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에 관한 잡학사전
미하엘 코르트 지음, 권세훈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가끔 4차원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나는 별로 특별한 사람이 아닌 데도, 남들과 조금 다른 생각, 조금 다른 시선에 사람들은 “님 좀 4차원인데요?”라는 말을 한다. 물론 나는 그 말에 동의 할 수 없다.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생각을 하고 누구보다도 평범한 사람이니까. 
 


어릴 적 4차원이라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을 때 4차원이 뭐냐며 선생님께 질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 선생님도 당황하셨는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다소 황당할지도 모르는 궤변을 늘어 놓으셨다.
“음...그러니까 말이야... 만약에 사람과 벽이 있다고 생각해봐요.
1차원의 사람은 벽을 만나면 넘어가질 못하고 망설이는 거예요.
2차원의 사람은 벽을 부수고 가는 거죠. 그리고 3차원의 사람은 벽을 뛰어 넘어서 갑니다. 그러면 4차원은....‘뿅’하고 사라지는 순간이동?“
아마 선생님이 설명하고자 했던 ‘차원’은 아마 문제해결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1차원의 사람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2차원의 사람은 기초적인 문제해결방법, 3차원의 사람은 보다 쉬운 문제 해결방법을 찾는 다는 얘기였을 것이다. 4차원은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을 뜻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4차원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들의 문제 해결방식은 상당히 독특하다 외계와 교신하는 빵상 아줌마는 외계와 교신을 통해 답을 얻어 낸다. 그리고 최근 ‘내 눈을 봐라봐’라고 외치고 다니는 허본좌 허경영은 자신의 눈만 바라보면 질병, 취업, 외모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한다. 우리의 차원에서 이들처럼 자신만의 차원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닐 것이다. 혹자는 이들을 ‘광인(狂人)’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시대는 광인들에게 관대한 시대다.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할 수 밖에 없는 ‘허경영’이나 빵상 아줌마가 이다지도 많은 미디어에 노출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보며 웃음을 짓는 걸 보면 말이다.
 


과거에는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는(不光不及)의 시대였다. 미하엘 코르트가 지은 <광기에 관한 잡학사전>은 광기에 사로잡혀 세상을 살아갔던 위인들을 총망라한 책이다. 각 분야에서 전설이 된 광인들의 열정과 집착, 사랑과 예술혼 등을 아우르는 ‘광기(혹은 똘기)’에 대해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어린 시절 존경해 마지않던 철학자들이나 문학가들이 ‘광인’이었다는 것으로도 충격을 준다. ‘아니, 그런 사실을 숨기고도 위인전에 떳떳이 이름을 올렸던 거야?’ 이런 실망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숨겨진 이야기에 열광을 한다. 한때 연예인 X-File이 나돌면서 큰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는 사람들의 관음증을 교묘하게 건드렸기 때문이 아닐까? <광기에 관한 잡학사전>을 보면서 우리는 몰랐던 위인들의 숨겨진 이면과, 광기에 사로잡혔던 그들의 삶을 훔쳐 볼 수 있다. 또한 <광기에 관한 잡학사전>은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가나다 순으로 배열돼 자신이 존경하는 위인이 ‘돌아이’였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사전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100여명에 달하는 위인들의 삶을 훔쳐보고 난 뒤에는 다소 지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자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 볼만하다. 요즘 이런 말을 많이들 한다. ‘세상이 미쳤는지, 내가 미쳤는지...’ 그렇다 세상이 미쳤는지 내가 미쳤는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아가는 시대다. 거기다 현대인 모두가 약간의 광기를 가지고 살아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또한 그러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단지 그 광기를 좋은 쪽으로, 발전적인 쪽으로 뻗쳐나가자, <광기에 관한 잡학사전>에 출연한 광인들의 말년 삶은 대부분 불행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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