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용기 - 실존적 정신분석학자 이승욱의 ‘서툰 삶 직면하기’
이승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http://blog.naver.com/yyn0521/209684829

 

심리학에 대해 쓴 어떤 글을 보고서 '맞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던 중, <포기하는 용기>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관심가는 책이 생기니 바로 온라인 서점 책소개를 읽다가 더더욱 이 책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특히나 '불안'과 '타인의 시선', '욕망'하는 것에 대해 다룬 파트를 보고나서. 친구와 같이 들렀던 서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고서 이제서야 완독! 읽으면 읽을수록 명쾌하고, 사람의 무의식(마음)이 얼마나 치밀하고 깊은지, 그리고 유아기 때의 가족과의 관계가 얼마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알게되었다.

 

심리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관심이 많아서 종종 읽곤 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감하는 폭도 넓어지는 기분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책을 통해 받아들였던 것보다 사회에 나와 더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지금 이 책을 보니 더 와닿는 부분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설명을 보더라도 예전에는 '그런가보다'하는 게 많았다면 지금은 '진짜 그래'라는 느낌.

대학 다닐 때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라캉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무슨 말장난 같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 다시금 접한 그 말이 이제는 공감이 간다. 순수하게 내 욕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과연 진짜 내가 원했던 것인지 남들이 좋다하고, 원한다 하니까 욕망하게 된 것인지. 책속에서는 남들이 원하는 욕망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원하는 진짜 욕망이라면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 허탈감이 느껴지는 경우는 없단다. 허탈감이 느껴지고, 무기력할 경우는 본래 자신의 욕망이 아닐 수도 있다고.

 

그리고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사람이 태어나서 최초로 인식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것. 아기가 태어나서 가장 처음하는 말이 '나'가 아니라 '엄마', '아빠'가 처음인 것처럼. 그래서 사람은 가장 처음 인식한 사람이 자신이 아닌 타인이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타인의 인정에 목마를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그 인정이 정서적으로 유아기 때부터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그 결핍이 성인으로 성장을 한 후에도 계속해서 영향이 온다. 의존, 애착, 집착, 우울 등의 형태로. 그리고 '존재는 응시에 의해 조각된다'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읽으면서 '나의 욕망'에 대해서 들여다보게 되었고, 여러 사례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속에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가끔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어 '그때의 나는 그래서 그런 행동을 했구나'라고 내 자신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8살의 5번의 연애 실패를 경험한 사례자의 이야기에서 흡사 추리소설을 보는 듯하기도. 사례자 본인도 파악하지 못한 자신의 의존적인 무의식적인 행동을 간파하는 대목이 끝인가보다 싶었는데 반전처럼 다가왔다.

 

전체적인 심리학 사례와 저자의 조목조목 친절한 설명은 심리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팟캐스트를 듣지 않아 잘 몰랐지만, 공공상담소라는 팟캐스트도 운영한다니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다만 책에서는 <포기하는 용기>를 얘기하지만, 진정 훌훌 털어버리고 '포기'를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 안에는 강력한 속물성이 내재되어 있으니까.

 

p.222

'the moment of truth'라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진실의 순간'이죠. 하지만 올바른 뜻은 '위기의 순간'이라고 합니다. 깊은 지혜가 녹아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경험한 수많은 '위기의 순간'이 사실은 얼마나 엄청난 '진실의 순간'이었습니까? 무언가 덮여 있었던 것이 파열되어 그 밑에 있는 것이 드러나는 순간이지요.

 

p.247

타인의 눈빛은 일종의 거울이 되어 우리를 비춥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볼 수 없으니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눈빛이 곧 나 자신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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