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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의 허상
명소민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4년 11월
평점 :
살면서 겪어야 할 인간관계의 불협화음에 대하여
한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물론 축복받은 기쁨의 시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여러가지 고통과 어려움이 수반되는 일이기도 한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나약한 존재이기에 사회를
형성하고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다. 인간의
본성이 자기중심적이기에 인간관계에는 늘 불협화음이 따른다. 강제적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야
하는 학생 시절부터 시작되는 이 불협화음은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되어 회사에 취직해도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소설 <유산의 허상>은
이렇게 직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간관계의 불협화음에 관한 이야기다.
사막의 혼란 속에도 질서가 있다
아마도 인간관계의 시작은 태어나면서 운명적으로 맺게 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가족관계는 한 사람에게 무한한 의지와 응원, 위로가 되는 관계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관계가 되기도 한다.
한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숙명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가 비뚤어지기 시작하면 일반적으로 사회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
소설 <유산의 허상>의 주인공인 이강준이 그랬다.
어릴 때부터 부모로 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자존감이 꺾인채로 자라 성인이 된 주인공 이강준은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변 깎아내리는 길을 택한다. 대학 동기들의 창의성을 질투하고 비난하며 깎아내렸고, 직장에서는 자신보다 뛰어나 보이는 직원을 함정에 빠뜨리고 무너뜨리려 노력한다.
자신이 스스로 더 나아지고 올라갈 수 없었기에 다른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이다. 이렇게 이강준은
자신의 팀원인 윤서진과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하고, 결국 주변 모든 사람과의 관계가 무너져 내리게 된다.
'내가 팀장이니까, 더
뛰어나 보이는 사람이 되어야 해.'
이강준은 자신이 팀장으로서 윤서진보다 우월해 보이기 위해, 그녀를
무능하게 만들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그는 의도적으로 체계를 뒤엎고, 변덕스러운 지시를 남발했다. 그의
계획은 그녀를 혼란에 빠뜨리고, 결국 자신에게 의지하게 만들어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는 시도로, 불안과 자기방어
심리가 깔려 있었다.
<유산의 허상> 중에서
이렇게 비뚤어진 이강준은 스스로도 부모로부터의 핍박과 결핍에 대한 피해자로, 그리고
윤서진이나 자신의 아이에게는 가해자이자 동시에 구원자를 자처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아마 현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여러가지 입장과 상황에 놓이는 복잡한 과정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완전한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누군가에게는 피해자요 누군가에게는 가해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강준이라는 인물은, 분명 이 세상, 혹은 내 주변 어딘가에 있을법한 캐릭터이고, 연결선 상에서 너무나
공감가는 살아있는 이야기다. 많은 분들이 읽으면서 이거 우리 회사 김팀장 이야기 아닌가 하실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인간관계 전반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특히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이다. 반면에 혹시라도 내가 이런 이팀장 같은 인물은 아닌지도 급하게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많은 공감을 주고 생각할 점을 주는 소설이다.
상사들은 그의 업무 방식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고, 그는 늘 억울하다는
생각으로 퇴사를 결심했다. 이강준은 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고립감을 느꼈고, 자신이 피해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타인에게
전가하며, 그들을 짓밟는 방식으로 표출했다.
이강준은 끝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했다.
······ <중간 생략>
······
그의 상처는 결국 부모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는 그 상처 때문에
또 다른 실패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유산의 허상> 중에서
이렇게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마는 이강준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윤서진은
비슷한 가족관계의 경험을 안고 있었지만 다른 길을 택했다. 직장에서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현명하게 그림을
통해 풀어나가며 멘탈을 관리하는 윤서진의 모습은 많은 직장인들에게 회사생활의 좋은 참조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상처나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다음은 자신의 몫이다. 과거에 발목을 잡혀 한발자국도 못나갈 수도 있고, 차분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강준은 극복하지 못하고 사막에서 길을 잃었고, 윤서진은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서도 자신의 질서과 기준을 정하여 한걸음씩 차분하게 나아갔다. 이 소설 <유산의 허상>은 이런 관계에 관한 이야기고, 그 가운데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직장상사, 동료, 친구, 거기에
가족의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수많은 인간 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과 공감이 들어있는
이야기이다. 결국 <유산의 허상>은 누구나 겪고 있고, 겪게 될 사람사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강준의 지속적인 몰아붙임을 받으면서, 윤서진은 과거 부모와의
갈등이 떠올랐다. 그때도 부모에게 맞추려 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었고,
늘 자신이 상처 받았다. 그때 깨달았던 것은, 순응이
결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진리였다.
'그저 순응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그녀는 과거의 교훈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무의미한 갈등에 자신을
소모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강준의 공격에 맞서기보다는, 혼란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고립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유산의 허상> 중에서
이렇게 이 소설 <유산의 허상>은
인간관계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인간관계 이야기이기에 공감대가
큰 소설이다. 기본적으로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서 고통받은 인간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각자의 자리와 입장에서 캐릭터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심리 묘사가 재미있는 소설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균형'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막 같이 앞이 보이지 않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도 결국 모든 것에는
질서가 있고,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려는 자정의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어려움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읽어보시면 삶의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