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의 역사 토크 - 시시비비 역사 논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 법
심용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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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방선거가 끝난지 며칠 되지 않은 때 친인척 모임이 있던 날. 국민이 정신을 못 차려 나라가 망할거라며 한 어른이 말하기 시작했다. 투표결과가 비교적 마음에 들었던 나는 분노게이지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 나라를 지키려고 이승만과 박정희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미국을 우방으로.... 독립운동을 .... 돈이 없어 파병도 하고 파독도 하면서 .....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이승만과 박정희는 불멸의 영웅으로 부활하고 있었다. ~ 지겨워. 어른이라 참으려 했건만! 적어도 이 공간에서 제일 역사공부를 열심히 하는 내가 입을 다물어 버리면 망령들이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대물림되어 떠돌 것 같아 양질의 지식인처럼 매끄럽게 반박하진 못했지만 나름 반박하기 시작했다. 그날의 분위기는 안 봐도^^;;   더 기가 막힌 것은 학교에서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질 않아 저렇게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사니 투표결과가 이따위라며 이러다 사회주의가 오면 어떻게 할꺼냐고 한탄 하는 말이었다. “사회주의가 뭔가요?” “먹는 건가요?” 70년대도 아니고 비아냥이 자꾸 올라와 꾹꾹 눌렀더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주변의 만류에 우리는 서로에게 고구마 100개씩을 투척하고 상 끝과 끝에서 어색한 숟가락질을 하는 것으로써 그 날을 마감했다. 이래서 밥상 앞에서는 정치얘기, 역사얘기 하면 안되는 건데ㅎㅎ... 투표결과는 과거의 이승만 박정희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인 때문인데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 상황을 적절히 변호하지 못했다. “사회주의는 무섭고, 전쟁은 안 무서운가 봐요?” 이렇게 한방 날렸어야 했는데... 그날이 뇌리를 스치는 날 나는 가끔 이불 킥을 한다.

 

심용환의 역사토크는 딸을 위해 헌법의 상상력은 나를 위해 구입했었다. 그래서 역사토크는 딸에게 주고 찾아볼 생각조차 안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일을 마주하고 보니 왜 미리 읽어두지 않았을까 후회막급이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며 나이를 먹는 동안 유사한 일들은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내성적인 나는 모를 때는 몰라서 알 때는 충돌하기 싫어서 그냥 회피해 버렸었다. 그들을 뜯어 고치겠다고 지향하는 것은 않되겠지만, 그들을 구제불능이라고 찍어놓고 상대조차 안하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선거가 있을 때 마다 엄마와 얼굴을 붉히곤 했었는데, 촛불이 요동칠 때 엄마는 네 말이 맞았다며 빠르게 달라졌다. 딸은 할머니에게 위안부 문제와 친일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때는 다 그랬다.”는 답을 듣고는 엄청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몇 년전 일이니 지금은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해진다. 혹 만족한 답을 얻지 못할지라도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희망을 보았으니까.

 

  

심용환의 역사토크흔하게 언쟁이 발생하는 6가지 이슈를 잘 뽑아 정리하였다. 특히 대화형식의 구성은 신의 한수 인 것 같다. 또 마음에 드는 점은 사진 표 그림등을 적절히 배치해 한 눈에 들어오게 정리를 깔끔하게 해 놓았다. 매 이슈마다 상대의 간단한 설명과 심 선생 열정 넘치는 역사 연구자. 역사를 뒤흔들고 왜곡하는 것에 제대로 반박하기 위해 대중의 눈높이에서 책을 쓰고 여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책을 읽을수록 정말 똑 떨어지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 줄을 치고 접어가며 일독을 했다. 심쌤의 언어가 몇 번을 더 읽어야 나의 언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 놓고 읽고 또 읽고 줄치고 접고 할 생각이다.

학생책이라고 아이들에게만 읽기를 권했던 어른들이 먼저 읽어봤으면 좋겠다. 그 만큼 실용적이다. 역사 공부를 하고 있으면 양도 많고 어려운 것을 어떻게 하냐고 신기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공부는 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면서..... 이런 사람들에게 역사 입문서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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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서재 - 자기만의 책상이란 얼마나 적절한 사물인가 아무튼 시리즈 2
김윤관 지음 / 제철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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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을 옥탑 방에서 시작한 나에게 서재는커녕 자그마한 책꽂이조차 사치였다. 장롱하나 들여놓으면 꽉 차는 공간 탓에 가로세로 맞추어가며 꼭 필요한 소량의 가구만으로 생활해야했으니까. 시간이 지나 천상생활을 마치고 지상에 안착했을 때 엄마가 되고, 공간이 조금 넓어졌을 때 아이의 전집을 샀다. 작가의 책꽂이가 라면박스였다면, 나와 아이의 책꽂이는 전집박스였다. 동화책을 읽기도하고 탑처럼 쌓았다 무너뜨리고 단칸방을 책을 펼쳐 세워 원하는 만큼의 여러 칸 방을 만들기도 하며 딱딱하고 매끈매끈한 양장본의 질감을 이용하기도 하고 느끼다가 놀이가 끝나면 박스의 1층과 2층에 번호대로 줄을 세웠다.

지금도 3명의 아이들 중 누군가는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 여전히 서재가 없다. 하지만 거실과 각 방에는 책상이 있다. 그중 애착이 가는 책상은 안방의 책상이다. 학생용 책상이 망가져 버리고 상판에 대리석 시트지를 붙이고 공간박스에 올려놓으니 책꽂이 겸 책상이 되었다. 작가의 책상처럼 럭셔리하진 않지만 나름 멋스럽고 실용적이다. 조금 높은 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직업이 목수이다 보니 나무 가구 이런 것 들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손에 쏙 들어오는 자그마한 책 한권에는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자서전 실용서 철학서를 본 듯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마치 이 사람을 이 사람의 결을 알 것만 같은 느낌이다.

p11 나의 관심사는 크게 세 가지다. ‘조선공예’, 그리고 아나키즘’. 굳이 구분하자면, 조선과 공예에 대한 관심은 목수라는 직업에서 출발했으며, 아나키즘은 김윤관이라는 개인에게서 비롯된 관심사이다.

p46 온갖 사물로 어지러운 크고 넓은 책상을 갖는 것은 크고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내 앞에 두는 것이다.』 『이 복잡한 세상을 읽고 분석해 나만의 대처 방식과 룰을 만들고 정리 하는 것, 이것이 내가 나의 크고 어지러운 책상에서 하는 일이다.이 책은 희한하다.

작가와 같은 작업을 하고 같은 책을 읽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혹은 다큐나 드라마를 본 듯 한 그래서 머릿속엔 활자가 아닌 장면들이 둥둥 떠다니는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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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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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요? 아 !그럴 때요. 맞장구도 치고 나는 어떤가 생각 하면서 대화하듯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평범에서 특별한 답을 찾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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