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 -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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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유당의 5월 서평 도서로 《시를 쓴다는 것》이 선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들었던 마음은 '설렘'이었다. 사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작품은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 이야기는 항상 매력적이고, 내게 경외심믈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창작자의 '마음'이 궁금했다. 어떤 마음으로 창작을 하는지, 창작자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등이 말이다. 창작이란 한 인간이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터를 잡고, 땅을 갈고 여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다른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이다. 따라서 같은 분야의 창작자라도 창작물은 전혀 다른 형태와 양식으로 탄생한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은 대체 어떤 모양일까. 그들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관심사였다.


《시를 쓴다는 것》은 다니카와 슌타로의 에세이로, 일본공영방송인 nhk에서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래서 다른 에세이보다는 인터뷰집의 성격과 유사하며, 읽으면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이라 하면 왜인지 모르게 섬세하고 유약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만 다니카와 슌타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호탕하고 유쾌하며 때로는 귀엽고 친근한 아저씨같은 인상이다. 또한 매우 솔직하다!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고? 할 정도로 솔직해 많이 웃으며 읽었다. 이 에세이는 그의 시만을 다루지 않는다. 그의 인생 전반을 다루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와 친해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그가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그가 말과 언어를 생각지도 못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을 읽다보면 역시 시인은 시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시라는 것은 산문과 달라서, 의미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의 울림이라든지 이미지라든지 여러 가지 것을 동원해서 언어라는 놈을 전달합니다. 그러니까 무의미한 것을 시에 씀으로써 거꾸로 그 의미 이전의 세계를 만져서 느끼고 손으로 더듬어...... 존재 자체의 리얼리티 같은, 뭔가 언어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을 느끼게 만든다, 그것이 시가 맡은 역할의 하나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니카와 슌타로, 『시를 쓴다는 것』 中

시에 대해, 시인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인 나지만 이 에세이는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창작과 시를 마주하는 시인의 '마음'은 아무리 시에 무지한 사람이라도 가늠할 수 있는 것인가보다. 시와 언어에 대한 그의 진심은 바다 건너 먼 곳에 있는 독자에게도 전해진다. 시가, 문학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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