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지막은, 여름
안 베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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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흔히 말하는 루게릭을 진단 받은 소설가 Anne Bert가 프랑스의 존엄사 합법화를 위해 ‘생의 마지막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주장하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를 기록한 책이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안락사를 합법화 시킨 국가는 스위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정도다. 미국에서는 워싱턴 주와 오레건 주에서만 허용을 하고 있으며 일본은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에 대해서만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고, 호주와 프랑스에서는 국회에서 논의중이다. 나 역시 의료인으로서, 집중치료실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안락사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환자의 가치있는 삶을 존중한다는 안락사의 깊은 뜻을 역이용하는 사람들을 생각보다 많이 봐왔기 때문.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너무 편협된 생각을 갖지 않았나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나는 늘 죽음의 문 앞까지 간 환자들을 겨우겨우 돌려놓았다. 그게 내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왔고, 환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환자분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어쩌다 한 번씩 기적이라는 것은 일어난다. 정말 모두가 회복 불가능이라 생각했지만서도 기적적으로 회복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극히 드물다. 임상에 몇 년을 있으면서 한 두분 볼까말까였다.. 어찌보면 의료인과 남아있는 가족들의 헛된 희망과 욕심으로 인해 환자분들은 생의 마지막을 아주 고통스럽게 보내다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처음 존엄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조금씩 생각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아직도 무엇이 100% 옳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작년 초, 외할아버지께서 집중치료실에서 몇 번이나 arrest가 났고, 그 때마다 의료진들은 최선을 다해 외할아버지를 살려놓았다. 결국은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lung이 안 좋으셔서 꽤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며 고통스러워하셨던 외할아버지.. 죽음의 문 앞에서 늘 다시 삶의 문턱으로 모셔올 때마다 외할아버지는 무슨 마음이셨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의마지막은여름 #안베르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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