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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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그 스테이크가 물만두로 잘못 나오는 광경을 목격하며 떠올린 프로젝트. 치매이기 이전에 사람일 뿐이라는 그의 확고한 신념으로 많은 치매인식개선과 치매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게 된 계기.

고백하자면 집중치료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응급실에서 또는 시술실에서 부랴부랴 신환이 올라오면 간호사들은 과거력과 주증상, 발견 시간 등을 보호자들에게 먼저 조사한다. 그 때 치매진단을 받았다 라고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만 내쉬게 된다. 치매환자들의 특성 상 환경이 변하게 되고, 특히나 내가 있던 곳은 뇌신경계 집중치료실이었기에 뇌 손상을 입은 곳에 따라 성격변화나 기억력 저하가 더 심해져 섬망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겁하게 변명을 하자면 의료인도 사람이다보니 치매 환자들의 섬망으로 본인 뿐 아닌 안정해야할 다른 환자들이 안정하지 못해 치료가 되지 않는다거나 irritable함이 심해져 보안팀까지 불러야 할 만큼 불타는 근무가 되는 것이 두렵고 힘들었다. 나에게는 치매는 그저 힘든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어쩌다 병원을 나와 치매업무를 하게 되었고, 치매는 본인이 가장 힘들고 슬프고 외로운 병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맞게 되었다. 그들은 치매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치매라는 각인을 시켜놓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 취급을 해버리며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치매 어르신들은 자꾸만 위축되어가고, 치매라는 것이 알려질까 전전긍긍, 치매 진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에서는 치매 어르신들이 주문을 틀려 다른 음식이 나와도 '괜찮아요' 하며 즐겁게 식사를 한다. 여기에서 만약 '왜 a를 주문했는게 b를 주는거요?'하며 화를 냈다면 서빙을 한 치매 어르신들은? 사회에 점점 나올 길을 잃고 점점 도태되지 않을까? 가끔씩 어르신들 댁에 방문하거나 사무실에서 프로그램을 할 때 어르신들과 함께 인지강화활동을 하게 되면 반 이상이 '나 이런거 못해.' 라는 말을 한다. 그 때마다 나는 '못해도 괜 찮아요. 어르신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처음 하는 것이니까 잘 못하는 거에요. 이거 보세요. 저도 잘 못하잖아요. 천천히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 거에요. 제가 옆에서 같이 도와드릴게요.'라며 어르고 달랜다. 치매 환자들도 자신들의 기억이 잊혀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그 누구에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그러하다. 그들이 느리고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그들을 진심으로 포용해야만이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치매인구는 계속적으로 늘고 있고, 요즘은 60세 이전에 오는 초로기치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제는 어르신 세 분 중 한 분은 치매에 걸리는 확률이다. 내가, 내 가족이 걸리지 말란 법도 없으며 그랬을 경우 사회적 시선폭력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치매어르신들을 돌보며 여유를 배워가는 것 같다. 내 자신이 '조금 늦어지면 어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하며 조금씩 기다릴 줄도 알게되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자 많은 일들에 있어 조급하지 않게 된다.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들을 우리에게만 맞춰라, 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맞춰가보면 어떨까. 인생은 참 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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