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상 (정치 외교학과) 교수임에도, 그는 아이돌의 인기를 누린다. <추석이란 무엇인가> 칼럼으로 아이돌 반열에 올랐다. 이 질문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비수와 같은 질문의 전형 (典型)이 되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공부란 무엇인가>,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의 하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등을 읽었다. 그의 책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 또한 백미요 압권이었다. <가벼운 고백>의 출간 소식을 듣고는 -내용도 살펴보지 않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는 글을 쓴다기보다는 '드립'을 치고 있었던 게다. 그렇기에 진한 허무처럼 잔영과 잔향은 오래 남으며, 긴 시간 동안 곱씹게 만들었던 것이다.
'드립'이란 단어를 잘 알지 못했고,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그저 언어유희, 말로 장난을 치거나, 아재 개그 정도의 허무성을 지닌 말로 생각하고 있었다. 김영민 교수의 신간 <가벼운 고백>의 발문을 읽으며, 파란 창에 '드립'을 타이핑하면서 알게 되었다. "애드리브 (Ad lib)의 줄임말에서 유래한 한국 인터넷 은어로 주로 부정적인 또는 긍정적인 의미의 즉흥적 발언, 마법의 말을 일컫는다. 부정적 뉘앙스로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경우가 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영민 교수는 드립을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닌, '성찰적 단문'이라고 했다. “정신의 빈 곳을 가격하는 짧은 문장"이라고 했다. 견문하고 반문하고 의문하고 탐문하고 자문하게 이끄는 문장이라고 했다. 아집의 울타리를 벗어나 독자 스스로 질문하게끔 하는 견문을 나누며 그 세계를 확장시킨다고 했다. 비틀고 반문하며 거꾸로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모든 책들은 바로 이 '드립'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의 드립은 도끼처럼 머리를 가격한다. 아프다는 고통보다는 허를 찔렸다는 허무감, 그래서 더 고통스럽다는 표현이 맞다.
세상을 엄근진 (엄숙, 근업, 진지)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낯선 눈으로 독자의 무지를 일깨우며 껄껄껄 웃고 비웃고 있는 듯하다. 깊은 유머로 엄근진을 압도하고 격파한다. 김영민 다운 글들이다. 글과 영화로 춤을 추게 만든다. 어디선가 만화를 보며 낄낄대는 웃음소리도 들린다. 어떤 때는 세상을 비웃으며 세상을 꽤뚤어 본다.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고찰과 아울러, 그 시대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때로는 "너희들도 별 수 없지?"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살지 마" "삶이라는 것이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하며 어르고 달랜다. 그 역시 독자들을 무척이나 좌절시키는 나쁜 작가이다. 글로 방귀 좀 뀐다는 이들과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다리이로 찬물을 껴붇는 아주 질이 좋지 않은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