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새움 세계문학전집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지금은 더 이상 황족이고 화족이고 아무 소용 없지만, 그러나 어차피 몰락할 거라면, 과감하게 화족으로 몰락하고 싶다

“죽는 편이 나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 집에서, 엄마도, 죽고 싶어”
아아, 돈이 없다는 것은, 이 얼마나 무섭고 비참하며 구원 없는 지옥인가
라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깨닫는 기분에, 가슴이 벅차고 너무도 괴로워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했다

일본 귀족의 삶을 살아가던 한 가족
전쟁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귀족가문은 몰락한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일본 최후의 귀부인으로 살다 죽어간 아름다운 어머니
귀족이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 민중이 되고 싶었으나되지 못하고 마약과 술에 절어 살다 결국 자살하는 나오지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 이라고 확신하며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가즈코

대체 우리에게 죄가 있나요?
귀족으로 태어난 것이 우리의 죄 인가요
단지 그 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우리는, 영원히, 예를 들면 유다의 집안 사람들처럼, 미안해하고, 사죄하고, 부끄러워하며 살아가야만 합니다
-나오지

대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인가
혁명을, 동경한 적도 없었고, 사랑조차 몰랐다
지금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이 혁명과 사랑 두 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불쾌한 것이라고 우리들에게 가르쳤기에,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전쟁 후, 우리는 세상의 어른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었고, 무엇이든 그들이 하는 말의 반대편에 진짜 살길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혁명도 사랑도, 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바람직한 것으로 너무도 좋은 것이어서, 어른들은 심술궂게 우리들에게 덜 익은 포도라고 거짓을 가르친 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가즈코

전후 시대가 바뀌며 몰락해버린 귀족가문은 민중에 쉽게 동화되지 못했고,
바뀌어버린 시대에 적응하려 하는 귀족가문들을 민중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나오지의 안타까운 모습도, 시대가 변해도 귀족으로성 품위를 지키려 했던 어머니도, 새로운 삶을 찾아가려하는 주인공 가즈코도 시대의 피해자 였을 뿐

아아, 무언가 이 사람들은 잘못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람들도 내 사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내야만 한다면, 이 사람들의 이 살어내기 위한 모습도, 미워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것
살아 있는 것
아아, 그것은, 그 얼마나 견딜 수 없고 숨도 곧 끊어질 것 같은 대사업인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을 투영시킨 작품 [사양]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접하다 보면 삶과 죽음에 대해, 인생에 대해 진중한 생각을 갖게 된다
저번에 읽은 [인간실격]은 인간의 본질적인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면, 이번에 읽은 [사양]은 최고의 인생을 살던 인생이 바닥을 쳐가는 과정에서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여러 인물을 통해 나타낸 것 같다
처량하게 죽음을 맞게 된 어머니도, 괴로움에 생을 져버린 나오지도 너무나 안타깝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 하던 가즈코는 다자이 오사무의 여성관을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면서 태양처럼 살아갈 생각 -가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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