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죄다
박현우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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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서평을 하였습니다.

[주제의 발견]
인간의 모든 행동이 사실은 이미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자신의 선택에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장르적 특징]
장편소설 『나는 무죄다』는 ‘물리학 관점에서 본 결정론‘과 ‘인간의 자유의지‘라는 오래된 철학적 논쟁을 미래적 SF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간편 줄거리]
천재 물리학자 동휘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성장한다. 그의 주변인물들까지도 아버지의 악행에 시달려야만 했다. 결국, 동휘는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인공지능 판사가 주관하는 사법 법정에 서게 된다.

재판장에서 그는 자신의 행동이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우주의 인과법칙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던 결과‘라고 주장한다. 자신에게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을 자유가 없었으므로, 살인에 대한 책임 역시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주장을 심판하는 존재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춘 휴머노이드 판사 로버트다. 물리학을 배운 판사 로버트는 동휘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무죄를 선언하고 이는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생각해볼 점]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 그 행동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독교 신학의 예정론과 자유의지 논쟁이 떠올랐다.

16세기 신학자 장 칼뱅은 인간의 구원이 신의 예정에 달려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인간의 죄와 도덕적 책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신학적 예정론과 물리학적 결정론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그리고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면 책임은 어떻게 성립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서로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동휘의 주장처럼 모든 행동이 우주의 인과법칙에 따라 결정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인간이 저지른 범죄 역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면, 우리는 그 범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일까?

또한 결정론은 동휘에게 단순한 물리학 이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 온 동휘에게 결정론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해석하고 죄를 정당화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가 왜 결정론적 세계관에 기대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은 언제나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논리를 사용하는 것일까? 아니면 때로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하나의 신념을 붙드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은 물리학과 법학을 넘어 종교 혹은 인간의 내면으로 향한다.

때로는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삶속에서 발생했을 때, 이것이 나의 자유의지로 해쳐나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신께서 예비한 도착지로 향하는 여정속에 있는 것인지 혹은 둘 다인지 고민했던 적이 있었더랬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러한 고민을 했었던 스스로를 떠올렸다.

[서평을 맺으며]
이 책은 소설로서의 기능 말고도 교육적(철학적)인 측면에서의 기능도 가진듯 보이니, 독서모임에서 다같이 읽은 후 토론을 하는 용도로도 좋을 것 같다.

#자유의지 #결정론 #박현우 #나는무죄다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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