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 멋을 아는 사람의 생애 첫 미술 투자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술 작품에 대한 특별한 취향이나 기호가 있는 것도,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미술관에 가서 전시회를 보는 것에 큰 거리낌은 없다. 꼭 무료가 아니더라도 일정 금액의 비용을 지불한다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아깝지는 않다. 비록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그래도 미술이란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기분전환이 되기도 하고 예술적 기운을 받기도 하기에 미술관에 가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미술 작품을 산다면?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엄청난 가격의 미술품들을 산다는 것은 나의 형편으론 가당치도 않거니와 안목 또한 없으니 애당초 미술 작품은 그저 미술관에서 전시된 것을 보는 것이란 개념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많은 집의 허전한 벽면엔 유명한 그림들의 모조품이 몇가지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비싼, 진짜 미술 작품을 집 벽에 걸어두고 산다는 건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비단 그림뿐만이 아니라 조각이나 장식품 역시 마찬가지다. 분명 미술 작품을 보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내 집에 소장하고 걸어두며 그것을 사서 모은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재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나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다. 



그림을 사는 것은 열정 못지않게 용기가 필요한 행위다. ‘지름신’이 강림해야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주변의 컬렉터들은 말한다. 첫 구매가 힘들지 한 번 사고 나면 계속 사게 된다고. 그러나 생애 첫 컬렉션과 만나는 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기자로 입사해 문화부 기자로 일하며 미술 작품을 접하게 되었고 미술,문화재 분야 기사를 전문적으로 쓴다. 미술품은 생산자가 제작한 뒤 소비자에 의해 향유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하는 저자는 그렇기에 취재 현장에서도 미술 작가 못지않게 작품의 유통 프로세스에 있는 컬렉터, 화랑, 큐레이터, 평론가에게 관심이 많다. 미술 담당 기자로 현장을 취재하고 숱한 작가들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생애 첫 미술 투자를 하게 되는 과정을 이 책에 담게 되었다. 미술품 구매 가이드에 관한 책은 시중에 많지만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예산을 고려하진 않는다. 미술품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쓸 수 있는 월급쟁이가 어디 있을까. 그렇기에 저자는 ‘월급쟁이가 투자를 겸한 목적으로 미술품을 사려면 도대체 얼마나 들고 시작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금액은 500만원이다. 분명 500만원도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미술품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상품이 아니며 유일무이한 창작의 산물이기에 그 가치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500만원이란 거금을 들여 작품을 구매해야 한다면 단지 거실을 장식하기 위해, 인테리어 용도로만 구매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자기 만족을 넘어서 중요한 작품을 사고 싶었고 5년,10년후 시간이 흘러 더욱 인정 받는 그림, 덩달아 가격도 올라 투자가치가 있는 작품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그림을 어디서 사야 할지, 어떤 종류의 그림을 사야 할지, 어떤 작가들의 작품이 점점 더 가치가 올라갈지 알아야 할 것도 공부해야 할 것도 많다. 게다가 큰 금액을 지불해야 하기에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찾아도 구매에 결단을 내리는 것도 쉽지 않다. 저자 역시 한정된 금액으로 처음 구매하는 것이기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직업의 이점을 한껏 살려 미술계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얻게 된 팁들과 컬렉팅의 길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얻기도 하고 경매나 화랑,아트페어등 구매할 수 있는 곳들을 직접 탐방하며 소개한다. 또한 여러 유형의 컬렉터들과의 인터뷰로 초보 컬렉터들에게 나아갈 방향과 길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10년 후 오를 그림을 찾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시대정신을 고민하고 작가 정신이 살아 있는 작품은, 당장 팔리기 좋으라고 대중의 구미에 맞춰 하는 작품과는 출발부터가 다르지 않을까. 


 

 

전시회를 보고 나면 유독 마음속에 남아 있는 작품이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걸 직접 사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많은 컬렉터들이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그림을 만나며 그림을 사야 겠다는 결정을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그림들은 가격도, 종류도 천차만별에 다양하기에 컬렉터로의 길을 가고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미술 전문 기자로 그간 만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더불어 저자가 직접 다니고 보고 경험하며 느끼고 배운 것들이 합쳐져 훨씬 더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적은 돈일지라도 그 작품을 구매함으로 인해 작가들이 또 다른 작품을 시작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는 사실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신진 작가들은 아무래도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작품을 하는데 소홀해 지며 전업작가로서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컬렉터로서 그런 작가들의 작품을 사는 것은 그들의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지지하고 독려하는 것이기에 훨씬 더 뜻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나에겐 작품에 500만원이라는 거금을 쓸 여유는 없다. 하지만 월급쟁이 초보 컬렉터로의 길을 가고자 마음 먹은 사람들에겐 분명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굳이 직접 사지 않더라도 책에 소개된 많은 미술 작품들을 접하며 미술계의 트렌드나 그림을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장소들을 많이 알게되어 미술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결국 컬렉션의 출발은 좋은 화랑을 만나는 일이다. 아직은 시장에서 평가받지 못했지만 충분히 잠재력 있는 작가를 발굴할 줄 알고, 이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화랑, 그런 곳에서 전시하는 작가라면 일단 믿고 사볼 만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