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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옥 ㅣ 창비시선 504
박소란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불면의 밤, 시집을 말 달리듯 읽어나갔습니다. 어느 템포도 없이 그저 빠르게 빠르게 읽어나갔더랬죠. 수옥. 이라는 이름은 물 수에 구슬 옥자를 쓰고 싶으셨다고.. 저는 수옥, 물에 가둔 감옥 생각이 났습니다.
이 시들은 어느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은 것 같기도 했고, 어느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기도 했기 때문이에요. 너무 사랑해서 시인 자신을 수옥에 가둔 느낌인 것 같았다면요.. 앞선 계절들을 읽고, 겨울이 되었을 때 저는 맞는 계절을 찾기라도 한 냥, 읽는 템포를 늦췄습니다. 152페이지와 153페이지를 잇는 그 시, [병중에]라는 시가 너무 좋아 밑줄을 끝없이 쳐내려갔습니다. 미래와 오늘을 이야기하며 조금 더 살아보자, 라는 그 시가 좋아서요. 역시 우리는 살아가야만 하는 거겠죠.
5점을 드린 건 제가 시를 잘 모르고, 그냥 매정하기 어려울만큼 이 밤에 시가 어울렸기 때문입니다. 수옥.. 물 수에 구슬 옥. 저는 이렇게 가볍고 찬란한 단어를 오랜만에 입에 굴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