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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지금 이 시대는 절망의 시대다.
청년들은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하고 88만원 월급에 눈물 흘리고 있고,
장년들은 아이들 사교육비에 대학등록금에 등골이 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언제 일터에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시대는 상위 1%만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이다.
민주주의도, 복지도...오로지 1%만을 위해서 존재한다.
그야말로 절망의 시대, 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절망을 희망으로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든 우리에게 힘이 된다.
‘오체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나의 이야기는
장애라는 벽마저도 뛰어넘은 불굴의 의지를 일깨워주고,
지선아 사랑해의 이지선 씨는 그녀의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절망적인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희망과 용기를 일깨워준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그녀는 대한민국 미술계의 천재이자 괴짜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죽도록 그림을 그려보자 하는 마음에 미술학원에 등록했고,
거짓말 같이 홍익대 미술대학원에 입학을 했다.
그리고 파리 비엔날레 한국대표로도 뽑히기도 했다.
처음본 남자에게 청혼을 해 결혼하기도 하고,
지독하게 가난한 시절을 보내기도 했던 그녀.
화가이자 작가, 그리고 동화작가로도 활동했고,
문화 관련 방송 MC도 맡았다가 이제는 암이라는 죽음의 병을 앞에두고 한권의 책을 냈다.
"이 책은 나의 전기다! 이제까지 낸 책들과는 다르다!"
그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을 했다.
그렇다 이 책 '점선뎐'은 화가이자, 작가, 동화작가였던 김점선의 일대기가 담긴 전기다.
우리 시대의 화가 김점선
'점선뎐'에는 그녀의 파란만장, 엽기만발했던 삶이 오롯이 담겨 있다.
가난했던 그녀의 삶도 녹아있고, 끝없는 열정도 있고, 그녀의 그리움과 외로움도 담겨 있다.
우리는 그런 그녀의 삶을 보면서 희망을 느낀다.
어릴때부터 치열한 삶을 살아온 그녀는
학교에선 선생님과 싸웠고, 가정에선 부모와 싸웠고,
화가가 되어서는 대한민국 화단과 대립했고, 혼자 있을 때는 자신과 싸우며 온 인생을 격렬하게 살아왔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잔다르크를 떠올렸고, 체게바라를 떠올렸다.
김점선, 그녀는 자기 삶의 혁명가이다.
이제는 종유석처럼 몸속에서 솟아난 암덩어리와 싸우면서 우리에게 죽음을 넘어선 희망을 가르쳐주고 있다.
'암은 스스로 돋아난 종유석. 그래서 나는 내 암조차도 사랑한다.
내 삶의 궤적이다. 피곤할 때 풀지 않은 피로가 쌓인 석회석이고,
굶고 또 굶으면서 손상된 내 내장 속에 천천히 새겨진 암벽화다.'
그녀의 죽음
그녀의 죽음은 이 책이 나오기 전 알았다.
회사에서 원고를 쓰기 위해서 인터넷을 뒤적이며 자료를 찾고 있던 중
'화가 김점선 별세'라는 기사를 보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TV를 통해 그녀의 직설화법을 만나볼 순 없게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작품을 통해, 책을 통해 이 시대의 우리와 소통을 하려한다.
"각자의 삶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이다."
그녀는 우리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다.
그녀의 결핍도, 그녀의 외로움도 그리움도 그녀를 잠식하진 못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삶과 투쟁하면서 자신을 오롯이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었다.
삶과의 투쟁, 지금 절망의 시대에 우리에게 그녀가 던져준 화두가 아닐까?
젊은이들이여 아티스트가 되자.
하지만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투쟁하자!
왠지 체 게바라의 말이 연상되는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