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20
존 보커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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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에 부모님을 따라 교회를 다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며 무교가 된 사람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종교와 신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해치고, 소중한 사람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날 '신'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아마 김연수 소설을 읽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내가 모르는 세계, 나의 이성으로는 닿지 않아 내가 믿지 않는 세계가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내가 초월적인 세계를 믿지 않는 이유는 갇혀있는 좁은 사고 때문이라는 것을 지각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에게 미친 '신'의 막대한 영향은 부정할 수 없는데, '신'을 불신하는 것은 그 역사 자체에 콧방귀를 뀌는 셈이니 '신'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나니 궁금해졌다. 그 긴 인류의 역사에서 '신'은 어떻게 존재해왔는지, '신'은 대체 누구이고 사람들은 '신'을 왜 믿는지. 나처럼 이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사람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교유서가의 스무번째 첫단추 시리즈인 《신》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의 저자인 존 보커는 영국 성공회 사제이자 신학자이며 많은 대학에서 종교학 교수로 활동해왔다. 《신》은 '신학'에 입문하기 위해 몸을 푸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도서인 것 같다. 입문도 아닌 입문하려고 하는 사람, ''신'이 무엇일까?'하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따라서 쉽게 예상하는 것처럼 설명이 추상적이지 않고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지 않는다. 책의 설명을 따라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신'에 아예 무지한 사람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려워 이해를 포기하고 글자만 읽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읽다보니 너무 흥미로워서 금방 몰입이 되었고 그의 설명을 소화할 수 있었다.

책의 본문은 200페이지도 되지 않는다. 총 7개의 목차로 되어있는데 소제목부터가 독자의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신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 신을 이해해보려 하는 사람들이 품고 있을 근본적인 의문들일 것이다. 첫번째 장은 '신이 존재하는가?'를 다룬다. 다양한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의 말을 인용하며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데 여기서 그들의 언어에 집중한다. 작가의 논리적이고 치밀한 설명은 아무리 무신론자라 할지라도 '신'이 존재함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두번째 장에는 사람들이 신을 믿는 이유에 주목하는데 나는 이 책에서 이 장을 가장 재밌게 읽었다. 여전히 깔끔히 해결되지 않은 의문도 남아있지만 이 장은 내게 새롭고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었다. 세번째 장에서 여섯번 째장은 특정한 종교들을 다루며 다양한 사람들이 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믿으며 그 믿음을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는지 살펴본다. 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장은 "신이 우리에게 어떻게 알려지는가"에 집중한다.

소제목만 들어도 정말 흥미롭지 않은가! 이 작고 얇은 책에 저렇게 재밌고 가치 있는 정보가 가득 담겨있다. 내가 가장 흥미롭고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신학과 과학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과학적 사고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면 신을 믿을 이유가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신은 보이지도 않고, 경험할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면 답은 '신'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설명을 듣고 내 사고가 반짝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독자들도 이러한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만화의 한 장면처럼 머릿속에서 전구가 반짝이게 될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 이 책의 대상독자는 '신학'에 입문하기 위해 준비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신과 종교에 대한 회의는 접어두고, 신을 알고 싶은 사람은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신을 믿는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했는데 그 심리는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그러한 부분은 심리학 도서를 참고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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