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야 - 2019년 제15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다이앤 리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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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줄로 요약하면, 어릴 때부터 학부모가 된 나이까지 부모에게 계속 상처받아온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내고 마주하는 내용이다. 나도 나이를 먹어갈수록 맞지 않는 가족과 잘 지내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중학생 때의 기억이 지금까지도 가족을 바라보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소설 속의 주인공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서 읽어 보았다. 참고로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주인공과 비슷하게 실제로 작가 또한 밴쿠버에 살고 있고 이란계 남편과 딸 한 명이 있으며, 클래식을 좋아하고 교통사고를 겪었다는 것까지 작가와 주인공이 많은 부분 겹쳐 보인다. 게다가 작가의 고향이 대구라고 하는데 작중 주인공의 어머니는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수필 같다고 느껴질 정도로 대부분이 굉장히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문장들이다. 오늘은 저녁으로 뭘 준비하고, 딸을 데려다주고 나면 집에 와서 빨래를 돌리고 장을 보고, 하는 식의 일상이 나열되다가, 한국에서 혼자 살고 있는 엄마로부터 전화가 오는 순간 평화가 깨진다. 또 다른 날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갑자기 엄마에 대한 원망을 떠올린다.

  주인공의 엄마는, 아들 내외가 한국에 살고 있지만 매번 딸에게 전화해서 감정적 폭력을 행사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주인공은 그런 엄마의 폭력을 묵묵히 참다가 소설의 중간부터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치료받던 도중 마사지 치료사(우리나라의 도수치료사와 비슷한 것 같다)가 지금 이 근육이 아픈 것은 부모를 원망하는 감정 때문이라고 얘기한 것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그동안은 엄마에게 마냥 져주고 갈등을 피하던 주인공이, 굳이 기억하려고 하지 않았던 상처들을 회상하고 엄마를 더 원망하기도 하고 엄마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아쉬운 점은, 내가 기대했던 것이 소설을 통해 충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가 느끼기에 그 모녀의 갈등은 전혀 극복되지 않았다. 엄마는 변하지 않았고, 주인공은 마지막엔 결국 다시 먼저 져주고 받아주는 딸로 돌아왔다. 주인공의 엄마는 주인공이 어떤 마음인지, 왜 본인을 서운하게 만드는지(본인이 서운하다고 느끼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 소설의 마지막에 주인공의 가족은 몸이 회복될 때쯤 작년에 못 갔던 휴가를 가자고 얘기한다. 교통사고 이후에 응어리진 감정 때문에 더 아팠던 몸이 회복되었으니 그걸로 다 된 건가? 근본적인 해결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그리고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해소될 때마다, 그 시발점이 공감되지 않았다. 첫 번째 변화는 위에서 언급한 치료사의 '근육이 아픈 것은 마음 때문'이라는 발언(?)에서 시작되고, (물론 주인공도 그 발언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중후반에서는 TV프로그램에 나온 영매가 출연자의 돌아가신 아버지와 연결되어 출연자의 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장면을 보고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물론 감정이야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들었던 '귀농했다가 도시로 돌아갈까 고민하는 주인공이 흙을 밟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는 점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혹평을 받았다'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제목이 왜 '로야'인지도 모르겠고, 주인공이 굉장한 의미를 부여했던 '호야'라는 꽃 이름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수상작이라고 하니.... '내가 부족하여 미처 이해하지 못한 어떤 부분이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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