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가 국민학교였던 시절, 막 1학년이 된 나에게 아버지는 한질의 위인전집을 선물로 안겨주셨다. 반들반들 윤이나는 양장커버에 멋들어지게 그려진 위인들의 그림과 새책 냄새가 물씬 풍기는 내지에 반해버려서 글씨도 잘 읽지 못하면서 하루에 몇번이고 이 책 저 책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했었다. 한국의 위인과 외국의 위인이 한번호씩 걸러 소개되고 있는 그 위인전집에서 처음부터 내 맘을 꼭 사로잡았던 책이 있었으니 바로 광개토 대왕이었다. 그때부터 책을 곧잘 읽게 되기 시작한때부터 광개토대왕은 왠지 내 마음의 연인같은 존경하는 위인이었다. 그리고 그후 역사시간에 배운 광개토대왕의 업적들은 첫사랑에 빠진 아이처럼 늘 나를 설레게 했던 기억이 난다. 첫 아이의 태명을 담덕이라 지으려했을만큼의 애정때문이었는지 하병무 작가님의 <신비>를 광고로 보고 나서부터 얼른 읽고 싶은 마음에 기대감도 한껏 부풀었다. 그리고 읽게 된 광개토 대왕의 이야기 <신비>는 내게 태왕이 아니라 심장을 가진 인간 담덕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해주었다. 줄곧 묻혀진채 변방 어느 조선족 노인의 손에 보관되어 오고 있던 고서. 바로 절두 라는 이름의, 광개토대왕의 심복인 장수가 기록한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우연히 중국여행길에 발견하게 된 작가의 고백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시작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위대한 태왕이라는 이름과 거대한 업적 외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서른 아홉에 홀연히 생을 마감한 위대한 내 민족의 영웅에 대해 더 깊이 알기를 사모하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소설임을 알고 있었지만 읽는 내내 이거 사실이 아닐까 라고 종종 생각해버릴만큼 나는 책에 흠뻑 빠져들었다. 적에게는 가장 두렵고 무서운, 무자비하기까지 한 왕이면서도 내 나라 내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서는 깊은 사랑과 은혜를 베푸는 성군으로 그려진 왕.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고,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취할 수 있었던 절대 권력의 소유자였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절절하게 한 여인을 향한 연모를 깊이 간직했던 뜨거운 심장을 가진 왕. 그리고 그런 왕의 주변을 자신의 머리를 잘라서라도 보답하고 그림자처럼 수호했던 충신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너무나 매력적이고, 가슴이 뛰고 아름답고 절절하다. 이미 <남자의 향기>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 절절하고도 아름다운(좀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이미지를 갖게 했던 하병무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도 이 책을 선택하는데 망설이지 않게 했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시간을 내게 선물해주었다. 마지막 장에서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작가가 허구로 만들어낸 것임을 명시하고 있는 부분을 읽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이 <신비> 속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아, 그렇지 실제가 아니지, 누군가의 손에서 빚어진 소설이라는 게지... 그렇지... 이런 마음이 너무나 아쉬웠던 건, 그만큼 책에 깊이 몰입되어 가슴뛰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묵직하고 거대하지만 한편 사랑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가는 태왕의 그 선선한 뒷모습처럼 오랜동안 마음에 섬세한 일렁임을 남기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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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 2- 神秘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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