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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영화야‘라고 절실히 생각한다. 영화는 위기를 구하지 못한다. 생활을 다시 일으킬 힘도 없다. 하지만 모든 곤란이 없어지지않더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사람들의 마음에는 ‘현실‘이라는 거대한이야기와는 또 다른 세계를 받아들일 빈틈이 다시 생겨나 시시한연애나 칼싸움, 요괴들 이야기에 조마조마, 울렁울렁, 쓸모없는 가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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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사람이 직업을 물을 때는 마치 전과에 대해 꼬치꼬치 문책이라도 당하는 양 허둥지둥 "저기…… 영화라든가…..…그런 걸 만든달까, 찍는달까……"라고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로쩔쩔매며 답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일단 해외로 나가 입국심사대에서 직업을 물어오면 "필름 메이커"라고 망설임 없이 한마디로 대답한다. 대답하면서 남몰래 황홀감을 느낀다. ‘필름‘. 아,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인지. 나는야 필름 메이커. 어찌나 행복한지.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거의 이해하지 못할 감각일지도 모른다. 이야말로 신앙이라는 것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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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 독점계약 번역 개정판
E.H. 카 지음, 김택현 옮김 / 까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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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우리는 숨이 막히곤 한다. 그 거대한 것 앞에서 작은 개인이 어떻게 응답해야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실을 추적하는 일도 피곤하거니와 거기에 주석까지 달아야한다는 것은 당장 오늘의 빵을 걱정해야하는 나 같은 인간에겐 힘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무를 저버리고 그저 현실의 이미지들로 돌아가기 일쑤다. 초록창이 제안하는 이미지들은 그저 보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눈을 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역사가 가진 무게, 정확히는 그것을 서술해 낸 역사가와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 만든 무게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현재 그 무게를 견딜 정도의 여유가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역사를 마주하고 구성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고 그곳에서 미래의 조각을 끄집어내어야 하지 않는가. 그러면 적어도 빵 이상의 것을 욕망하며 삶을 삶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바라봄을 가능케 하는 것이 카의 문장이다. 카는 역사서술이란 그저 지나간 일을 밝히는 작업이 아니라 해석을 통해 사실을 편집하고 의미를 다시 꾸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크셔트의 말을 인용하며 역사란 역사가의 경험이며, 역사를 서술하는 것만이 역사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지나간 것(사실)과 현재(의 일부로서의 나)의 상호작용이 삶이자, 곧 역사 서술임을 파악할 수 있다. 역사는 그의 대답처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위해 필요한 것은 써진 역사라는 카드의 뒷면을 상상하는 것이고, 필요한 것은 정확성이 아니라 오히려 각주를 다는 능력이다.

 

하지만 카가 지적한 것처럼 여전히 역사는 일종의 과학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기록된 것은 만고불변의 공식으로 둔갑한다. 카의 지적처럼 우리는 역사가 과학처럼 일반적인 현상이 아닌 사건을 다루는 것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객관의 영역이 아닌 주관의 영역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카의 논의를 통해 기억한 두 가지로 우리는 일반적인 것과 특수한 것, 그리고 객관과 주관이라는 대립항 사이의 경계를 지우고, 위계를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카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은 다르다. 역사라는 것은 이미 다 이뤄진 것 같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과거의 것이었다. 뭔가를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의 세대다. 한 사회의 인간으로서 체험하는 문화들과 경험들 속에서 밀려나고 소외될 때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우리를 더 이상 지속적이지 못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에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말이다. 한국 사회에 새겨진 것들, 그것에서 이런 의아함을 묻는 것이 우리를 지속적인 것으로 만드는 활동일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적어도 카의 말처럼 타당하고 유용한 지침 정도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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