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갖다 버리고 싶어도 내 인생
하수연 지음 / 턴어라운드 / 2019년 6월
평점 :
18살, 갑작스럽게 찾아온 질병. 골수에서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희귀난치질환 '재생불량성 빈혈' 을 알고 완치 판정을 받기까지 자그마치 6년. 그 긴 시간동안 꾸준히 써내려간 일기.
이 책을 읽으며 아주 잠시였지만 혈액종양내과에서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수 많은 암 환자분들, 그리고 혈액 관련 희귀난치성환자분들이 가득했던 그 곳. 늘상 이루어지던 골수검사준비에, 정맥에서 혈액도 잘 나오지 않아 동맥혈로 채혈해낸 피 검체들, 매일같이 채혈해 낸 피검사 결과가 나오면 계산기 두드리며 계산한 ANC 수치확인, 날마다 tapering 해가며 챙겨드리던 steroid 제제 경구약, 면역력이 낮아 역격리실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답답하시다며 계속해서 탈출하시려던 환자분들과 전쟁을 치르며 내가 울고싶던 날들.(심정은 이해하지만 모든 건 환자분들을 위한 것이어요😭) 바빠서 그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일한다기보다는 로봇처럼 나오는 처방대로 일을해도 화장실 한 번을 못가고, 물 한 모금 못 마시며 일했던 그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expire하시거나 그 없는 힘으로, 입원해계신 상태로 자살시도를 하시려 하는 걸 발견이라도 한 날에는 정말 몇 일동안 돌아오지 않던 mental.. 처음 진단을 받고 웃으며 입원 치료를 시작할 때와 다르게 입퇴원을 반복하며 점점 눈에 희망을 잃어가던 환자분들을 보는 것 역시 너무 힘들었다. 환자분들이 내 앞에서 울면서 이야기 할 때면 눈물 꾹꾹 참다 비상구 계단 귀퉁이에서 한바탕 울고 나오며 일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이지 멘탈 갑이 아니라면 근무하는 것 조차 너무도 힘들던 그 곳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던 저자이다. 그녀의 심정은 도대체 어떠했을까.. 아마도 책에 적혀있던 심정은 그녀가 느꼈던 감정의 100분의 1도 안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다른 독자분들과 다르게 아무리 가까운 곳에서 저자와 같은 질병으로 싸우는 분들을 지켜보았다고 해서 결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느 곳에 있건 더 마음으로 환자분들을 대하고, 주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하며, 조혈모세포 이식 동의를 해놓았다는 것 뿐(신청해놓은지 7년째인데 아직도 연락이 음슴..ㅠ__ㅠ)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동종 질병을 가지고 계신 분들께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길, 내 일이 아니라 관심 없던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병마와 힘들게 싸우는 분들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