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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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이다. 제목과 부제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배우자나 자녀 같은 법적인 관계가 없이 솔로로 나이 들어가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책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 거라는 친구들이 늘어났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두 세명 밖에 되지 않는다. 20대 초반 여성들의 이러한 경향은 사회면 기사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혼은 인생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내 주변에도 비혼의 삶을 이어가는 30대 여성들이 꽤 있다. 나는 이것이 경제 불황, 가부장제와 성차별 등의 결과인 줄 알았지만 이는 최근의 현상이 아님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은 비혼 중년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중년 뿐만 아니라 60대의 노년 여성도 있고 책에서 소개된 비혼 공동체는 70대 노년 여성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니까 한국의 1인 가구는 최근에서야 발생한 현상이 아닌 것이다. 또한 현재 1인 가구의 수는 소위 정상 가족이라 불리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보다 더 많다고 한다. 왜 이런 책이 여태 없었을까,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홀로 살아가는 중년 여성인 '에이징 솔로'의 현재의 삶에 대해 다룬다. 그들은 편견으로부터 비롯된 숱한 차별의 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그들의 현재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통해 그 말이 얼마나 편협하고 어리석은 생각인지 통쾌하게 역설한다. 2부와 3부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관계'다. 인간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와의 연결을 통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나약한 동물이다. 2부와 3부에서는 에이징 솔로의 다양한 형태의 연결을 집중한다. 많은 여성들이 그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사회와 연결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한국 사회의 가족중심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가족을 벗어난 관계망을 상상하도록 돕는다. 4부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제도 현황에 조명한다. 이 장에서는 시대에 맞는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말한다.

작가의 전작인 『이상한 정상가족』을 보고도 느꼈지만, 이 책 역시 독자의 갇혀 있는 생각을 깨고 상상의 지평을 넓혀준다. 특히 비혼이 비장한 선택이 아닌 가치관과 삶의 맥락 속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대목을 읽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사회의 관습에 갇혀있는지 깨달았다. 사회적 시선부터 제도까지 한국에서 1인 가구를 위한 기반은 마련되어있지 않다. 에이징 솔로는 그런 데서 비롯된 불안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인정하고 대안을 찾는다. 울타리 밖에 있지만 자신만의 울타리를 짓고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책은 1인 가구만을 위해 필요한 책이 아니다. 책은 누군가와 법적인 계약을 통해 가정을 꾸린다 해도 인간은 외로울 수 있고, 돌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제도와 관습은 개인이 아닌 혈연가족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 가족주의에서 벗어나 모두가 개인으로 존중받고 보장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사회 역시 이 변화의 흐름에 발 맞추어야 한다. 나는 책에 제시된 에이징 솔로의 삶을 통해 어떤 제도가 필요하고 어떤 시각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에이징 솔로』는 진보된 사회에서 변화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의 생생한 증언이다. 따라서 『에이징 솔로』는 사회에 꼭 필요한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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