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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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11년만에 떠오른 천재 작가 루시아 벌린의 단편 소설집이 국내에 처음으로 발간되었다. 사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타 작가들의 극찬은 이 책의 기대감을 더더욱 불어넣어주었다. 이 책은 루시아 벌린에 대해 알기 전과 알고난 후, 극명한 이해도와 몰입도를 보인다. 그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이 책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며 나는 멘붕에 빠졌다. 짧은 단편소설집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소설이라 하면, 특히나 짧은 단편소설들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짧은 시간 안에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이제까지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나를 난해하게 만들었다. 꾸역꾸역 한 권을 다 읽고난 후 나는 그녀에 대해 찾아보았다. 1936년 알래스카에서 태어나 광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 서부와 멕시코 국경지역, 칠레에 거주하며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았던 그녀. 그녀에 대해 알아본 후 다시 읽어 본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은 그녀의 인생 그 자체였다. 그녀는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자신의 인생을 픽션인 듯 논픽션인 듯 담담한 문체로 잘 녹여내었고, 그녀만의 독특한 유머를 녹여낸 글들은 대중적이기보다는 매니아층을 형성하기에 아주 좋았던 글 같다. 지나친 감정적인 글이 아닌 힘들었던 기억일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툭툭 내뱉는 듯 한 그녀의 문체도 아주 매력적이었달까. 이 단편소설집을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처음 읽었을 때와 그녀에 대해 알고난 후 읽었을 때. 그리고 또 한 번의 재독. 읽으면 읽을 수록 그녀의 삶에 점점 빠져들어가고, 그녀의 글솜씨에 빠져들어 간다. 솔직히 그녀의 글은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독성 좋은 글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읽으면 읽을 수록 빛을 발한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어렵기만 하다. 재미없다.'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부디 재독에 재독을 반복해주시길. 그리고 그녀의 삶을 함께 되돌아 봐 주시길. 독자로서 잘근잘근 씹어 뱉어 버릴 그녀의 인생의 조각조각을 함께 맞추어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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