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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회계 수업 - 18년 차 회계 팀장이 알려주는 회계 속 회계 이야기
고윤아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윤아 저, <나의 첫 회계 수업>을 읽고
“과거로 돌아가 딱 한 가지만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연수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사소한 질문이었지만 당시 꽤 진지하게 임했던 기억이 난다. 한참을 골똘히 머리를 굴리다, 정신이 번뜩 들어 ‘대학 때 회계수업을 들어두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유레카, 작은 변화이지만 그랬더라면 아마도 현재 내 모습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시켜 줄 것만 같았다.
변태 같지만, 회계는 재밌다. 특히 만학도로서 배우는 재무회계는 강의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였다. 물론, 처음 차변과 대변, T계정을 접했을 때 난감함은 있었다. 왠지 어려울 것 같은 선입견으로 대학 내내 회계는 나와는 거리가 먼 세계라고 취급했다. 경제학 공부가 좋아 행정고시 준비도 해 보고, 금융권 공기업에 입사했지만 회계는 변방에만 머무를 뿐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권업계와 경제학, 예산, 세금 등등 일과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이슈들이 자꾸 친한 친구라며 데리고 왔다, 회계란 놈을. 필요성이 턱 끝까지 차올라 결국 사내교육 프로그램으로 회계학 공부를 시작했고,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그 때 짐작했다. 내가 만약 대학 때 회계학을 공부했더라면 다른 계열을 길을 가고 있었을 수 있겠다고. 그만큼 재밌었고,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나의 첫 회계 수업>은 실무자들을 위한 진짜배기 회계입문서다. 대학에 와서 회계입문을 듣거나, 비전공자로서 회계팀에 배정된 신입직원에게 소화되기 쉬운 안성맞춤 책이다. 좀 더 어릴 때 이렇게 쉽고 재밌게 쓰인 책을 접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어려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아!’라며 만성 회계알레르기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책이다.
가끔 회계입문서의 가면을 쓰고 건설회계나, 수익판단 기준, 기타포괄손익누계, 결산조정사항 등 머리 아픈 내용을 들이미는 ‘야매입문서’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안심해도 좋다. 진짜 첫 회계 수업답게 흥미 있을 만한 주제, 꼭 알아야할 기초이론을 탄탄하게 잡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딱딱한 이론 수업보다는 모든 설명에 친절한 작가님님의 경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듬뿍 담겨있어서 의지가 된다.
고윤아 작가님님은 회계 비전공자였으나 한 광고회사 계약직으로 일하던 중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회계 직군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고 한다. 현재는 18년차 회계 팀장이다. 처음 시작이 제로베이스였기에 누구보다 쌩초보자의 눈높이를 정확히 알고 있다. 병아리 시절 막연했던 경험을 떠올려 독자를 다독이면서 알기 쉬운 용어로 차분히 기초이론을 설명해준다. “회계팀은 무슨일을 해요?”라는 난감한 대답에 “회사 살림해요”라며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작가님은 <나의 첫 회계 수업>이란 책을 통해 회계분야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냈다.
나의 첫 회계수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PART1. 회계 속 나의 이야기
“윤아 씨, 회계 배워볼 생각 없어요?”
월컴 투 회계월드는 그렇게 팀장님의 뜬금없는 제안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비전공자인 작가님이 회계 팀장이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또한, 회계팀장으로서 팀원의 자질, 맨 땅에 헤딩하며 배웠던 회계공부법 등이 들어있다. 유명한 일타강사보다 회계팀 직원에게 커피를 산다!는 공부비법이 재밌어 피식 웃었다.
PART2. 회계 속 회계어 이야기
“재무상태표에는 비밀이 있어요, 뭘까요?”
팀장님이 신나게 퀴즈를 낸다. 요 질문에 한 번에 대답할 수 ‘없다면’, 좋은 시그널! 이 책을 재밌게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파트2에서 나온 용어만 미리 봐둔다면 아침 먹고 출근한 듯한 든든한 마음으로 회계강의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본격적으로 회계원론책을 펼치기 전 매우 높은 빈도로 논의되는 개념들로만 채워져 있다. 재무제표, 차변/대변, 손익계산서, 감가상각 등 기본개념을 ‘신혼부부 재무상태표 그리기’ ‘본인의 인테리어 비용 처리 실패기’등 사례로 설명돼 있어서 그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당기순익은 열매다’ 같은 비유적 표현으로 재무제표를 설명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PART3. 회계 속 회계 이야기
“오늘은 소고기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탈출한 본부장님이 3월 결산을 마치고 한 말이란다.
파트2가 회계원론에 나오는 개념중심의 이야기였다면, 파트3는 사회나 일터로 한걸음 시선을 확장한다. 신문에서 봤던 ‘횡령’, ‘자본잠식’, ‘연결회계’ 같은 것들을 다룬다. 하지만 절대, 절대 깊게 들어가진 않는다,(재무재표로 횡령, 분식회계 파악하는 팁 같은걸 기대했다면 실망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회계용어와 관련된 작가님의 단상이나 개념에 대한 비유적인 설명이 곁들여져서 마치 ‘에세이’를 읽는 기분으로 독서를 할 수 있다. 특히, 첫 감사 때 회계사가 엑셀프로그램으로 회계원장만 가지고 1년치 분개를 만들어낸 모습에 숙연해졌다는 대목에서 빵터졌다.
PART4. 생활 속 회계 이야기
“어머, 어머! 나 이벤트 경품에 당첨됐대!” 언니가 100만원 상당의 휴대폰에 당첨됐는데 제세공과금을 내라고 했다고 사기라며 경품을 포기하려 한다. 이래서 회계나 세무 상식이 필요한 거다.
살면서 직장인이라면 연말정산시즌!, 사업자라면 종합소득세나 지출관리를 할 때 회계, 세무의 세계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일상 속에 마주치는 회계나 세금 이슈들을 기초적 개념들에 근거해서 풀어내는데 이제까지 내가 봤던 책 중에 가장 쉽고, 이해가 잘 되는 책이 아닌가 싶었다. 특히, 망한 친구의 카페의 경우로 보는 고정비와 변동비, 인건비 얘기는 압권이었다.
PART5. 회계 속 회계팀 이야기
1원에 연연하는 회계변태, 회계팀의 MZ세대, 현업팀과의 기싸움, 회계팀에 적합하지 않아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인턴유형들…. 흡사 장류진 소설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보는 듯 직장생활의 단짠 스토리가 담겨있다. 진흙탕 속에 굴러도 피어나는 회계팀의 전우애를 보고 있노라면, 기피 부서라도 한번 도전해 보고픈 마음마저 든다. 그 와중에도 결산 일정이나, 회계감사와 같은 회계 상식들을 군데군데 끼워 넣은 작가님의 센스도 엿보인다.
한동안 회계공부를 놓고 있었다. 임신 후 육아휴직하며 제대로 된 회계자격증을 따겠다고 야심차게 To do list에 적어놨지만 입덧과 무기력증에 항복하고 책을 밀어 넣고 있었다. 물론, 죄책감에 평생교육원에서 세무회계 과목은 하나 수료해 놓았다. 그것도 억지로. 근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재무회계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떠올리게 됐다. 분개를 가늠해보고, T계정에 넣고 밸런스를 맞출 때의 그 똑 떨어지는 쾌감! 숫자 뒤에 숨겨진 증빙의 진실과 거짓을 가늠해 볼 때 셜록홈즈가 된 듯 한 기분! 나 같은 육아휴직 아줌마, 비회계 업무 종사자의 애정이 이럴지니, 회계팀에 배정된 신입직원들이 이 책을 접하면 업무애정도와 공부의욕이 얼마나 불타오를까 싶다. 회계 첫 책이면 진짜로 필독서로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궁서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