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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웃었습니다 - 어머니를 향한 마음의 노래
이승원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세상에는 듣기만 해도 좋아지는 단어가 있다. 아마도 '사랑', '행복', '행운', '성공' 과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이 아닐까 싶다. 반면에 조금 더 복잡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도 있다. '돈', '건강', '가족'과 같은 단어가 아닐까 싶다. 이런 단어들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조금 다른 의미와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단어들 중 최고봉이 아마 '엄마'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인 '엄마'라는 말 안에는 정말 끝도 없이 많은 의미와 감정이 담겨 있다. 그렇게 복잡 미묘하고도 거대한 의미를 가진 존재가 바로 '엄마', '어머니'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듣기만 해도 떠올리기만 해도 그냥 눈물이 흐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머니'. 이 시집 <엄마가 웃었습니다>는 바로 그 어머니를 주제로 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위대하다.
이 책 <엄마가 웃었습니다> 시집이면서 또한 한 가족의 수십 년간의 서사가 고스란히 담긴 기록이다. 저자가 어린 시절 부모님, 형제자매와 함께 살던 이야기부터, 저자 자신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세대를 걸친 가족사가 시간 순서별로 시 속에 담겨 있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시들의 서사가 마치 시집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기도 한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사랑, 특히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 말하고 있는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라고 느껴졌다.
이 시집 <엄마가 웃었습니다>에 실린 시들은 물론 굉장히 감동적이고 가슴에 큰 공감과 울림을 준다. 그런데 반면에 소설처럼 연결되는 이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은 꽤나 극적이고 다이내믹하다. 그래서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한편의 긴 가족극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어릴 적 술만 드시면 집에 돌아와 폭력적이 되시던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긴장 속에 눈치를 보던 어린 형제들, 그리고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병, 이어지는 가족의 용서와 어머니의 헌신적인 병수발, 그리고 파킨슨병에 걸리시는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이렇게 이어지는 서사가 마치 드라마의 다음 편을 기다리듯이 다음 시를 호기심으로 읽게 하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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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마주한 119
퇴근길 골목길에서
119 응급차가
내 앞을 서둘러 소리 내며 지나갔다
응급 환자가 발생했나 보다
시선이 자꾸 간다
응급차가 곧 멈추었다
우리 집 앞에서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뛰었다
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왼쪽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내가 벌을 받았어
당신한테 못되게 굴어서"
엄마는 말없이 침묵하셨다
기운 없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그렇게 미웠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측은했다
가여웠다
<엄마가 웃었습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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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이 시집 <엄마가 웃었습니다>는 부모님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부모님이 세상에 안 계신 분들은 이제는 뵐 수 없는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쏟아질 시집이라고 생각된다. 부모님이 살아계신 분들은 시집을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거나 언젠가는 볼 수 없게 될 부모님의 웃음을 기억하고, 살아생전에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엄마가 웃었습니다>라는 시를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친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리는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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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웃었습니다.
파킨슨병으로 잃어버렸던 엄마의 웃음이
이곳저곳에 숨어 있다
세 자매만 나타나면 웃음이
쏜살같이 찾아옵니다
온 힘을 다해
엄마가 웃었습니다
엄마의 웃음에
우리도 따라 웃었습니다
해맑은 엄마의 웃음에
우리도 해맑아집니다.
온 힘을 다해
엄마가 또 웃었습니다
우리는 엄마 바라기가 되어
한바탕 웃었습니다
엄마의 웃음은
온종일
가슴에 시리도록 스며듭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엄마의 해맑은 웃음이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자꾸만···
<엄마가 웃었습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