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식사법 - 한끼를 때우기보다 건강하게 즐기는 온전한 식사법에 두루 마음을 쓰다
박민정 지음 / 시루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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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을 하며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게 되었다. 그전엔 그저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받아 먹기만 했을 뿐, 재료나 요리법에 관심을 둘 이유도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직접 요리를 하게되면서 우선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이 요리엔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 제철 채소는 뭔지 하나부터 열까지 인터넷 검색에 엄마찬스에 반찬 하나 만드는데도 진이 다 빠질 정도였고 결과물 역시 좋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젠 어떤 재료를 어떻게 요리했을 때 가장 맛있는지에 대해서는 재료만 보아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요리의 가짓수는 늘어났지만 정작 나만을 위한 밥상을 차려 먹는일은 많지 않았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음식의 포커스는 아이들에게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이유식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남는 이유식 재료로, 간은 거의 하지 않고 자극적이고 매운 음식도 거의 해먹지 못한다. 그렇게 3년 터울의 아이들을 키우며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도 짠 음식을 싫어했지만 더욱 저염식을 하게 되고 채소도 좋아했지만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좋은 채소들을 많이 먹이려 부단히 애썼다. 그 결과로 고기를 사랑하던 우리 남편은 고기를 줄이게 됐고 아이들 역시 고기보다 채소를 훨씬 더 좋아하는 식성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내가 좋아했던 음식들이 생각나지 않을때가 많았다. 뭘 먹고 싶냐, 무슨 음식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선뜻 대답할 수 없는건 철저히 가족들의 취향과 건강에 맞춰 의무적으로 요리하고 먹으며 식사를 즐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은 내 식사를 내가 선택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내 먹거리를 내가 고르고, 직접 요리해서, 내가 먹는다. 쉬운 듯해도 그렇게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저자 역시 젊은시절 너무나도 많은 질병으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 위염은 기본에 장염, 소화불량, 두통, 근육통에 그와 함께 동반되는 짜증, 우울함, 스트레스까지.. 게다가 다이어트와 무리한 운동으로 또다른 병들까지 얻으며 갖은 고생을 한 그녀는 단지 건강해지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식사법을 바꿨을 뿐인데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식사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한 식사는 우리의 인생에서 즐거운 한순간이다.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먹다 너무 많이 즐거운 기회들을 놓쳐버렸다. 무엇을 먹든 하나하나 맛을 음미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먹을 일이다. 


 

 

 

 

밥상에도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 명절이면 기름진 음식을 그득하게 쌓아놓고 먹으며 손님이라도 초대하게 되면 반찬 가짓수를 하나라도 더 내놓으려 애쓰고, 회사에 다닌다면 점심에 회식에 내가 먹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먹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여성이라면 다이어트로 인해 단식이다 디톡스다 하며 억지로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고집하고 TV에서 좋다는 음식에 또 꽂혀 주구장창 먹다보면 금새 질리고 영양소도 불균형한 식사를 하게 된다. 저자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닫게 된 올바른 식사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이 책은 지금 나의 식사에 대한 생각을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줄 수 있을것이란 희망을 가지게 했다. 힘들지만 직접 키운 텃밭에서 채소를 길러 먹으며 노동의 소중함을 깨닫기도 하고 한가지 식사법에만 집착하며 되려 건강을 해치고 남에게 좋은 식사법이 나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며 자신만을 위한 식사법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거듭하며 나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매번 버려지던 뿌리채소의 잎이나 줄기도 조금만 생각을 바꿔 요리하면 훨씬 특별한 음식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인식의 차이를 깨닫기도 한다. 마트에서 보는 매끈하고 선명한 색의 채소보다 좀 울퉁불퉁 못생기고 색깔도 예쁘지 않은 채소들이 훨씬 더 맛있고 몸에도 좋다는 것을 그녀는 몸소 부딪히고 직접 만들고 먹으며 스스로 깨닫게 된다. 비록 지난날 내 몸을 힘들게 하고 아프게 했었지만 이젠 그 누구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음식을 잘 알고 즐기는 그녀의 식사법은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무엇을 먹는냐에 따라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나가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먹는대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이제 나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를 먼저 생각한다. 식사 끝에 ‘배불러 죽겠네’라는 말보다 ‘잘 먹었어’라는 말이 나오기를 바란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욱 간소하게, 보다 단순하게 먹고 싶다. 식사란 곧 생활이고, 생활이 바로 식사다. 


 

 

 

 

하지만 항상 건강한 식사를 할수는 없다. 가끔가다 인스턴트 음식이나 외식을 하게 될 경우도 있을 것이고 과자나 빵같은 간식을 먹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자책하거나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저자가 강조하는 나를 위한 식사법은 무엇을 꼭 먹어야 하고 무엇은 절대 먹으면 안된다는 구분을 짓지 않는다.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것을 먹되 그것을 자신에게 맞게 양을 조절하여 먹는다면 언제든지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TV에서 무슨 음식이며 어떤 조리법이 좋다고 해도 내게 맞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랴. 내 몸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면 흔한 재료들도 얼마든지 귀중한 음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난 저자처럼 텃밭을 가꿀만큼 부지런하지도, 직접 건강한 재료로 빵이나 간식을 만들어 먹을 자신도 없다. 그래서 건강한 식사법을 따르자고 무리하고 스트레스 받아가며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재정상황은 다르기에 무조건 유기농 재료를 이용할 수는 없다. 내게 주어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가며 혼자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매번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다 남은 반찬이나 빵으로 간단하게 해결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선 아이들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 한끼의 식사를 오롯이 나를 위한 식사로 만들어야 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하지만 부담스럽거나 복잡하지 않게 간소화하여 계속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나만의 식단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끼를 먹어도 내가 행복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는 식사를 하는데는 그리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깨달았기에 앞으로 나의 식사는 그 무엇보다 나를 중심에 두고 기쁜 마음으로 즐겨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내게 맞는 식사는 스스로 정의해야 한다. 이제는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집중하자. 나의 기준으로 먹으며 살자. 온전히 나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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