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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해도 괜찮아, 쿠바니까
김광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8월
평점 :
혼자 있고 싶어 떠났던 쿠바. 그 곳에서 그는 혼자가 아니었고, 함께하는 행복을 더욱 느끼고 돌아왔다. 뭔가 엄청난 에피소드가 있었다던지, 특별한 이벤트가 있던 여행은 아니었다. 단지 정치부 기자가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떠난 쿠바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려낸 책이다. 쿠바 하면 헤밍웨이, 체게바라, 정열의 나라, 올드카, 코카콜라 등 여러 환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중남미 여행을 꿈꾼다면 가장 큰 환상이 있던 곳이니까. 하지만 쿠바라는 환상을 와장창 깨주고, 쿠바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다보니 그의 여행은 평범한 듯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여행에세이는 그 때의 힘들었던 기억은 저 멀리 떠나보내고, 아무리 당혹스러웠던 상황이었을지라도 아름답게 포장이 된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든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니까. 나 역시도 여행을 하는 도중은 여행을 통해 인생에 대한 무언가를 느낀 적이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뒤 여행사진을 뒤적이며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미화된 기억이 선물처럼 다가오며 인생에 대한 통찰이라도 얻은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부분이 다르다. 꾸밈이 없다. 억지로 무언가 깨달은듯 한 꾸며낸 말을 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이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특히나 중간중간 있던 QR코드를 대보면 마치 그 상황으로 데려가주는 타임머신처럼 저자가 글로 표현하던 상황이 영상으로 눈 앞에 펼쳐져 더욱 흥겨웠다. 에세이 치고 인덱스가 거의 붙지 않을 정도로 꾸밈없던 그의 여행기. 아무리 힘들고, 가끔은 내가 여기에 왜 왔나 짜증도 나고, 그러다가도 즐거워지고. 그럴 수도 있지. 어떻게든 되겠지. 괜찮아. 쿠바니까!
TMI) 올 겨울 가게 될 여행 계획을 아직도 못 세우고 있다. 이런 지긋지긋한 혐생같으니. 문득 이 책을 읽다가 '나도 그냥 계획 세우지 말고 무계획으로 가버려?!'라는 생각이 들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는 무모하면 안돼. 쿠바가 아니니까. 여행 가고 싶다. 오래간만에 여행기를 읽으니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