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족 다이어리
곰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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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결혼 전에는 생각도 안 해본 딩크족.
나는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너무 좋아했고, 처음 간호사가 되었을 때 wanted부서도 소아과, 신생아 집중치료실이었다. 아직도 아이들을 많이 좋아한다.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천사같은 존재니까.
하지만, 결혼을 하고나니 현실이 보였고 아이가 예쁜 것과 아이를 낳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악화되어가는 나라 경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점점 악랄해지는 범죄, 알 수 없는 돌연변이 바이러스들까지. 신이 아니기에 예견할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상상되는 미래에 아이들이 살기 좋아지는 세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우리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모든 걸 온전히 줄 수 있을 때 낳아야 해."
임신, 출산, 육아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주는 행복에 대해서는 알 것 같다. 남의 아이들과 함께 있어도 행복하니까. 하지만 부모와 가족을 위해 아이를 낳고,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것은 마치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는데도 '때가 되었으니 결혼을 해야 한다'와 같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는 2세 계획에 대해 대화한다. 외동으로 자란 신랑과 남매로 자란 나. 그렇다보니 나는 워낙 어릴 때부터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그 누구라도 내가 정해놓은 선 이상 넘어오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그에 비해 신랑은 뭐든 함께 하려 하고 옆에 붙어 있으려 하는.. 마치 강아지같다..(미안🐶) 각각의 성향 차이가 있고, 우리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한다. 아직도 결론은 나지 않았고, 우리는 계속 갈팡질팡이다. 그래서 제 3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이 책이 우리 부부에게는 참 유익했다.
내 주변에는 딩크족도, 아이는 꼭 있어야 한다며 나를 지속 세뇌시키는(?) 지인들도 있다. 아이를 갖지 않기로 정한 부부도, 아이로 인해 더 끈끈해졌다는 부부도 각각의 상황과 사정을 다 이해한다. 각자 서로 처한 상황이 다르고,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다르니까. 틀린 게 아니라 다른거니까. 결혼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시점, 둘 다 그다지 젊은 나이는 아니어서인지 얼른 2세 계획을 세우라며 강요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양가 부모님도 절대 터치하지 않는 부분인데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사회는 대체 언제 올 것일까.
결론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는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깨달았다. '닥치지도 않은 걱정을 벌써부터 왜 해? 아이는 낳으면 알아서 크게 돼있어.' 이미 몇 번이나 들은 이 말이 참 무책임하다고 생각되는 건 왜일까. 우리 부부는 아이를 축복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아이를 갖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만약에라도 그 때가 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뜻이 통한다는 것에 감사하며, 어떤 선택이 되었든 세상 모든 부부의 선택은 존중받아야하고, 각각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비난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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