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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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민족과 우정, 사랑을 작가의 무궁무진한 상상력 세계에 잘 녹여낸 판타지 소설이다.

인상적인 것은 화국인들이 라잔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겪는 묘한 차별이었다. 특히 제비가 라잔 제국의 예술가들과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제비는 꼬리 곰탕이 무척 짜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것이 주방장의 실수인지 고의인지 분간할 수 없다. 소설은 식민지배를 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언어, 사회적 대우 등 가시적인 차별 뿐만 아니라 삶 곳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하는 차별도 다룬다.

하지만 오롯이 독립군군의 입장에서만 서술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책의 초점화자는 제비인데 제비는 독립에 대한 강한 염원이나 의지가 있는 인물이 아니다. 봉숭아의 보호와 사랑 아래 예술을 전념해온, '온실 속 화초' 같은 사람이다. 소설 중후반부엔 봉숭아가 오로지 독립이라는 대의만을 위한 냉정한 인물처럼 그려지는데 이것이 내겐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마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이기에 가능한 서술이 아닐까 싶다. 또한 결말을 포함해서 책을 읽으면서 소위 말하는 '국뽕'이 느껴지지 않았다. 독립군의 정의로움과 숭고한 희생같은 것보다는 개인의 딜레마에 더 집중한 느낌이었다. 이 책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여기에 있다. 독립 투쟁을 다룬 소설과 결을 달리한다는 것에 주목해 읽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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