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서재 - 자기만의 책상이란 얼마나 적절한 사물인가 아무튼 시리즈 2
김윤관 지음 / 제철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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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을 옥탑 방에서 시작한 나에게 서재는커녕 자그마한 책꽂이조차 사치였다. 장롱하나 들여놓으면 꽉 차는 공간 탓에 가로세로 맞추어가며 꼭 필요한 소량의 가구만으로 생활해야했으니까. 시간이 지나 천상생활을 마치고 지상에 안착했을 때 엄마가 되고, 공간이 조금 넓어졌을 때 아이의 전집을 샀다. 작가의 책꽂이가 라면박스였다면, 나와 아이의 책꽂이는 전집박스였다. 동화책을 읽기도하고 탑처럼 쌓았다 무너뜨리고 단칸방을 책을 펼쳐 세워 원하는 만큼의 여러 칸 방을 만들기도 하며 딱딱하고 매끈매끈한 양장본의 질감을 이용하기도 하고 느끼다가 놀이가 끝나면 박스의 1층과 2층에 번호대로 줄을 세웠다.

지금도 3명의 아이들 중 누군가는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 여전히 서재가 없다. 하지만 거실과 각 방에는 책상이 있다. 그중 애착이 가는 책상은 안방의 책상이다. 학생용 책상이 망가져 버리고 상판에 대리석 시트지를 붙이고 공간박스에 올려놓으니 책꽂이 겸 책상이 되었다. 작가의 책상처럼 럭셔리하진 않지만 나름 멋스럽고 실용적이다. 조금 높은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직업이 목수이다 보니 나무 가구 이런 것 들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손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책 한권에는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자서전 실용서 철학서를 본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마치 이 사람을 이 사람의 결을 알 것만 같은 느낌이다.

p11 나의 관심사는 크게 세 가지다. ‘조선공예’, 그리고 아나키즘’. 굳이 구분하자면, 조선과 공예에 대한 관심은 목수라는 직업에서 출발했으며, 아나키즘은 김윤관이라는 개인에게서 비롯된 관심사이다.

p46 온갖 사물로 어지러운 크고 넓은 책상을 갖는 것은 크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내 앞에 두는 것이다.』 『이 복잡한 세상을 읽고 분석해 나만의 대처 방식과 룰을 만들고 정리 하는 것, 이것이 내가 나의 크고 어지러운 책상에서 하는 일이다.이 책은 희한하다.

작가와 같은 작업을 하고 같은 책을 읽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혹은 다큐나 드라마를 본 듯 한 그래서 머릿속엔 활자가 아닌 장면들이 둥둥 떠다니는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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