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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레, 살라맛 뽀
한지수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1월
평점 :
그동안 잘 읽어보지 않은 블랙코미디의 성격을 띄고 있는 작품을 정말 오랫만에 접해봤는데 나름대로 신선하고 그 나름대로의
감동이 있었던 작품이었다. 뭔가 허당끼가 있는 어수룩한 악당들이 벌이는 납치극은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씁쓸함이 담긴
웃음이 터져 나오게 했다. 돈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적막하고 인정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박은 듯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어느 재벌가의 며느리로 부터 자신의 시아버지를 죽여달라는 청부 살인은 제안을 받고 35억이라는 큰
돈을 댓가로 약속하지만,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 할아버지로 인해 상황이 점점 꼬여가는 그들의 처지는 정말 블랙코미니라는
이름이 걸맞게 우스운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도덕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부도덕한 일들을 저지르는 그들을 감히 뭐라고
비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나'역시 어렷을적부터 사생아에 한국에서도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을 찍고 사는 비극적인 삶의 표본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각박한 사회에 적응하려는 남자의 모습을 통해
조금이나마 아무리 처한 상황이 어렵더라도 혹은 자신의 삶의 질이 얼망이라도 자신의 삶에 좌절하지 않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이 죽여야 하는 대상인 노인은 거의 대화의 모든 내용을
자신의 삶에 대해서 주로 언급하고는 하는데, ‘가진 자’로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제임스 박에게, ‘비우는 삶’
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인은 처절한 생존의 과정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기대하는 작가의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태생부터 불법이었고 여전히 불법 인생을 살고 있지만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은 저버리지 않는 나와 대니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들이 아직 인간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알 수 있다. 결국 이 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진정한 인간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