로벌 디밍(Global Dimming) 방식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자동명암 조정' 기능을 강제로 상시 작동시키지는 않기 때문에 사용자 선택에 따라 디밍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외에 컬러 디캔딩, 절전기능, DivX/USB 지원, eyeQ Green 등 여러 자잘한 기능들이 있으나 이전모델에도 있었던 것들로 별로 새롭지도 또 중요하지도 않은 기능들이다.

 



 




▲ 후면의 USB 단자를 통해 디빅스  파일, 이미지  파일, 음악 파일 등을 재생할 수 있다.
이제 별도의 디빅스 플레이어는 구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제품이 출시되기 얼마 전 '보더리스 TV'를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그때 착각을 했었다. 보더(Border)가 없다는 말을 '베젤이 없다'는 말로 알아 들었다. 한 마디로 테두리가 없는, '무테 TV'라는 뜻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엣지형 LED 방식이란다. 어떻게 된 일이지? 프레임이 없는데 어떻게 엣지에 LED를 배치할까? 고개를 갸웃했다. 제품을 받아 보니 테두리(베젤)는 멀쩡히 붙어 있었다. 단, 베젤의 두께가 날씬하게 줄었다. 베젤이 날씬하면 디자인은 깔끔해 보인다. 그러나 사실 화질 차원에서는 좋은 것이 없다.

 

영화관에 가면 스크린 주변이 빛을 흡수하는 어두운 색 천으로 둘러 처진 것을 볼 수 있다. 극장 광고는 대개 1.78:1(16:9) 화면비인데, 영화 본편이 시작되면 화면비가 2.35:1로 바뀌게 된다. 이때 화면 위와 아래에 블랙 바(Bar)가 생기게 마련인데 이 블랙 바에 빛이 부딪혀 다시 영상 속으로 반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화가 시작되면 위아래로 검은 색 천이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화면의 상하좌우를 흡광(吸光)처리 하는 것을 '마스킹'(Masking)이라고 한다. TV는 가장자리의 프레임(베젤)이 이 마스킹 역할을 한다. 그래서 TV 프레임은 무광 소재로 짙은 색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프레임이 두꺼워야 마스킹 효과가 더 확실하다. 그러나 무광 소재는 반짝거리지 않아 눈에 잘 안 띄고, 두꺼운 베젤은 투박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가늘고 반짝거리는 베젤을 더 선호한다.

 



 




▲ 베젤 두꼐를 30mm로 얇게 하고 다이아몬드 글라스를 전면에 씌워 디자인을 부각시킨 보더리스 TV.
스탠드도 유리 소재로 만들어져 화면과 조화를 이룬다.


 



 

SL90은 보통 50mm 안팎이던 베젤의 두께를 30mm로 줄였다. 최신 소니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외관 상으로는 확실히 심플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그리고 패널과 베젤 앞을 한 장의 통유리로 덮어 버렸다. 따라서 눈으로는 패널과 베젤이 구별되지만 손으로 표면을 만져보면 둘 간에 경계가 없다. 그래서 '보더리스'라고 한 것이다. LG에서는 전면의 통유리를 '다이아몬드 글라스(Diamond Glass)'라고 부른다. 당연히 진짜 다이아몬드 일리는 없고, 다이아몬드처럼 견고하면서도 아름답다는 의미라고 한다.

 



 




▲ 엣지형 제품다운 얇은 두께는 보더리스 TV를 더욱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주변기기와의 연결이 용이하도록 측면에 HDMI 단자와 USB 단자를 장비했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성공했다. 슬림해진 베젤, 앞면의 통유리 모두 TV의 외관을 돋보이게 해준다. 게다가 앞면의 통유리 스크린은 반사형이다. 꺼 놓은 상태에서의 TV는 인테리어 가구의 하나이다. 그런 면에서는 반사형 스크린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화질 측면에서 보면 얇아진 베젤 못지 않게 앞면의 반사형 통유리도 신경 쓰인다. 유리 뒤쪽 패널에 맺힌 영상이 앞면의 유리를 통과할 때, 유리에 반사된 TV 앞의 피반사체의 방해를 받는다. 이 통유리 스크린 문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디자인 측면에서는 SL90의 최대 강점이요, 화질 측면에서는 SL90의 최대 약점이다.

 

 



 

LG에서 엣지형(Edge) LED 방식의 제품을 내놓을 것은 이미 예상했었다. 삼성에게 선수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선후(先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중에 만든 제품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어차피 엣지형 LED 백라이트 방식은 당분간 LCD TV에서는 대세(大勢)로 자리 잡을 기술이다. 소니든 LG든 삼성에 선수 뺏긴 것만 배 아파할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경쟁을 해 나가는 것이 보기도 좋고 또 옳은 방식이다. 마침 소니도 최근에 엣지형 LED 제품을 발표했다(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 1~2년 정도는 LG, 삼성, 소니의 빅3는 직하형(Direct) LED, 엣지형 LED, CCFL의 세 가지 방식을 모두 운용할 것이다. 그러다가 양산화로 LED 모듈의 가격이 낮아지게 되면 CCFL 방식이 먼저 퇴출 될 것이고, 이후 몇 년이 지나서 AMOLED TV가 보편화 되기 시작하면 아마도 직하 방식 LED가 먼저 퇴출될 것으로 짐작된다. 왜냐하면 젯지 방식은 가격과 디자인이 강점이고 직하 방식은 화질이 강점인데 AMOLED는 초기에는 가격이 아닌 화질이 주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AMOLED TV가 언제쯤 실용화 될 지는 알 수 없다. 대략 요즘 구매한 LCD TV가 수명을 다할 무렵보다 조금 앞서지 않을까 생각된다.

 

엣지형 LED 백라이트의 가장 큰 강점은 TV의 두께를 얇게 만든다는 점이다. 모듈이 패널 뒤가 아닌 가장자리 프레임 뒤에 배치되기 때문에 파워 서플라이, 튜너, 스피커 등의 두께만 줄이면 종잇장처럼 얇게 만들 수도 있다. SL90 모델 또한 두께가 30mm가 채 되지 않는다. 무게도 42인치 모델이 20kg, 47인치 모델이 24kg에 불과하다고 한다. 남성 한 명 또는 여성 두 명이 가뿐히 운반할 수 있는 무게다.

 



 




▲ 주요 영상 단자가 뒤쪽을 향하도록 돼 있어 돌출되는 케이블 단자 길이만큼 벽에 밀착시키기 힘들다.
삼성 LED TV처럼 진정한 '액자'식 TV 구현은 불가능한 게 흠이다.


 



 

그런데 왜 입출력 단자를 기존 TV처럼 뒤에서 앞쪽으로 꽂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두께가 얇아지면 벽걸이 TV가 될 수도 있고, 스탠드를 쓰더라도 최대한 벽에 붙이려 할 것이다. 기존 단자 형태면 케이블 커넥터가 벽에 부딪혀 꺾이기 때문에 바짝 붙일 수 없다. 당연히 단자를 본체와 180도 수평방향으로 밑에서 위쪽으로 꽂게 하던지 또는 측면에서 꽂게 만들었어야 했다. 지금 같은 구조는 나중에 단자를 바꿔 끼울 때도 불편해진다.

 

'얇은 두께'와 '전기값이 덜 드는 점'은 엣지형 LED 방식이 직하형 LED 방식과 CCFL 방식 두 가지 모두에게 앞서는 장점이다. 이 외에 엣지형 LED 방식은 CCFL 방식과 대비해서 잔상이 개선되고, 블랙이 안정된다는 장점이 있고, 직하형 LED 방식과 대비해서는 원가가 적게 들어 값이 싸다는 장점이 또한 있다.

 

사실 엣지형 LED 방식이 직하형 LED 방식보다 화질이 못하다고는 해도, 그 차이는 화질에 둔감한 사람들은 전혀 모를 수도 있는 정도다. 그래서 엣지형 LED 방식은 당분간 LCD TV의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LG의 첫 엣지형 LED 제품은 '절반의 성공'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두께를 줄인 점, 반응속도가 높아진 점은 성공했다. LG의 S-IPS 패널이 원래 반응속도나 잔상에서는 강점이 있기는 하지만 엣지형 LED를 사용함으로써 잔상이 더욱 개선되었고 포커싱도 한결 더 좋아졌다. 하지만 '블랙의 개선' 측면에서는 완전히 실패다. 로컬 디밍을 지원하는 직하형 모델 LH95는 LCD TV로서는 이례적인 수준의 깊은 블랙 레벨을 보여줬다. 비록 엣지 방식이라고는 해도 SL90 또한 LED 백라이트 방식이니 어느 정도 개선된 수준의 블랙이 나왔어야 했다. 그러나 SL90의 블랙은 CCFL 백라이트 방식 모델보다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이 점이 좀 아쉽다.

 

 



 

SL90은 새로 선보이는 아주 매력적인 기능을 한 가지 가지고 있다. 다른 요소들 다 제쳐놓고 오로지 이 기능 한 가지 만으로도 SL90의 구입을 고려할 만큼 멋진 기능이다. 바로 멀티채널 브라우저 기능이다.

 

SL90에는 세 개의 리모컨이 제공된다. 하나는 일반적인 리모컨이다. 두 번째는 채널, 음량, 전원 기능만 있는 자그마한 '간편 리모컨'이다. 간편 리모컨은 손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다. 보통 때에는 이거 하나면 충분할 것 같다.

 



 




▲ 보더리스 TV는 리모컨을 무려 3개나 제공한다.
좌측 리모컨은 어르신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필수 버튼만 내장한 간편 리모컨이며,
가운데는 모든 조작이 가능한 일반 리모컨, 우측은 게임기 위(Wii)의 리모컨처럼 사용할 수 있는 매직 모션 리모컨이다.
이 리모컨을 사용해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진동 기능도 지원한다.


 



 

그런데 또 하나가 있다.  일명 3D 리모컨이라 불리는는 매직 모션 리모컨이다. 이것의 조작 방법은 닌텐도 게임기 위(Wii)의 리모컨을 연상하면 된다. 사진처럼 길쭉하게 생긴 막대 모양의 리모컨을 쥐고 공중에서 상하 좌우로 움직이면 TV 화면 속의 포인터가 그에 맞춰 움직인다. 필자가 얼마 전까지 HTPC용으로 사용했던 자이로 공중 마우스와 동일한 원리다.

 

이 리모컨을 일반 리모컨처럼 쓸 수도 있다. 매직 모션 리모컨을 쓸 때에는 사진처럼 메뉴 화면이 큼지막하게 뜬다.  

 



 




▲ 매직 모션 리모컨을 사용하면 화면에 커다란 메뉴 GUI와 커서가 표시된다.


 



 

숫자 키를 누를 때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숫자 패드가 뜨기도 한다.

 



 




▲ 숫자키가 없는 매직 모션 리모컨을 사용할 때는 화면에 숫자 패드가 나타난다.


 



 

해당하는 곳에 포인터를 가져다 놓고 클릭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 리모컨보다는 다소 불편하다. 감도를 조정하는 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중을 휘젓는 손의 움직임이 아주 정세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반적인 메뉴를 조정할 때에는 매직 리모컨을 쓸 필요가 없다. 매직 모션 리모컨은 사실 멀티채널 브라우저와 콘텐츠 링크 등을 위한 것이다.

 

콘텐츠 링크 메뉴에 들어가면 사진처럼 여러 가지 선택 메뉴가 제시된다. 

 



 




▲ 콘텐츠 링크 메뉴 화면. USB에 담긴 동영상/음악/사진 파일 재생과 세계 시간 표시, 각종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세계 시간, 일정 관리, 멀티미디어 목록 관리 등의 기능이 있고 줄넘기, 두더지잡기, 스도쿠, 윷놀이, 장기, 오목, 퍼즐 맞추기, 쿵알 샷 등 총 8가지의 가족용 게임도 제공된다. 게임을 할 때에는 매직 모션 리모콘의 진동 기능도 작동한다. 이를테면 TV에 단순한 형태의 Wii 컨셉을 접목시킨 셈이다.

 



 




매직 모션 리모컨을 사용해 즐기는 두더지 게임 실행 화면.


 



 

 




▲ 많은 사람들이 고스톱, 장기 등 퍼즐 게임을 PC로 즐기지만 보더리스 TV는 TV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을 통한 대전 모드를 지원한다면 PC에 부담을 갖는 어르신들도 보다 손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 내장된 장기 게임 실행 화면. 매직 모션 리모컨의 동작에 익숙해지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매직 모션 리모컨이 가장 많이 쓰이는 기능은 역시 '멀티채널 브라우저' 기능이다. 우리나라는 케이블 방송 보급율이 85%가 넘는다. 대부분의 가정이 지상파 4개 채널 외에 70~100여개에 달하는 케이블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은 어느 채널이 무슨 방송국인지 일일이 기억도 못할 뿐 아니라, 현재 무슨 방송을 하고 있는지 알려면 하릴 없이 채널을 계속 돌려대야만 한다. 참 무료한 작업이다. 멀티채널 브라우저 기능을 쓰면 이럴 필요가 없다. TV는 각 채널의 현재 상황을 순식간에 검색한 후 해당 영상을 아이콘으로 만들어 아래 사진에서 보듯 일목요연하게 나타낸다.

 



 




▲ 실시간으로 여려 채널의 현황을 표시해 주는 '멀티채널 브라우저' 기능.


 



 

사용자는 목록을 보고 각 채널의 방송 내용을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다. 매직 모션 리모컨을 움직여 보고 싶은 채널의 아이콘에 포인터를 대고 OK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채널이 이동된다.

 

이 영상 채널 목록의 한 화면에 뜨는 채널의 수를 5개, 15개, 35개, 54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 중 첫 번째는 한 화면에 15개의 채널이 뜬 것이고, 그 다음은 54개의 채널이 뜬 모습이다.

 



 






▲ 케이블 TV를 포함해  수신되는 채널을 모두 한 화면에 띄워주는 '멀티채널 브라우저' 기능.
최소 15개부터 최대 54개나 채널을 표기해주기 때문에 보더리스 TV에서는 CF를 건너 뛰기 위해,
혹은 볼 만한 채널을 찾아 리모컨을 연타하는 일은 없어질 듯하다.


 



 

또 간편보기라는 브라우저도 있다. 다른 브라우저는 정지 상태의 아이콘만 화면에 나타나지만 '간편보기'는 메인 채널의 동영상을 그대로 감상하면서 다른 채널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때에는 5개의 채널의 아이콘이 화면 하단에 나타난다.  

 



 




▲ 방송 시청 중에도 설정한 5개 채널의 방송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채널 검색과 채널 전환도 꽤 빠르다. 단, 멀티채널 브라우저는 매직 모션 리모컨으로만 포인터를 조정할 수 있다.

 

멀티채널 브라우저는 아주 멋진 기능이다. 기다리던 프로그램이 지금 하는지 안 하는지, 또는 보려던 프로그램의 앞 부분 광고가 끝났는지 안 끝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리모컨의 채널 버튼을 수시로 눌러대던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수많은 케이블 방송국 채널 번호를 외워야 할 필요도 없다.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탐탁치 않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기능이 될 것이다.

 

 



 

아래는 SL90의 각 영상모드별 디폴트 상태의 밝기와 색온도를 측정한 표다. 일반적으로는 두 가지 모드만 쓰면 된다. '표준 영상' 모드는 일반적인 방송을 부담 없이 감상 할 때 선택하는 가장 범용적인 모드다. '전문가 영상' 모드는 두 개가 있는데 어느 것을 선택해도 관계 없다. 이 모드는 잘 갖춰진 환경에서 블루레이나 HD급 영화 등의 고화질 소스를 화질 따져가며 감상 할 때 선택하는 모드다. '영화' 모드가 별도로 존재하지만 '전문가 영상' 모드가 있으면 굳이 '영화' 모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표준 영상' 모드의 디폴트 백라이트 값은 70으로, 실측한 밝기는 220㏅/㎡(칸델라)였다. 가장 밝은 모드는 '선명한 영상' 모드인데 백라이트와 픽처(명암)가 모두 최대치인 100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상태에서의 100 IRE의 밝기는 340㏅/㎡로, 이것이 SL90이 표시할 수 있는 최대 밝기라고 하겠다. 물론 '선명한 영상' 모드는 사용하면 안 된다. 밝기가 지나칠 뿐 아니라, 밝은 쪽 디테일이 크게 뭉개져 매우 경박한 그림을 보여준다. '선명한 영상' 모드는 불빛이 환한 백화점 전시장에서 지나는 손님의 눈에 띄기 위해 애 쓸 때만 쓰는 모드다.

 

'표준 영상'의 밝기인 220㏅/㎡도 사실 좀 과다한 편이지만 화질 복잡하게 안 따지면 그냥 받아들일 만하다. 한편 '전문가 영상' 모드의 백라이트 디폴트 치는 30으로, 100㏅/㎡ 남짓의 밝기가 측정되었다. 이건 너무 어둡다. 리뷰용으로 받은 기기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보통 일반적으로 '영화' 또는 '사용자' 모드 등의 디폴트 밝기는 130~180㏅/㎡ 수준에서 설정된다. 그에 비해 너무 낮은 수치다. 전문가 영상 모드에서 백라이트 수치를 10단계씩 올려 밝기를 다시 측정해 보았더니 아래 좌측 사진과 같이 나왔다. 우측 사진은 전문가 영상 모드 내에서 색온도 모드를 바꾸어 측정한 색온도다(디폴트는 따뜻하게).

 

백라이트는 40~60 범위 정도가 적절하다. 필자는 백라이트 50, 100 IRE 밝기 155㏅/㎡를 기준으로 캘러브레이션을 진행했다. SL90에는 '시원하게', '표준', '따뜻하게'의 3가지 색온도 모드가 있다. 색온도와 밝기는 상관관계를 약간 가지고 있다. 하지만 SL90에서는 그다지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SL90의 디폴트 색온도 값은 '따뜻하게'가 6,100K 전후다. 표준인 6,500K 보다는 다소 낮다. 색온도 '표준' 모드도 8,100K로 타 제품에 비해 낮은 편이다. 어떤 모델은 '표준'(또는 '기본') 색온도의 실측 값이 10,000K를 넘기도 한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푸르딩딩'한 영상을 '표준'이라 부르게 되었고 또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올바른 표준 색온도는 6,500K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보통 '따뜻하게'라는 단어로 표현되는 색온도가 사실상 표준이다. 그 이상이 되는 색온도는 '표준'이 아니라 '시원하게' 또는 '차갑게' 등으로 표시 되어야 맞다. 그리고 '따뜻하게'라는 표현은 오히려 5,500K 쯤 되는 색온도에 적용해야 맞다.

 

화이트 밸런스에 블루 톤 비중이 커지면 영상이 청량감 있어 보인다. 원본 소스의 화이트 밸런스와는 분명 다른 그림이지만 일단 매장에 전시된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게 만드는 효과는 있다. 매장에서는 10,000K로 전시되든 말든 알 노릇이 아니지만 가정에서는 그렇게 보면 안 된다. 10,000K로 보다가 갑자기 6,500K로 보면 영상이 불그스름하고 칙칙해 보인다. 하지만 결코 '현재의 눈'에 속을 일이 아니다. 새 안경으로 바꾸면 처음에는 이상하다. 그렇지만 몇 시간만 지나면 오히려 예전 안경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며칠간 6,500K로 시청 하다가 다시 10,000K 영상을 보면 뭔가 경박하고 꾸며진 영상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따라서 가급적 6,500K에 가까운 색온도로 보는 것이 원칙이다.

 

 



 

SL90은 '높음', '보통', '낮음' 등 세 개의 감마 모드를 가지고 있다. 감마 모드는 고급설정에 들어가서 수정해야 한다. 백라이트의 밝기를 높이게 되면 전체 계조별 밝기도 따라서 변한다. 디폴트 백라이트인 30에서는 디폴트 값인 '보통'이 맞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백라이트를 50에 둔 상태에서 광량 측정기(미놀타 LS100)를 이용해 측정한 계조별 감마 값으로는 '높음'이 더 낫다고 판단된다.

 

가장 이상적인 감마 값은 2.20 전후다. '높음'은 평균 2.25, '보통'은 평균 2.12, '낮음'은 평균1.90 내외의 감마 값을 보여줬다. '높음'은 다소 어둡고, '보통'은 다소 밝다. '낮음'은 아예 얼토당토 안 한 값이다. SL90은 어차피 암부 계조가 안 좋으므로 이 부분을 제쳐두고 40 IRE 이상만 놓고 살펴보면 그래도 '높음'이 표준감마 값에 가장 근사하다. 그러나 '보통'도 크게 어긋난 값은 아니다. 우측 표를 참조하자.

 

사실 LCD, PDP 등의 플랫 패널 TV에서는 감마 값을 너무 엄격히 지키려고 할 필요는 없다. 빛 파장의 속성 상 동일한 제품, 동일한 밝기 모드에서도 실제 밝기는 조금 씩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도 LED 백라이트는 편차가 제일 작은 편이다.

 

CCFL 백라이트는 훨씬 더 심하다. 100 IRE 패턴 영상을 정지 상태로 10분 정도 놔두고 측정해 보면 10분 전보다 밝기가 10~30㏅/㎡ 정도 변하는 건 예사다. 하지만 LED 백라이트라고 해도 자동명암 조정 기능을 작동시키거나 로컬 디밍을 쓰게 되면 역시 감마 값은 신뢰성을 많이 잃게 된다. 픽셀 단위로 밝기가 조절되는 PDP는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SL90은 LED 백라이트를 사용했고 자동명암을 강제로 작동시키지 않는 제품이다. 따라서 다른 플랫 패널 제품들에 비해서는 밝기의 변동이 가장 적은 편이라 그만큼 감마 값에 대한 신뢰도는 높다고 하겠다.

 

 



 

LG의 최근 모델에 있는 '전문가 영상' 모드는 꽤 높은 수준의 화질 조정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SL90은 조정 결과의 정확도가 더욱 높은 편에 속한다. 사실 일반 유저들이 이 우수한 기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

 

SL90의 전문가 영상 모드는 구미 시장에서는 ISF 모드로 갈음된다. 미주와 일부 유럽 국가에는 ISF 캘러브레이터(ISF Calibrator)라는 디스플레이 기기의 화질을 전문적으로 튜닝 해주는 직업군이 있다. 디스플레이 기기의 '전문가 모드' 또는 '서비스 모드' 등에 접근한 뒤 보유하고 있는 전문 측정 장비를 이용해 화질 튜닝을 해주고 상응하는 용역 대가를 지급 받는다.

 

사실 알고 보면 ISF 캘러브레이터들의 장비나 영상에 대한 이해도가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오랫 동안 다양한 기종의 화질 튜닝을 해왔기 때문에 작업 숙련도가 높고 경험이 풍부해, 이들을 거치면 TV나 프로젝터의 화질 성능이 한 단계 나아지곤 한다.

 

LG TV의 전문가 영상 모드도 이들이 각 가정의 환경에 맞게 제품의 화질을 튜닝해 주도록 하는 모드다. 아쉽게도 국내에는 ISF 캘리브레이터가 없다(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몇 명 있기는 하나 대개 취미 차원이며 이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은 없다). 아직 국내는 시장 자체도 작고, 비싼 대가를 치르고 화질 튜닝을 할 만큼 하이엔드 유저들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LG TV의 '전문가 영상 모드'는 우수한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사장(死藏)되는 느낌이 있다.

 

전문가 영상 모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기능은 10 포인트 그레이스케일(Grayscale) 색온도 조정 기능이다. 각 계조별 색온도를 10단계의 밝기로 세분화해서 각각에 대해 RGB의 비율을 조정하는 것으로 정확도가 꽤 높다.

 

대개의 디스플레이 기기들은 2 포인트 그레이스케일 조정 방식을 채택한다. 밝은 쪽은 RGB 게인(Gain)으로, 암부는 RGB 바이어스(Bias)로 조정하는 방식이며, 간혹 어떤 기기는 딥 블랙(20 IRE 이하)만 조정하는 별도의 오프셋 기능을 추가해 3 포인트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플랫 패널 TV는 사실 그레이스케일 조정이 쉽지 않다. 조정을 해도 잘 맞지 않는다. 그러나 LG의 10포인트 그레이스케일 기능은 꽤 정확하다. 특히 SL90은 20~100 IRE까지 큰 오차 없이 조정한 대로 결과가 나타나 주었다.

 

또 다른 특기할 기능은 CMS(Color Management System) 기능이다. 메뉴 상에는 색상 조정이라는 항목으로 고급설정의 맨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요즘은 CMS 조정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들이 꽤 늘었다. 그러나 사실 CMS 조정 기능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 잘못하면 색상의 위치 값(Hue)이 틀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Hue를 맞추다 보면 색농도가 변해 '물 빠진 색'이 나오기도 한다. 어떤 제품의 CMS는 색조 조정 기능만 넣기도 하고, 어떤 제품은 톤과 광량을 함께 연계해서 움직이게 하기도 한다. 요즘 삼성, LG 제품에 많이 들어가는 '나만의 색상 만들기'류의 넌센스한 기능들도 따지고 보면 CMS의 변형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함부로, 기분대로,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LG의 CMS는 채도와 색조 두 가지 변수를 조절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채도는 'Saturation(새츄레이션)'이 아닌 'Luminence(루미넌스)'를 말하고, 색조는 'Contrast(콘트라스트)'가 아닌 'Tone(톤)'을 의미한다(용어 문제는 언젠가 한번 정리해야 할 과제다. 다소 뒤죽박죽인 감이 있다. 일단 지금은 그냥 표시된 용어를 인정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색조보다는 채도 조정이 훨씬 더 유용하다. RGB(1차 색상-원색)와 YCM(2차 색상-1차 색상의 혼합으로 이루어진다)의 농도를 조정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정확한 컬러 매트릭스의 구현이 가능해진다. 또 색조 조정은 값을 크게 바꾸면 'Saturation'이 흐트러질 염려가 있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미세조정을 할 경우 살짝 틀어진 정도의 휴(Hue) 값은 바로 잡아준다. (그러나 Saturation 조정에 사용하면 부작용만 일으키게 된다.)

 

10 포인트 색온도 조정 기능과 채도와 색조 두 요인을 별도로 컨트롤하는 CMS 기능 두 가지만 가지고도 SL90은 꽤 정교하게 화질을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전문 장비와 이론을 갖추지 못한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는 이 기능이 '그림의 떡'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제품 간의 편차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필자가 리뷰용으로 들어온 SL90 제품을 가지고 정밀 조정을 해서 이상적인 캘러브레이션 값을 얻었다고 해도, 그 값이 과연 또 다른 SL90 제품에도 동일하게 들어 맞느냐 하는 점이다. 들어 맞는다면 이 리뷰가 SL90 사용자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는 보장이 없다. 필자가 SL90 제품을 한 10대쯤 받아서 테스트 해 본다면 그렇다, 아니다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텐데 그럴 수 없으니 어떤 보장도 못한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SL90은 서로 다른 두 대의 제품을 따로따로 테스트할 기회가 있었다. A 제품의 캘러브레이션 값을 B에 대입했더니 신기하게도 거의 들어맞았다. 일단 두 대의 제품 간 편차는 무시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단 두 대로 얻은 결과를 섣불리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이 점이 딜레마다. SL90을 조정한 캘러브레이션 값은 각 해당 항목을 언급할 때 다시 서술토록 하겠다.

 

 



 

먼저 전문가 영상 모드에서 디폴트 상태의 그레이스케일을 측정해 보았다. 그 후 앞서 소개한 10 포인트 색온도 조정 기능을 이용해 6,500K에 맞게 켈러브레이션을 했다. 아래 표의 좌측은 디폴트 상태에서의 각 계조별 색온도이고, 우측은 캘러브레이션을 마친 뒤에 다시 측정한 계조별 색온도다. 표에서 δE(Delta Error)는 RGB 각 좌표 값이 표준 D65 좌표 값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표시해 주는 것으로, δE이 0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디폴트 상태에서의 SL90의 그레이스케일은 전체적으로 색온도 6,100K 정도로 표준인 6,500K보다 낮은 편이다. 그러나 20~100 IRE의 전 범위에 걸쳐 계조별 색온도가 모두 일관된 편이라는 점은 다행이다.

 

아래의 RGB 히스토그램을 보자. Red가 전체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계조별로 라인이 들쑥날쑥 하지는 않다. 평탄하게 일직선을 이루고 있다. 색온도가 표준보다 약간 높거나 낮더라도 이렇게 평탄성을 유지하고 있으면 밝기에 따라 색온도가 울긋불긋한 변하는 일이 없다. 또 색온도 조정 기능을 가지고 조정하기도 용이해진다.

 




 

10 포인트 색온도 조정 기능을 이용해 조정한 결과는 예상보다도 훨씬 훌륭했다. 20 IRE 이하 블랙 레벨은 조정도 불가하고 어차피 플랫 패널에서는 완벽히 통제가 안 되므로 어느 정도 포기하고 들어간다. 그러나 SL90은 20 IRE 이상의 레벨에서 거의 전 대역에 걸쳐 δE가 0을 나타낼 만큼 완벽한 Grayscale을 보여 주었다. LG의 타 모델들도 동일한 메뉴가 있지만 이만큼 그레이스케일이 잘 맞지는 않았다. 아마도 필자가 테스트 했던 플랫 패널 디스플레이 기기 중에서는 파이오니아의 쿠로 9세대 PDP를 제외하고는 이만큼 정확하게 그레이스케일이 잘 맞는 제품을 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캘러브레이션을 마친 뒤의 RGB 히스토그램은 아래와 같다.

 




 

x축 맨 좌측이 20 IRE 부분인데, 이 부분에서만 RGB 간에 약간의 이격이 보일 뿐 다른 대역은 RGB 간에 이격이 거의 없다. 모두 가운데 6,500K 표준 값 비율에 일치하고 있어 한 개의 Blue 라인(RGB가 겹쳐지면서 가장 짙은 Blue Line만 드러난다.)이 길게 형성되고 있다.

 

SL90은 기본적으로 계조 표현력이 매우 우수하다. 그런데 그레이스케일 조정을 마친 뒤의 영상은 한층 더 색 계조력이 돋보인다. 원래 색온도의 균일성이 보장되면 영상이 한층 자연스러워지게 되고, 색계조도 더 정세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확실히 SL90은 색 계조력과 질감 표현 능력에서는 경쟁사 제품보다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블랙 쪽은 완전 '취약지역'이다. 기본적으로 블랙이 너무 뜬다. 그렇다 보니 계조고 뭐고 따질 상황이 아니다. 한 마디로 딥 블랙 쪽은 계조를 논하기 전에 일단 레벨부터 제대로 잡아 놓고 볼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 블랙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논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래는 SL90의 10 포인트 IRE 조정 기능을 이용해 화이트 밸런스를 조정한 값이다. 아래의 값을 사용자의 기기에 입력하려면 '영상모드-전문가영상1/2-고급설정-색온도' 항목에 들어가 조정 방식을 '2 포인트'가 아닌 '10 포인트'로 바꾼 뒤 커서 키로 10~100 IRE를 옮겨가며 아래의 RG,B 수치를 지정해 주면 된다.

 




 

언급했듯이 동일 모델이라 하더라도 제품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에 위의 수치가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예전에 CCFL 모델인 LG의 스칼렛 2 두 대를 테스트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두 대의 튜닝 값이 완전히 달랐다. 다행이 이번에는 서로 다른 루트를 통해 입수한 두 대의 제품이 거의 비슷한 세팅 값을 보여 주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따라서 독자들은 위의 캘러브레이션 수치를 단지 참고로만 생각하기 바란다.

 

 



 

대개의 제품들이 그러하듯이 SL90도 '표준'과 '와이드' 두 개의 색영역 옵션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 영상' 모드는 '표준'이 디폴트지만 '표준 영상' 모드는 '와이드'가 디폴트다. 그런데 SL90의 색 영역을 컬러 어널라이저로 측정해 보니 '표준' 색영역과 '와이드' 색영역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래에 두 개의 CIE 차트가 있다. 위 차트가 '표준' 영역이고, 아래 차트가 '와이드'다. 검은색 삼각형이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정한 BT.709(HDTV) 표준 색영역이며 흰색 삼각형은 SL90의 측정 색영역이다.

 

보다시피 두 차트 간에 별 차이가 없다. 같은 LG 제품과 비교하자면 얼마 전 리뷰했던 LH93/LH95의 '와이드' 색영역보다 SL90의 '표준' 색영역이 더 와이드하게 나온다. 다시 말해 SL90에는 '표준' 색영역은 없고, '와이드' 색영역만 있는 셈이다. 이 점은 좀 아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Green 좌표가 표준 좌표(+로 표시)보다 넓기는 하나 그 벗어난 정도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과포화(Oversaturation) 되었어도 Hue(색상)의 방향은 제대로 잡혀 있다는 점이다.

 

색 표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Hue가 틀어지는 경우다. Hue가 틀어지면 녹색이 연두색으로, 적색이 자주색 등으로 나타나는 등 색 자체의 상(相)이 바뀌어 버린다. 한편 SL90의 색좌표처럼 Green이 색상은 표준좌표 지점과 같은 방향이되 Saturation이 과다하게 형성된 경우는 녹색이 덧칠한 것처럼 진하게 나타난다. 언뜻 사람들에게 선명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한때 TV 제조사들은 색영역을 넓히는 데 치중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정상급 회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색 계조력이 떨어져 질감이 잘 살지 않고 자연스럽지 않은 인공적인 색상이 되기 때문에 그림의 질이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SL90의 Green은 약간 과포화되어 있지만 색상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Yellow와 Cyan 역시 Green의 영향으로 아주 약간 진하게 나타날 뿐 색상 자체가 다른 색과 혼동을 일으킬 염려는 없다.

 

문제는 Magenta다. Magenta는 표준 좌표 적색 쪽으로 다소 쏠려 있다. 즉, 색상 자체가 틀어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Magenta 계열의 색상들은 모두 자주색 색상이 많이 섞인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위에서 본 색 좌표 차트는 먼셀 좌표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표시한 CIE 차트(1931)로, 좌표의 수학적 값을 그대로 표시한 것이다. 이에 반해 1976년에 제정된 uv' 차트는 1931년 형 CIE 차트의 좌표 값을 사람의 실제 시청 영역에 좀 더 가깝도록 식을 변환하여 표시한 것이다. 아래는 SL90의 표준 색영역 uv' 좌표 그림이다.

 

uv'좌표로 보면 Yellow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Cyan도 색이 거의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Green은 워낙 광량이 많기 때문에 약간 과포화된 것은 실제 가시영역에서는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역시 문제는 Magenta다. Magenta만 색상을 맞출 수 있으면 SL90의 색 정확도는 꽤 준수한 편이라 하겠다.

 

앞서 소개한 바 SL90에는 RGB와 YCM의 채도와 색조를 조정하는 CMS 기능이 있다(여기서의 채도는 Saturation이 아닌 Luminence를 의미한다. 좀 이상한 명명이다). CMS의 색조 기능을 이용하면 Green이 Oversaturation 된 것도 어느 정도 좁힐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는다. CIE 차트는 먼셀 색 체계를 2차원적으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좁혀지는 것으로 보일 뿐이지, 사실 상 색조를 바꾸는 것으로는 Saturation에 큰 변화를 줄 수는 없다. 오히려 색간 농도가 달라져 이상한 컬러가 나오기 십상이다. 그러나 SL90의 Magenta처럼 Saturation은 잘 맞았으나 Hue가 약간 어긋난 경우는 약간의 변동을 통해 Hue를 바로 잡을 수 있다. 이게 CMS 기능의 장점이다. CMS 조정 메뉴(영상모드-전문가영상1/2-고급설정-색상조정)에 들어가서 Mgt(Magenta)의 색조를 -2로 고친 뒤 색좌표를 다시 측정했더니 아래와 같이 나왔다.

 




 

보다시피 Magenta의 색상이 바로 교정되었다.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하다. 아래는 캘러브레이션 후의 교정된 좌표를 uv' 차트로 바꾼 것이다.

 




 

uv' 차트로 보면 캘러브레이션 된 후의 SL의 색좌표가 표준 좌표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색상의 위(位)가 제대로 잡혔기 때문이다.

 

 



 

LCD TV의 가장 기본적인 영상 조정 항목은 백라이트, 명암(픽처), 밝기, 색농도, 색상, 선명도(Sharpness), 등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색농도와 색상은 디폴트 값 그대로 놓고 사용한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요즘 TV들은 색농도 디폴트 값을 의도적으로 틀리게 튜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색농도는 색좌표를 바꾸어 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색농도를 높이면 Red의 광량이 높아져 화면 속 사람의 얼굴이 좀 더 생기 있게 보인다. 지나치면 고혈압 환자 또는 취기 오른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사실 TV 제조사들은 짐짓 이렇게 보여야 제품을 더 잘 팔린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색농도를 줄이면 피부색 등이 창백하고 건조하게 보인다. Green에 비해 Red와 Blue의 광량이 급격히 줄어 색상에 녹색조가 끼기도 한다.

 

색농도에도 정해진 매트릭스 비율이 있다. SMPTE 296 기준으로 Red는 21.3%, Green은 71.5%, Blue는 7.2%의 비중을 차지해야 하며, 이들 1차 색상들의 1:1 합으로 이루어지는 2차 색상들(Yellow, Cyan, Magenta)은 각각 합해지는 두 1차 색상 광량의 합만큼의 광량이 측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비율을 색농도 조정 바 하나로는 정확히 맞추기 어렵다. 일단 기본 색농도를 조정해 1차 색상들이 부스트 되지 않는 지점을 찾은 뒤, 고급설정에 있는 CMS의 채도 조정 기능으로 미세 조정을 해서 매트릭스를 맞추는 것이 이상적인 조정 방법이다.

 

SL90은 '표준' 영상 모드의 경우 색농도의 디폴트 값이 60이고, '전문가 영상' 모드는 디폴트 값이 50이다. 색농도 60은 다소 높다. Red와 Green의 광량이 약간 부스트 되어 있다. 한편 전문가 영상 모드의 디폴트 색농도 값 50은 오히려 각 색상들의 광량이 화이트에 비해 약간 모자라는 감이 있다.

 

광량 측정기인 미놀타 LS100과 75% 컬러 필드 패턴을 이용해 조정을 시도했다. 필자의 결론으로 SL90의 가장 적절한 색농도 수치는 53이었다. White의 광량과 RGB 광량의 합이 이 지점에서 균형을 이룬다. 이제는 컬러 매트릭스를 맞출 차례다. 색농도 53을 기준으로 고급설정의 CMS 메뉴에 들어가 캘러브레이션을 시도했다. 조정 결과는 아래와 같다.

 




 

Magent의 색조 값을 -2로 조정한 내역은 앞서 말한 바 있다. 채도는 Red, Blue, Magenta는  낮추고, Green, Yellow, Cyan의 루미넌스는 높였다. 이와 같이 조정한 후 75% 컬러 필드 패턴을 이용해 각 컬러의 'Luminence Matrix'를 측정해 보았다. 맨 아래 53C가 기본 색농도를 53에 놓고 조정한 뒤 측정한 최종 수치다. 보시다시피 예상보다 훨씬 잘 맞는다. RGB는 물론이고 YCM까지도 표준 매트릭스에 들어맞게 형성이 되었다. SL90은 캘러브레이션만 적절히 해주면 색온도, 색농도, 색좌표, 색계조 등 색상에 관한 모든 부분에서 나무랄 데 없는 좋은 특성을 보여줬다.

 




 

 



 

SL90의 가장 큰 약점은 블랙 레벨이다. 기본적으로 블랙이 상당히 많이 뜬다. 로컬 디밍을 쓸 수 없는 엣지 LED 방식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명색이 LED 백라이트 방식이면 블랙이 다소 가라앉는 것이 정상인데 SL90은 그렇지 않았다. CCFL 방식인 스칼렛과 비교할 때 블랙의 깊이에서 전혀 장점이 없다. 원래 S-IPS 패널이 블랙이 좀 뜨기는 하지만 그래도 LED 방식인데 다소 실망스럽다.

 

블랙이 뜨기 때문에 명암비도 고정 명암비든 안시 명암비든 그다지 높게 나오기 힘들다. SL90의 고정 명암비 실측 결과는 아래와 같다.

 




 

SL90에서 고정 명암비가 가장 높게 측정되는 경우는 '선명한 영상' 모드에서인데, '선명한 영상'에서는 '자동명암조정'(Global Dimming) 기능이 '높음' 상태가 된다. 여러 차례 말했지만 기기의 고정 명암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면 '자동명암조정' 기능이 꺼져 있어야 한다. '자동명암조정'이 켜져 있으면 제품은 현재의 화면 평균 밝기(APL)에 맞춰 백라이트를 조절하는 '꼼수'를 쓰게 된다. 글로벌 디밍이 강하게 들어가면 블랙은 순간적으로 조금 나아져 보이겠지만 감마가 무너지고 계조가 다 뭉쳐 버리는 안 좋은 결과가 생긴다. SL90의 강점인 색 계조도 다 날아가 버린다.

 

'선명한 영상' 모드에서 SL90의 실 고정 명암비는 10,000:1 정도로 나타난다. LG 측의 홍보자료에 보면 3,000,000:1이라고 되어 있는데, 제발 이런 수치에는 이제 초연해지자. 300만이라는 수치는 필경 삼성에서 엣지형 LED 제품을 내놓으면서 2,000,000:1이라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 애기들의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 전문가를 위한 영상 설정 모드를 삽입해 정교한 영상 세팅이 가능하지만 전문 장비가 없는 일반인들이
설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자동명암조정' 기능을 '높음'으로 놓고 블랙 필드 패턴을 띄우면 약 30초쯤 있다가 전기가 차단된다. 이렇게 되면 블랙의 밝기는 '0'이 된다. 아마도 이런 장면이라면 가능할까? '칠흑 같이 어두운 밤, 아주 새까만 까마귀가 캄캄한 동굴 속에 웅크리고 잠자는 장면'. 이 장면이 적어도 30초 이상 지속되면 LG 측 홍보자료처럼 될 지 모른다. 아예 전기가 꺼지면 '0'이 되니 300만:1이 아니라 무한대:1도 될 수 있겠다. 이런 식의 수치 장난은 모든 가전회사들이 쓰는 것이니 새삼 뭐라 할 것도 없다. 그저 믿지만 않으면 된다.

 

삼성과 소니의 경우 '자동명암조정' 기능을 '꺼짐'에 놓아도 은근슬쩍 꺼지지 않고 계속 작동했었다. 그러나 SL90은 그렇지 않다. '자동명암조정' 기능을 '꺼짐'에 놓으면 정말로 정직하게 작동되지 않는다. 블랙이 조금 뜨더라도 이게 옳다.

 

'자동명암조정'이 '꺼짐'인 상태인 '전문가 영상' 모드에서 고정 명암비는 1,000:1 정도다. 일반적인 S-IPS의 명암비 수준이다. 백라이트의 밝기를 50으로 높인 후 측정해 보면 Black이 0.135㏅/㎡로 다소 높아지지만 고정 명암비는 여전히 1,000:1 남짓해 비슷한 수준이다. S-IPS 패널은 색 계조나 반응속도, 잔상, 투명도 등에서 두루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우수한 패널이다. 그러나 블랙과 시야각 이 두 요소가 언제나 발목을 잡는다.

 

 



 

그런데 유니포미티(Uniformity)를 체크하다 보면 블랙 문제가 패널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화면 가득히 100 IRE 화이트 필드 패턴을 띄우고 살펴 본 화이트 유니포미티는 일단 좋아 보인다. 구석이 약간 거뭇하지만 별로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그레이 유니포미티도 꽤 좋다. 문제는 블랙 유니포미티다. 화면에 'Full Field Black' 패턴을 띄우고 살펴 보면 좌우 가장자리가 하단에서부터 중앙 쪽까지 길게 빛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게 백라이트 투사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인지, 아니면 프레임 마감의 문제인지 또는 도광판의 문제인지 그 기술적인 원인은 알 수 없다. 어쨌든 빛샘 현상이 꽤 크게 나타난다. 어느 LCD TV나 약간씩은 블랙 필드 패턴에서 빛샘 현상이 관찰된다. 그러나 SL90은 그 중에서도 좀 심한 편이다. 빛샘 현상이 심하면 시야각도 안 좋아지게 마련이다.

 



 




▲ 보더리스 LED TV는 빛샘 현상과 스크린 문제 때문에 블랙이 다소 들뜬다.


 



 

S-IPS 패널의 시야각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측면에 앉아 비스듬히 보는 것이라면 모를까, 정면에서 똑바로 볼 때에는 시야각 문제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SL90은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고 있어도 가장자리 쪽에 블랙이 들뜨는 것이 은근히 신경 쓰인다. 이는 패널 특성 때문이 아니라, 빛샘 현상과 스크린 문제 때문으로 여겨진다. 패널의 특성 문제라면 사실 수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SL90의 블랙이 들뜨는 것은 패널의 특성 못지 않게 빛샘 현상과 반사형 스크린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시야각이 나쁜 것도 이 때문이다.

 

 



 

보더리스 형태의 스크린이 외관을 깔끔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은 말한 바 있다. 특히 글라스 스크린(Glass Screen)이 반사형이라 TV  전원을 끈 상태에서는 인테리어 가구로서 모양새가 꽤 난다. 그러나 화질 차원에서 보면 이건 아니다. 반사가 너무 심하다. LG는 차기 모델에서 제발 스크린을 무반사형으로 바꿔야 한다. 뒤쪽에 원래 패널이 있고 그 앞을 글라스로 막는 이중 스크린 구조라서 앞면 글라스 스크린은 뒤쪽으로는 패널의 영상, 앞쪽으로는 TV 앞 사물의 반사광이 양쪽으로 맺히게 된다. 이중반사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스크린의 빛 산란율이 높였고 그 결과 유리가 좀 뿌옇게 보여 마치 'Gray Masking'한 것처럼 보여진다.

 

TV 앞 사물이 스크린에 반사 되더라도 블랙이 차분히 가라 앉아 있으면 피반사체의 윤곽이 흐릿해지면서 영상 속에 얼마간 묻히게 된다. 그런데 SL90은 블랙이 뜨다 보니 피반사체가 더욱 또렷하게 반사가 된다.

 



 




▲ 밝은 곳에서 시청할 경우 사진처럼 TV 앞 사물의 반사가 심한 것이 흠이다.


 



 

딜레마가 생긴다. 사실 SL90은 포커싱, 계조, 색온도 등의 화질적 체크 요소들이 좋기 때문에 블랙만 안정된다면 불을 끄고 시청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불을 끄면 스크린 반사 문제는 해결되지만 블랙이 너무 들뜬다. 따라서 SL90은 불을 켜고 봐야 한다. 그런데 불을 켜면 이번에는 반사형 스크린이 괴롭다. 여기에 설상가상 빛샘 현상 때문에 시야각이 안 좋아, 불을 켠 상황에서도 2.35:1 화면비의 영상이 나올 경우는 화면 위, 아래의 블랙 바가 신경 쓰일 정도다. 블랙 바의 좌우 측이 허옇게 떠 보인다. 설령 16:9로 화면이 가득 채워진 경우라 해도 어두운 밤거리 장면 등에서는 여전히 블랙이 신경 쓰인다.

 

대부분의 일상적인 TV 프로그램의 시청에는 별 문제 없다. 방송국에서 내보내는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16:9 화면이고 또 대개 밝은 장면이 많다. 이 경우에는 블랙도, 스크린 반사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안쪽에서 나오는 빛이 밝으면 바깥에서 들어가는 빛은 묻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TV 시청만 생각하면 SL90은 화질도 좋고 모양도 예쁜 TV로 분류할 수 있다.

 



 




▲ 밝은 장면에서는 빛 반사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가 문제다. 영화는 2.35:1 화면비가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 영화는 조명이 어두운 장면이 꽤 많다. 아래의 스크린샷이 한 예다. 이 때 SL90은 불을 꺼도, 불을 켜도 문제가 된다.

 



 




▲ 레퍼런스 급 화질을 자랑하는 블루레이 소프트 '다크 나이트'는 어두운 장면이 많다.
위와 같이 어두운 장면에서 불을 끄면 암부가 들뜨는 것이 더 강조되고,
불을 켜면 화면에 빛 반사가 생겨 시청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SL90은 화질을 심각하게 따지거나 영화 감상을 즐겨 하는 유저들보다는 TV 시청의 대부분을 밝은 화면의 방송 프로그램에 할애하는 유저들에게 적당한 제품이다. SL90의 특장점인 멀티채널 브라우저 기능 또한 이런 유저에게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SL90의 정교한 전문가 화질조정 능력이나 여러 우수한 화질적 특성들이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팁 한 가지. SL90으로 2.35:1을 시청할 때에는 불을 켜고 시청하되 가급적 화면에서 멀리 떨어져 입사되는 반사광을 줄이면 좋다. 또 가능하다면 TV 앞쪽 보다는 뒤쪽의 조명을 밝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원래 S-IPS 패널은 반응속도가 빨라 동적 해상도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면 동적 해상도는 더 좋아진다. SL90 또한 그러했다. 이전 모델에 비해 확실히 잔상이 적고 동적 해상도가 향상되었다. 동일한 백라이트 방식의 경쟁사 제품에 비해서도 한층 더 포커싱이 또렷한 영상을 제공해 주며, 카메라가 패닝할 때의 잔상은 물론, 패닝이 멈춘 직후 정지된 피사체의 윤곽이 형성되는 속도도 한결 더 우수하다. 그래서 '16:9 화면비의 밝은 영상'에서는 완성도가 높은, 수준 높은 그림을 보여준다고 했던 것이다.

 

SL90은 120Hz 프레임 재생 제품이고 직하형 LED 제품들처럼 백라이트 스캐닝 같은 기술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적 해상도는 꽤 좋다. CCFL 240Hz 보다 훨씬 더 잔상이 적다. 그러나 백라이트 스캐닝에 로컬 디밍까지 사용한 LH93/LH95에 비해서는 동적 해상도가 다소 밀린다. SL90은 LCD TV의 잔상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용자에게 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블랙과 관련된 인수들을 제외하면 SL90은 화질의 완성도가 높은 제품이다. 몇 가지 레퍼런스 패턴들을 통해 테스트를 해 보았다. 우선 과장된 링잉(Ringing)이 없었다. 대부분의 LCD TV들은 샤프니스를 짐짓 강하게 집어 넣어 윤곽선을 또렷하게 보이려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링잉 노이즈가 윤곽선 주변에 잔뜩 생긴다. 그런데 SL90은 디폴트 값조차도 링잉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 약간은 있지만 노이즈를 크게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링잉이 없으면서 윤곽선이 또렷해야 진짜다. 라인 옆에 희미한 흰색 줄이 걸리는 링잉이 잔뜩 낀 상황에서 화면이 또렷해 보이는 것은 그저 눈속임일 뿐이다.

 



 




 



 

Red와 Blue, Green과 Magenta 등이 인접할 때 흔히 나타나게 마련인 ' Cross Color Noise'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색 경계가 깔끔하게 마무리 된다는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영상이 투명하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블랙과 반사만 아니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또 한번 든다.

 



 




 



 

'Luminence Zone Plate Pattern'은 자주 쓰이는 패턴은 아니지만 디스플레이 기기가 인접한 픽셀 간에 방해 없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영상을 풀어내는지 체크할 때 유용한 패턴이다. 테스트 결과 SL90은 다른 모델들에 비해 디스플레이 간섭(Interference)과 모아레(Moire) 현상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표준 영상' 모드에서의 추천 세팅 값이다(회색은 디폴트 값. 노란색은 변경 추천 값이다).

 

전문가 영상 모드에서는 표준 영상 기준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원칙이지만 '표준 영상' 모드에서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말 해놓고 보니 우습다. '표준영상 모드에서는 표준영상 기준을 안 지켜도 된다?' 이런 모순명제가 생기는 이유는 TV 제조사들이 표준영상 기준을 지키지 않은 영상 모드에 '표준 영상' 또는 '스탠더드 영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디폴트 치를 그대로 써도 된다고 본다. 백라이트가 좀 밝은 편이고, 색농도도 적색이 너무 강조(Red Push)되어 있지만 복잡하게 화질 안 따지고 본다면 관계 없다. 120Hz 라이브 스캔, 즉 프레임 보간 기능도 디폴트 값인 '낮음'을 써도 무방하다고 본다.

 

바꿔줄 것은 색온도와 색영역, 선명도 등인데, 색온도의 경우 '따뜻하게'가 6,100K 안팎이라 이 또한 다소 낮은 감이 있다. 8,100K 안팎인 '표준'보다는 낫겠지만 꼭 바꿔야 할 사항은 아니다. 색영역도 그렇다. 디폴트인 '와이드'와 '표준' 색영역의 크기가 별 차이가 없어 바꿔도 변화가 거의 없다. 단, 선명도(Sharpness) 만큼은 디폴트 값 50을 38로 바꿔주기 바란다. 샤프니스 디폴트 값 50도 그리 과장된 편은 아니다. SL90은 샤프니스를 줄일 때마다 비례해서 링잉이 줄어드는 형태가 아니라 일정 범위 단위로(예: 48~52, 43~47, 38~42…) 단계적으로 링잉이 줄어든다. 디폴트보다 한 칸만 줄여 49만 되어도 윤곽선이 아주 깔끔해진다. 꾸준히 조정해서 38 정도가 되면 미세한 링잉마저도 모두 사라진다.

 



 

한편 '전문가 영상' 모드는 보다 엄격한 기준 준수를 권한다. 백라이트, 색농도, 감마 및 색온도와 색상 조정 등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 설명했다. '전문가 영상' 모드는 'Sharpness'가 수평과 수직 두 가지로 세분화된다(명칭과 달리 '수평 선명도'는 수직 방향의 윤곽선, '수직 선명도'는 수평 방향의 윤곽선을 보면서 조정한다). 둘 다 38~42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120Hz 라이브 스캔은 끄고, 리얼 시네마(24Hz 5:5 TruRate 기능) 기능은 켜놓아야 한다.

 

 



 

SL90은 잔상이 적고, 그레이스케일, 색 계조력, 노이즈 등 여러 가지 화질 체크 요소들에서 두루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제품이다. 엣지형 LED 백라이트와 전면 다이아몬드 글라스 통유리의 채택으로 디자인에서도 돋보인다. 그러나 기본적인 블랙 레벨이 높고, 블랙 유니포미티와 좁은 시야각, 반사가 심한 스크린은 화질에 손해를 끼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패널 문제는 어쩔 수 없다 해도, 통유리의 반사 형태와 빛샘 현상 등은 좀 더 연구해야 한다.

 



 




 



 

한편 멀티채널 브라우저 기능은 아주 멋지다. 매직 모션 리모컨과 간편 리모컨도 참신한 아이디어다. 영화 감상 목적보다는 대중적인 방송 프로그램 시청에 좀 더 적합한 제품이라 하겠다. 향후에 출시되는 모델은 고화질 소스를 통한 영화 감상에도 만족할 만한 제품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어차피 엣지형 LED 백라이트 방식은 당분간 LCD TV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SL90은 '미완(未完)의 대기(大器)'인 셈이다.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보완해서 향후 더 좋은 엣지형 LED 방식의 제품이 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 보더리스 TV 작동 영상


 



 글/ 최원태 AV 평론가

 진행/ 미디어잇 이상훈 기자 tearhunter@it.co.kr

편집/ 미디어잇 신성철 기자 multic00@it.co.kr

상품전문 뉴스 채널 <미디어잇(www.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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