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민의 세계사 -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를 한눈에 꿰뚫는 현대사 명장면 25
김윤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월
평점 :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카(Carr)가 말했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에선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라 외치곤 한다. 하지만 역사는 조금 다르다. 지나간 일들을 끝없이 불러들여 기억하고 해석하며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 노력하니 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과거의 역사를 100% 진실로만 대할 순 없다. 남겨진 작은 단서 하나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관점에서 유추한 역사는 비록 진실과 다를수도, 또 개인의 사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견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역사는 재밌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참 어렵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세계사라고하면 일단 머리부터 지끈거린다는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학창시절 배운 세계사는 어찌나 어렵고 지루하기만 한지, 흥미를 느끼기엔 너무 딱딱하고 어렵기만 했다. 게다가 연도순으로 재미없게 열거되어 단순히 암기해야 하는 낯선 단어들은 세계사로부터 나를 멀어지게 하기엔 충분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야 사극이나 재밌게 알려주는 강의등으로 생활속에서도 쉽게 접하고 들을 수 있지만 세계사는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세계의 역사를 알아야 그 속에 포함된 우리의 모습 역시 알 수 있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기에 좀처럼 펼쳐 들기 힘들지만 용기내어 시도해 볼 필요성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2007년에 발간된 책의 개정판으로 현재의 시점이 더해져 새롭게 출간되었다. 과거의 역사야 변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매해 수많은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며 과거를 보는 시각 역시 계속 바뀌기 마련이니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들이 추가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25가지의 테마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등 오늘날에는 상식이 되었지만 그당시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역사적인 사건들을 연대순이나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복합적인 시각으로 구성하였기에 일반적인 세계사 책들과는 다르다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꽤나 두툼한 페이지지만 챕터별로 나뉘어져 있어 지루하지 않게 나눠 읽을 수 있고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이 아닌 그와 관련된 다른 나라의 사례와 과거에서 이어져 온 현재의 상황까지 입체적인 시각으로 아우를 수 있기에 비록 어려운 단어나 용어들로 멈칫 막히기도 하지만 멈춰있는 것이 아닌 물 흐르듯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이기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과거의 사건은 화석으로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애서 생생하게 살아있다. 역사는 단단한 고체처럼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부드러운 액체처럼 유동적이다. 역사는 계속 흐르고 발전하기 때문에 세계사는 언제나 다시 써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에겐 지금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그런 상식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했으며 그것을 너무 쉽게 당연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의 과정을 꼭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성인 내가 누리는 많은 권리들, 투표와 같은 참정권부터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입는 바지까지 그 시작을 이루어내기까지 많은 희생과 노력이 수반되었고 흑인의 인권이 보장되고 미국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는 그 긴 시간동안 탄압 받았던 노예들의 비참한 삶, 지금 우리가 누리는 수많는 복지들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과거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이루기 위해 피를 흘리고 죽음을 택하기도 하며 닦아 놓은 길을 우리는 그저 무임승차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발전시키고 변질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만 바라보기는 힘들 것이다. 분명 화려하고 찬란하게 그려지는 역사 이면엔 치욕적이고 잔인한 부분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간과한채 긍정적인 부분만을 강조한 역사만을 기억한다면 그것이 과연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했다. 분명 있었던 사실을 끝없이 왜곡된 시선으로 기록하고 외면하려 하는 몇몇 나라들의 행태는 안타깝기만 하다. 과거 역사속의 잘못 역시 인정하고 그것을 발판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기도 했다. 우리가 모든 것을 기억하며 살 순 없기에 역사는 기록되고 그 기록이 끝없이 회자되며 해석되고, 현재에 맞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뀌며 또다른 교훈을 주게 된다. 그렇기에 역사를 잊지 않고 되새기며 지금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나의 지식을 다시 바로 정립할 수 있었고 또한 내가 영위하고 있는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귀중한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의 답을 찾을 수 없을 땐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해결의 열쇠를 찾아볼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세계사는 어렵다는 편견을 이겨내고 역사를 마주한다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것이란 생각을 해본다.