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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
마누시 조모로디 지음, 김유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4월
평점 :
"나는 하루 종일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다. 건강에도 해롭고 주변 세상을 경험하는 데도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에서 언뜻 고개를 들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말 기묘한 광경이다. 이것은 디스토피아(역유토피아)이다.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
대중 교통을 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길거리를 거닐면 게임을 하면서, 카톡을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에서, 직장에서도 사람들은 스크린 앞에서 공부하고 일을 한다. 일상의 모든 것은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담긴다. 이는 SNS에 널리 퍼진다.
기술이 발전함으로써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펼쳐졌다. 이런 똑똑한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기술에 주체적인 존재일까, 종속적인 존재일까.
<우리의 삶을 더 많은 호기심과 창의성으로 채워주는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젝트">
저자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요즘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불평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바쁜 삶을 살았던 그녀가 아이로 인해 반강제로 디지털 세상과 단절되고, 동네를 정처 없이 헤메며 느꼈던 변화를 떠올린다. 주위를 깊이 관찰하고 자연을 느끼며 편안함과 행복을 느꼈던 그 때. 저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전자기기와 차단되어 창의성을 자극하는 시간을 보내는 '지루함과 기발함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다.
본 프로젝트는 7가지 도전으로 이루어져있다. 자신의 디지털 습관을 추적하는 것, 이동할 때 전자기기 사용하지 않기, 하루 동안 사진 찍지 않기, 자주 머무르는 앱 삭제, 전자기기로의 휴가 떠나기, 주위의 사물 관찰, 위 훈련을 통해 내 삶을 이해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가만 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스마트폰 곁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힘든 프로젝트다.
아, 여기서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는 전자기기와 차단되면 무조건 똑똑해진다는 말은 아니다. 전자기기로부터 차단되어 심심하고 지루한 우리는 '마음방황'이라는 걸 하게 된다. 이 때 우리의 뇌는 '디폴트 모드'가 활성화된다. 이 곳은 문제를 해결하고, 최상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세계와 우리의 삶을 이해하며 미래의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을 의미하는 자전적 계획구상에 관여하는 마음의 영역이라고 한다.
정리하면 전자기기에 주의를 집중하면 뇌는 마음방황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지루함을 느낄정도로 주의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게 된다.
나는 작년에 인터넷이 끊겨 반강제로 이 프로젝트와 유사한 경험을 했었다. 3,4개월간 전자기기와 완전 단절은 아니지만 1.3GB의 데이터만으로 생활했다. 동영상은 아예 보지 않고 카카오톡, 인터넷 서핑, 간간히 페이스북을 들여다봤다. 그래도 데이터는 10일이 지나면 사라져서 남은 시간은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했다.
그 당시부터 너무 심심해서 종이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금방 읽어서 스크랩도 하고 카페에 구비되어 있는 다른 성향의 신문과 비교해서 읽기도 했다. 때문에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미래에 대한 여러 생각과 고민을 했다. 그래도 시간은 널널했다. 온라인 세상이 너무 보고 싶어 일찍 도서관을 갔다. 그 곳에서 와이파이를 실컷 쓰고 난 후, 이것만 하다 집에 갈 수는 없으니까 남은 시간은 공부했다.
그러다 결국 시험 준비와 답답함으로 인해 대리점에 들러 인터넷을 설치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는 참 하루를 보람되게 살았다. 현재에 충실하되 남는 시간은 마음방황을, 몽상을 하며 미래를 상상했다. 그러면 내일 더 힘이 났다.
반면에 지금 내 책상 옆은 안 읽은 종이 신문이 쌓여 있다. 도서관도 잘 안간다. 학교를 갔다 오고, 알바를 하고, 집에 와서 스마트폰을 열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동영상을 하나, 하나……. 보다 보면 끝이 없고 밤은 저물어 있다. 나의 뇌는 눈을 뜬 순간부터 잠자리에 든 순간까지 일에 치이고 디지털에 치였다. 당연히 내일은 무기력할 수 밖에 없다.
당신도 경험해 봤을 거다. 공부해야 하는데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느라 하지 못하고. 하나만 보고 공부하자면서 멈출 수 없이 다음 영상을 넘기고 넘겨 잘 때가 되고. 후회하고, 이를 반복하고…….
이런 내가 싫은데 주체할 수 없을 때.
그 때, 이 프로젝트를 한 번쯤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혹시 자신이 없는가? 일주일 간은 전자 기기 없이 어찌저찌 생활했을지 몰라도 그 후는 예전과 다를 바 없을 거 같은가?(나의 경우처럼) 하지만 일단 자신의 문제를 인식했으니, 한 번 질러보는 건 어떨까? 프로젝트 기간이 끝나고 다시 스마트폰을 찾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중요한 건 내가 그것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돌아오더라도 당신은 다시 전자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은 디지털 세계에서 더 현명하게, 더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테크놀로지와 완전히 멀어지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저자가 바라는 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과 조화를이루어 균형 있게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소중한 가족, 친구와의 시간에 휴대폰은 잠시 내려두기.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고 싶다면 하루종일 디지털을 접하는 것을 멈추고 마음방황을 허용하기. 주변을 관찰하며 세상을 넓게 바라보기. 이렇게 자신의 의지에 따라 테크놀로지를 조절해 삶을 더 풍성하게,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당신은 탁월한 존재니까' ,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