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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도 집을 나가야 하는 걸까? - 독립을 원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는 코믹 에세이
소네 아이 지음, 정은서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월
평점 :
예전엔 결혼을 해야 집을 나가는 것이 흔했지만 요즘은 TV에 나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큰 인기를 얻기도 하고 1인 가구가 굉장히 많아 졌기에 싱글 라이프를 즐기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 나도 20대 시절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잠깐 독립했던 적이 있는데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갔던 경험이 있다. 자유로운 생활을 꿈꾸며 시작했던 나의 독립은 힘든 기억만 남기고 끝났지만 우리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하겠다고 한다면 난 아마 적극 찬성할 것이다. 스스로의 인생을 직접 꾸려나가는 첫걸음이 독립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마냥 내 품에 끼고 사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독립도 여건이 따라 주어야 가능한 일. 스스로 돈을 벌어 살아갈 수 있어야 싱글 라이프도 가능하지만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넘쳐나는 지금, 안락하고 멋진 싱글 라이프를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꿈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비싼 월세와 보증금을 스스로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대학을 다니며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면 더더욱 생활이 빠듯할 수 밖에 없을텐데 사회초년생이 받는 월급으론 터무니 없이 모자랄 수 밖에 없으니 성인이 되었다고 바로 집을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가 없다 하더라도 마음속엔 독립을 꿈꾸고 원하는 청년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주인공인 키노시타 마미는 서른이 되었지만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현재 애인도 없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주변의 독립한 친구들을 보고 스스로 비교하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엄마의 잔소리에 폭발하기도 하며 서른이 되도록 부모님과 산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하기에 그녀는 점점 독립을 꿈꾸게 되지만 이미 굳어져 버린 생활 패턴들을 뒤로 하고 멋지게 독립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그에 못지 않을 것이다. 비록 어느정도의 자유를 박탈 당하더라도 부모님과 사는 것에 대한 장점을 버리고 힘든 독립생활을 시작하고자 마음 먹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성별에 관계 없이 서른즈음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봤을법한 생각들을 글이 아닌 만화로 접하는 것은 색다르기도 하고 또 신선하기도 했다. 부담스럽지 않은 단순한 그림에 각각 캐릭터들만의 독특한 설정과 개성이 더해져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간에 가질 수 있는 감정이나 사건, 또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나 오랜 친구들과 나눌 수 있을 법한 딱 그 시절의 고민들이 별것 아닌 것 같은 잔잔한 스토리일지라도 큰 공감을 일으키게 한다. 아마 똑같은 이야가 일지라도 글로 읽었을 때와는 사뭇 또다른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나를 앞질러 가고 있는 친구나 형제자매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인생은 더디고 멈춰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미 역시 먼저 독립해 근사한 싱글 라이프를 사는 친구나 먼저 결혼해 이미 아이도 있고 미래를 착실히 준비해 가는 동생을 보며 자꾸만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게 되니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그들만이 진짜 어른처럼 느껴지고 마냥 어린아이 같은 자신의 모습에 자꾸 불평 불만이 늘어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의 마지막에 마미가 느낀 것 처럼 누군가와 비교하기만 한다면 계속 흔들리기만 할 뿐, 나아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생의 무게 중심을 자기 자신에게 두고 살아간다면 누군가와 비교할 일도, 그로인해 비틀거리며 힘겨워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이제 더이상 어리지도 그렇다고 인생의 경험이 충분히 쌓여 연륜이 묻어나는 나이도 아니기에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나이다. 나는 비록 서른 살 이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강제 독립(?)을 하게 되었지만 이제 막 서른으로 접어든 많은 사람들은 뭔가 인생에 변화가 생기길 기대하며 독립을 꿈꿀지도 모르겠다. 독립해서 사는 것이 무조건 진취적인 것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무조건 퇴보하는 것도 아니기에 그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시 해야 하는 것이 어떤것인지에 대해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친구와 함께 고민 상담하듯 나누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며 큰 공감을 느끼고 소소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