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자기를 발견하는 글쓰기의 힘
셰퍼드 코미나스 지음, 임옥희 옮김 / 홍익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전문가까진 아니더라도 고정된 습관으로 고착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라면 연초마다 사람들이 올해의 목표에 영어공부와 다이어트가 매번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꾸준히 이루어 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이며 나역시 매달 새로운 목표와 계획을 다짐하곤 하지만 그중에 꾸준히 이어나가 습관처럼 된 것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분명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임에도 자꾸만 미루고 나태해지는 모습은 스스로를 한심하다 자책하는 시간만 늘려갈 뿐이다. 


특히 일기는 미루다 한번에 써야 제맛인건지 이상하게도 꾸준히 쓰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숙제라는 강압된 명목하에 시작되었기 때문일까, 일기라면 그저 형식적이고 또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일기에 진짜 내 속마음을 적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진짜 내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분출하고 꺼내 보일 창구는 거의 없기에 고민이든 우울한 감정이든 그저 마음 속에만 꼭꼭 담고 있을 수 밖에 없기에 그 속은 점점 곪아가게 된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가감없이 모든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괜찮겠지만 사실 점점 나이 들어가며 이젠 가족들에게도 힘든 내색을 비추기가 어려워지곤 한다. 그렇다면 나를 어루만져 주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진실된 나를 끄집어 낼 수 있는 수단은 없는 것일까?



당신이 쓸 일기는 책으로 출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하나하나 기록하는 일입니다. 그냥 마음속에 있는 단어들이 흘러나오는 대로 써내려가세요. 그게 전부입니다. 





저자의 글쓰기는 젊은 시절 만성적인 악성 편두통에서 벗어나고자 찾아갔던 통증클리닉의 70대 늙은 전문의의 ‘규칙적으로 일기를 써보라’는 권유에서 시작된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시작한 일기 쓰기에서 몸과 마음을 보듬고 영혼을 어루만지는 힘을 느낀 저자는 그 뒤로 여러 대학과 종합병동의 암 병동, 그리고 각종 문화센터에서 글쓰기가 어떻게 인생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강연해 왔다. 특히 글쓰기 워크숍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글쓰기의 기쁨을 전파하고 그 과정에서 치유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글쓰기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고 한발짝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제시한다.



 남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걱정하지 않고 어떤 문제든지 솔직하게 쓰면 핵심을 이해하는 문을 두드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치유의 방법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글쓰기를 시작하기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써져 있지 않은 백지를 바라보면 그것을 채워야 한다는 두려움 또한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시작하는 것도, 또 그것을 지속기키는 것도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런 어려움을 알기에 저자는 일기를 쓰며 그 무엇보다 진실된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 영혼을 치유하기 위해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글쓰기를 지속하기 위해선 에너지,용기,인내,실천이 필요하기에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자신의 한계에 대해 깨달을 수 있고 글쓰기를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신나는 여행처럼 느낄 수 있다. 과학적으로도 감정의 격동을 글로 쓸 때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현저히 나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니 글쓰기가 단순한 치유의 차선적인 방책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강조한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 진실되게 표현하며 서서히 긍정이고 희망적인 태도로 변화하다 보면 두렵게 느껴지고 회피하고 싶던 노년이나 죽음에 대해서도 수용하며 회고하고 성찰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 진정으로 원하고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그로인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글쓰기는 우리의 복잡한 정신생활을 원활하게 조직하도록 보조한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의 심리적인 나침반이 방향을 제대로 가리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비록 만병통치약은 아닐지라도, 글쓰기는 값싸고 간단하게 건강을 유지 시켜주는 탁월한 수단이다. 



사실 고작 매일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을 일으킬 수 있겠냐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글쓰기를 통해 치유를 경험하고 변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냥 흘려 넘길만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것이기에 거창하게 준비하고 큰돈 들일 필요 없이 그저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나역시 그 치유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기에 더욱 나를 굳게 다짐하도록 만들었다. 처음엔 어떻게 써야 할지, 그리고 나의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고 힘들게 느껴질지라도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하게 쓰고 꾸준히 쓴다는 것만 기억하고 지킨다면 점점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시절 미루고 미루다 한번에 휘갈겨 쓰는 일기가 아니라 내가 나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또 그로인해 삶의 새로운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 그 무엇보다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은 지금 당장 일기 쓰기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통해 현관문 바깥으로 단 한 발짝도 옮기지 않고서도 자기발견의 항해를 시작할 수 있었고, 인생의 새로운 모험에 착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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