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베르는 말했지요.
'오전 내내 고심하다 마침내 쉼표 하나를 찍었다. 그리고 오후 내내 고심하다 그 쉼표를 지웠다.' 나도 그와 비슷하게 가장 중요한 정수만 남을 때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불필요한 말과 단어를 깎아냅니다만, 그렇게 깎아내고 지워버린 말과 단어는 그 자리에 남게 됩니다."
"말을 지워버렸는데 어떻게 그 자리에 남게 된다는 말씀인가요?" 앨런이 물었다.
" 마치 죽은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렇지만 저절로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어떤 의도나 목적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나는 10년이 지나기 전에는 내가 겪은 일들을 글로 옮기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앨런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래야 각각의 단어에 침묵도 함께 내재하게 되니까요"
"그 일이 왜 중요한가요?"
"왜나햐면 단어만으로는 경험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으니까요. 학살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냈지만, 희생자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내 경험을 제대로 전달하는 올바른 단어를 찾아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말과 글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위해서 침묵이 반드시 필요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